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그림10 일자_눈

2025년 06월 29일 목요일

by 그래

구체적으로 얼굴의 세부사항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눈이다. 제일 그리기 어려워하는 분야다. 어제 그림처럼 눈은 얼굴 인상을 좌지우지한다. 눈만 좀 닮아도 실제 모습과 유사하게 보였다. 나는 이 눈부터 완전 다른 사람이다.


제일 먼저 한쪽 눈 그리기부터 했다. 한쪽 눈 그리기는 그나마 그릴 수 있었다. 대칭이 어려운 나에게는 특히나 말이다. 손그림을 배운 이후로 애니메이션을 볼 때면 어떻게 그렸나 보게 된다. 너무도 대충 그린 그림에서 표현은 정말 탁월했다. 그냥 대충 그린 게 아니라는 건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제일 먼저 해야 하는 붉은 선의 T만 올바르게 찾으면 눈은 선에 맞춰서 그려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쉽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저 T가 각도가 바뀌는 순간 엉켜버려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한쪽 눈 그리기_수업 중

왼쪽 상단을 기준으로 처음 그리는 것으로 위에 있는 눈과 아래의 눈은 같은 사람의 눈이다. 다시 그린 이유를 시선이 달라 다시 그린 것이다. 그러나 큰 차이가 없었다.


두 번째 눈을 그리고, 세 번째 눈을 그리고 있을 때 선생님이 왔다. 선생님은 T선이 잘못되어 실제 사진과 다른 눈이 나온 거라며 내가 봤던 사진을 보며 T선을 잡아주었다.


그제야 나는 T선은 얼굴 각도에 따라 바꿔도 된다는 것을 이해했다. 절대 법칙처럼 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였다. 덕분에 오른쪽에 그린 눈처럼 다양한 각도의 눈을 보며 여러 가지 눈에 도전할 수 있었다. 각도에 대해서도 좀 더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2교시 양쪽 눈 그리기에 도전했다. 대부분 조연 영화배우 중에서도 노신사의 눈이다. 눈도 잘 못 그리면서 눈의 주름 같은 세밀한 묘사에 도전한 무모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가운데 하단처럼 제법 화난 표정의 눈이 그려졌을 때는 과제의 관한 기대 심리가 생겼다. 다양한 도전이 하고 싶어진 것이다.

T를 찾는 순간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었다.


가운데 위쪽은 광대뼈가 거의 드러난 나이 든 여자의 감은 눈을 보고 그렸다. 그러나 광대뼈와 안구의 윤곽을 이어 버리자 어찌 보면 일본원숭이 얼굴처럼 보였다. 일본의 노천탕에서 노천을 즐기고 있는 팔자 좋은 일본원숭이의 감은 눈과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나의 감상평은 가족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하고 키득키득 웃는 모습에 같은 생각이 들었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어제 그린 그림과 전혀 다른 눈을 보면서 '잘 그리네.'라며 칭찬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과제를 준비하면서 각도를 찾지 못하고 말았다.


과제 1. 45도 각도의 앞을 보는 눈과 옆을 보는 눈

과제 2.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았을 때 눈과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았을 때 눈


이 두 과제는 눈의 각도를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할 수 있다. 찾지 못한 나는 막무가내로 그리고 싶은 눈을 3일 내내 주구창창 그렸다.

직접 그린 과제(금요일>토요일>일요일>

역시 창작은 연습만이 살길이다. 요일을 표기한 이유는 배운 첫날 그린 한쪽 눈과 양쪽 눈을 시작으로 금요일에 그린 6개의 표정을 표현한 눈, 토요일에는 한 사람이 다양한 표정을 짓는 예시 장면을 그렸고, 마지막에는 45도 각도의 눈을 시작으로 잠 오는 눈과 울고 있는 슬픈 눈을 그렸다. 처음엔 가감한 도전이었지만, 그릴 수록 비슷하게 나온다는 게 신기했다.


캐릭터 전쟁인 세상에서 나도 도전해 본 결과인 오른쪽 끄트머리를 차지하고 있는 단순한 눈 캐릭터까지 3일 휴일동안 손가락이 아픈 줄도 모르고 그렸다. 4자루의 연필을 돌려쓰는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회색 지우개는 검은 옷이 입었고, 네모나고 각진 부분이 사라지고 있었다. 처음엔 짙은 기준선도 옅어졌고, 서서히 눈썹과 눈 사이를 정하는 요령도 알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각도의 따른 눈동자의 변화는 크게 없는 것 같다. 이 또한 매일 그리다 보면 늘지 않을까 기대한다. 내일은 이제 코를 연습할 것이다. 그다음 날은 입 그렇게 조금씩 닮아갔으면 좋겠다. 머릿속 나만의 세상이 하얀 드로잉북을 채울 날도 올 거라 설렌 기분으로 과제 업로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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