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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루하 Jun 13. 2024

부부라는 목차 속에 연인

우린 아직 연인이다.

정말 더웠다. 평소였다면 더위 따위는 느끼지도 못했을 나인데, 땀이 주르륵 내린다. 어제 작업에 열중하다 아침 8시 다 되어서 잤다. 한 작품으로 무려 8시간 이상을 붙잡고 있었다.     


퇴고하고, 읽고, 퇴고하고 읽고 반복하다 보니 그 시간이 된 거였다. 잠들 때는 더운 것도 몰랐는데, 2시간 만에 더워서 깼다. 자다 깨기를 반복하고, 오후가 되었을 때 오늘이 목요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고민이 되었다.     


이 더운 여름이 열 많은 남편이 재활용을 버리려 1층을 왕복하면 힘들지 않을까? 재활용을 버리는 것은 남편과 딸의 일이다. 오래 걷는 것을 잘 못하는 날 위해 둘이 자처한 거였다. 그런데 이 더위에 심한 감기에 걸린 딸, 그리고 일하다 온 남편! 한 번은 그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었다.  

   

일주일 동안 택배가 많이 왔다. 전자 제품을 큰 걸로 두 개를 샀고, 더위 대비 옷도 몇 벌 사다 보니 재활용이 정말 많은 날이었다. 조금만 도와야지 그랬는데, 6번이나 왕복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야 할 때 남편이 왔고, 밤 데이트를 재활용 버리는 것으로 했다.

     

우리는 밖에 나가면 항상 손을 잡고 다닌다. 오늘도 어김없이 서로의 손을 잡고, 오늘의 일과를 나누며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평범하고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엘리베이터에서 하는 짧은 신체접촉은 그냥 좋을 뿐이다. 서로에게 하는 장난은 거는 이 시간을 즐긴다.     


7월 말쯤에 출간할 [사랑을 표현하세요!] 소설처럼 우린 사랑을 표현하며 지낸다. 서로에 대한 신체접촉을 즐기고, 별거 아닌 장난을 즐기며, 더운 여름도 말리지 못한 손 잡기 같은 쏠쏠한 즐거움이 있는 연인이다. 부부라고 꼭 연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린 여전히 연인이다. 

    

오늘은 더운 날씨의 시 한 편을 썼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것만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좋은 게 없습니다. 별 것 아닌 스킨십이란 서로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거나 옷에 먼지를 털어주는 것, 더운 날씨에 더위를 식혀줄 손부채 이런 소소한 거랍니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 없이 어려운 것이고, 쉽다고 생각하면 정말 별 것 아니랍니다. 지금 사랑을 표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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