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 책 보는 소녀
인물을 그려야 한다. 무엇을 그릴까?
풍경을 그릴 때는 겁 없이 덤빈다. 무엇이든 부딪히면 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물은 그리기 싫다는 밑바탕에서 올라오는 거부감과 또 망칠 거라는 불만 때문에 그리기 싫다. 점점 정면 그리기를 거부하고 있다. 언젠가는 정면을 그릴 테지만, 지금은 싫다는 강한 거부감... 고민이다.
사실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다. 얼굴 전체로 퍼진 검버섯과 하얀 백발이 잔잔한 바람에 나무 끼고, 울타리에 온몸을 기댄 할머니 사진이 있다. 80% 옆모습의 얼굴엔 주름과 함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정말 그려보고 싶다. 그러나 섣불리 그려서 망치고 싶지 않다. 그런 이유로 여전히 보고만 있는 사진이다.
오늘 사진은 인물만큼 배경이 많아서 선택했다. 어떻게든 사진과 비슷하게 표현하려고 집에 있는 브러시를 모두 썼다. 이게 어울릴지 저게 어울릴지 색깔은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보이는 것과 실제 그려진 색을 비교하면서 가장 비슷하게 그리려 노력했다. 그래서 사진을 늘렸다 줄였다를 반복했다. 원본 사진이 아닌 듯 화면을 확대하면 사진이 깨져 오히려 더 알 수 없는 사진이 되었다. 결국 펼쳐두고, 느낌만 살리자로 진로를 마구 었다.
소녀의 풋풋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담고 싶지만, 오늘도 실패다. 수업 1시간 40분 동안 완성하지 못하고, 저녁 늦게 되어서야 겨우 완성했다. 책의 느낌을 살리고, 손가락의 디테일을 살리고, 소파의 낡았으나 여전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색을 찾고, 올록볼록 볼륨이 있는 커튼의 모습을 살리려 노력했다. 이런저런 디테일을 살리려 이것저것 시도하다 결국 또 새벽이 되어서야 마무리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이 3장짜리 그림책 하나 완성했다는 것에 작은 위안을 삼는다. 내용은 어설프나 그래도 그림 속에 삽화 정도는 그릴 수 있게 됨에 감사하다. 그나마 격일제로 인물을 그린 덕이다. 역시 연습만큼 좋은 연습도 없다는 것을 오늘도 깨닫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