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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하루시

by 그래
우울

하아
깊은 속에서 올라오는 한숨

격한 호흡도 풀어내지 못한
풀지 못한 감정들


하아
그리 좋던 빗방울 소리가
오늘 유독 신경에 거슬리고

창을 열어도 닫아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춘기 아이보다 못한 변덕

차가운 벽에 기댄다
힘없이 주저앉는다

세운 무릎 위로 떨궈진 얼굴과
발목 위로 떨어진 손

무거운 침묵이 가라앉은 방안을 채운
빗소리

하아,
방바닥으로 스며드는 한숨까지.

느낌을 살리려다 글이 잘 보이지 않는 걸 다음 날이 되어서야 알았다. 뒤늦게 본글을 첨부한다.



글 쓰는 스타일과 영감 창구가 바뀌다 보니 지금 내 기분이 아닌 단어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우울이라는 이 시는 지금 내 감정은 아니다. 요즘 우울이라는 감정에 휩싸인 어떤 작가님의 댓글을 보고 썼다.


마음이 힘들어 우울한 글만 쓴다던 말에 우울이라는 감정을 표현했다. 마침 비가 내릴 듯 흐린 밖을 보면서 '비와 하아'를 중심으로 글을 엮었다. 처음 우울이 시작한 단계에 한숨과 중반부, 후반부에 이어지는 동안 감정은 더 바닥으로 꺼진다.


우울이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바닥으로 꺼지는 숨소리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점점 처지고, 무기력해지는 감정인 이 우울은 무거운 기운에 짓눌리는 기분이라고 생각했다. 이 글을 쓰면서 방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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