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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요한 Apr 06. 2022

청년수당 고백합니다.

공론화로 찬/반 논쟁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회진입활동지원금 모델을 만들다

  청년수당에 대한 ‘흉내 내기’식의 무분별한 도입이나
 ‘포퓰리즘 정책’으로 쉽게 치부하기보다는
공론화를 통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하였다.

  대구시의 청년정책은 2015년 5월 '대구시 청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사실상 태동하였고, 2015년 12월 '대구광역시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통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후 대구시는 2016년 2월 ‘청년도시 대구 건설’ 원년을 선포하고, 2016년 7월 대구시 청년센터를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 개소했고, 2017년에는 청년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대구시의 청년정책 전담부서로서 ‘청년정책과’를 신설하였다. 
  청년수당에 대한 대구시의 의견수렴은 이보다 앞서 2015년 12월 시민원탁회의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청년을 중심으로 시민 329명이 참석하였는데 근소한 차이였지만, 청년수당에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었다. 실효성, 예산 부족, 시기상조 등이 이유였다. 이후 2017년 청년정책과가 신설되고, 청년수당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였다. 청년수당에 대한 ‘흉내 내기’식의 무분별한 도입이나 ‘포퓰리즘 정책’으로 쉽게 치부하기보다는 공론화를 통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하였다.
  2017년 10월 16일 대구시는 청년, 전문가, 시민이 참석하는 '청년희망 공감토크'를 열어 청년수당에 대해 토론했다. 중앙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현금성 지원정책을 살펴보고 대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기 위한 열린 공론의 장이었다.  문화인류학자이며 저술가, 사회활동가로 유명한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와 대구청년센터장인 박상우 경북대학교 교수가 발제하고, 청년위원회, 시민단체, 지역 언론인 등이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청년수당’을 주제로 개최된 ‘청년희망 공감토크’에는 청년들을 비롯해서 시민단체, 학계 전문가, 언론사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가했다. 

 '청년희망 공감토크'를 통해서 
청년수당 도입에 관한 찬ㆍ반 논쟁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첫째는 청년수당 도입의 철학적 배경은 청년들에게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청년들이 자율성을 갖고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향 가치가 간과되고 무분별하게 도입되면 올바른 청년수당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한정된 예산으로 정책을 실현해야 하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없으면 청년수당이 여타의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잠식하고 모든 청년정책을 매몰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청년수당은 지자체 간 정책경쟁의 영역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EU와 프랑스의 청년보장제도를 살펴봐도 청년 보장(Youth Minimum)은 지역 간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자체별로 각기 다른 청년수당 정책을 펴면서 지역 간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고 재정 여건이 좋은 서울, 경기도 청년과 비교해 지방의 청년은 정책 소외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상의 논의 과정과 정책 설계 과정을 거쳐서 대구에서는 2019년부터 소위 ‘대구형 청년수당’인 ‘청년사회진입활동지원금’ 정책을 시행하였다. 한편 대구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와 청년들의 의견이 동시다발적으로 모아지면서 제도적 변화가 이루어졌다. 고용노동부에서는 2019년부터 전국의 8만여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를 시작하였다. 졸업 후 2년 이내의 만 18세~34세 이하 청년들에게 6개월간 매월 50만 원씩 최대 3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서 총 예산규모는 1,582억 원이었다. 필자도 2017년 서울시 주최의 ‘청년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청년 토론회(2017.6.9.)’ 등 여러 공개 토론회에 참가하여 현금성 청년지원은 중앙정부에서 전국의 청년을 대상으로 형평성을 고려하여 추진할 것을 건의한 바 있다. 

<‘청년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청년 토론회'(2017.6.9. 서울시청)>

 청년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300여명의 청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청에서 개최되었다. 전문가와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고,  대구의 청년정책 소식을 전하면서 몇가지 의견과 제안을 드렸다. 

  첫째, 지방의 청년들은 더 힘듭니다. 공정한 출발을 위해서 지방재정의 격차로 지방의 청년들이 '수저격차', '학벌격차'에 이어 또 한번의 '격차'를 느끼지 않도록 '청년수당' 등 현금성 지원은 중앙정부에서 부담해야 합니다.
  둘째, 중앙부처에 청년정책관련 '전담 채널'을 지정 또는 신설해야합니다. 
지자체에서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중앙부처가 없습니다.
  셋째, 청년정책관련, 혁신의 DNA가 쉽게 교류ㆍ확산되고, 지방의 어떤 도시들도 청년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도시간 협력과 연대를 해야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청년문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고 했다. 이 표현은 본뜻과 상관없이 청년을 '정책의 대상'으로 국한하고, 부정적인 느낌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습관이 중요하다. 전주에 서난이 청년 시의원이 '청년이 겪는 사회문제'라고 부르자고 처음 제안했는데 이를 채택하여 사용하자고 거듭 제안하였다.


  대구형 청년수당은 중앙정부와 서울 등 타 지자체의 청년수당지원정책과 차별화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수당지급을 '구직활동'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사회진입활동'을 전제로 하였다. 청년들을 의무감으로 준비안된 구직활동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인 구직활동 이전에 자신의 길을 찾아나가는 상담과 진로탐색단계부터 앞서 지원을 하였다.
  둘째, 고용노동부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구직활동 수당만 지급하지만(최근에는 서울시에서도 본인이 원하는 경우, 수당을 받은 이후 프로그램에 참여 가능하도록 기회 제공), 대구시에서는 수당과 함께 사회 진입을 위한 3개 유형의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여 구직활동뿐만 아니라 상담형, 진로탐색형, 일 경험형의 3가지 유형별로 맞춤형 기회를 제공하였다. 대구시는 사회 진입을 위한 상담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우에 한해서 수당을 지급한다. 이로 인해 대구에서는 수당을 줄 때, 조건이 까다롭다는 불평과 비판의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2020년 참여자들의 설문조사결과에서도 수당 지급에 프로그램을 연계한 차별화된 모델이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이 86%였다.
  셋째, 타 청년수당은 생애 1회만 지원하지만, 대구시는 유형별로 1회씩 총 3회를 지원하여 청년에게 생애 3번의 기회를 제공한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연한 청년은 상담 연결형(30만 원), 구체적으로 직업과 진로를 설정하고 싶은 청년의 갭이어(Gap year) 활동을 지원하는 진로탐색형(150만 원), 우리 지역에 원하는 업종에서 일 경험을 쌓고 싶은 청년은 예스매칭(150만 원)을 선택할 수 있다. (2021년부터 일 경험형은 근무기간 확대와 소득수준에 따른 참여제한 해소를 고려하여 수당을 연계하지 않고 있으며, 자체 사업예산을 통해서 수료청년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의 청년에게는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물고기'도 동시에 주어야 한다.
이분법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람중심으로 필요한 정책을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청년에게 '어떤 물고기를 잡고 싶은지?' 먼저 물어보아야 한다.

  2019년 첫해 실시된 대구의 ‘청년사회진입활동지원금’은 실적기준으로 총 8.7억 원의 소규모의 예산으로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 1,210명에게 지원되었으며, 2020년에는 총 10억 원, 1,468명의 청년을 지원하였다. 지원 이후 다음연도 5월에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2020년 사업 참여자 설문조사 결과, 지원받은 후 현재 44%가 취·창업을 하였고, 48%는 진로탐색 단계에서 진로설정 이후 구직활동단계로, 즉, 비경제활동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로 92%가 진입한 것으로 나왔다. 또한 대구 정주의향, 대구에서 취·창업 의향, 대구시민이라는 소속감과 자부심도 모두 크게 상승하였다. 

<대구시의 청년사회진입활동지원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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