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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루하 Jun 12. 2024

결혼기념일

19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고 생각하니 세월 빠른 것 같다. 처음과 다른 점을 보면 아마도 외모이지 않을까 싶다. 불룩 나온 배와 처진 살, 남편과 나의 모습이다.   

   

부부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하던데, 우린 그랬던가? 되돌아보면 그런 적도 있고, 아닌 적도 있다. 오히려 현실은 동상이몽이었던 게 더 많았었다. 육아를 시작했을 때는 오로지 나에게 맡겨진 육아로 힘들었고, 자란 후엔 서로가 다른 교육관으로 힘들었다.     


체질도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였다. 몸에 열이 많은 남편과 달리 나는 차가운 몸을 가졌다. 여름엔 추웠고, 겨울엔 더 추웠다. 반면 남편은 겨울에도 선풍기를 틀만큼 더워라 했다. 그런데도 단 한 번도 우린 따로 잔 적이 없다. 아무리 더워도 한 방에 같이 잤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사랑이라는 단어 때문이었을 것이다.


19년 동안 삐거덕거린 적이 없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슬며시 미소만 지을 것 같다. 없다고 말하기도 있다고 말하기도 그러니까. 문제없는 부부가 어디에 있을까? 다 참고 산다. 그건 아니다. 나는 바꾸려고 했다. 나부터 바꾸었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애교를 떨고, 더 많이 마음을 표현했다.


내가 그러면 그럴수록 남편도 바뀌었다. 원하는 바를 말하게 되었고, 틀린 것은 틀렸다 동의와 부동의를 확실하게 했다. 나를 다시 여자로 보기 시작했다. 아내와 마누라, 아기 엄마 이런 이름에서 나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 남편을 보면서 나를 바꾼 것에 힘을 얻었다.


사람을 고쳐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 아니 부부는 고쳐질 수 있다. 단 한 사람을 위한 변화는 가능하다. 물론 그 아래에 사랑이라는 것이 깔려 있어야 가능한 것이지만, 만약 그게 없다면 불가능하다. 믿음이 있어야 하고, 바라는 바가 같아야 한다.


남편과 나는 십 년 연애 후에 만난 사이라 이미 서로에 대해 잘 알았다. 문제점을 알고 만난 사이라고 할까? 그래서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 나의 책 속의 글은 


2집 시집 [당신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있는 시다. 이 시는 어느 날 우연히 바라본 창가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쓴 자선적 시이기도 하다. 거울을 잘 보지 않는 내가 창가에 비친 내 모습에 늙어버린 세월을 본 것을 슬퍼하며 쓴 글이었는데, 아직도 이 글을 보면 그때가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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