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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하늘 Apr 27. 2024

아이있어요

그 아이 나만 볼 수 있어요



결혼도 하지 않은 나지만 가수 이은미 씨의 애인있어요 가사처럼 나만 볼 수 있는, 내 눈에만 보이는 아이가 있다. 그건 바로 ‘내면아이’이다. 너무 소중해서 꼭 감춰두었던 그 아이를 소개하려 한다.


’이미 성인이 된 각 개인의 내면에는 과거의 유아기적 모습이 남아 있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내용은 정신세계 속에 남아 현재의 삶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상담학 사전에서는 내면아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나도 책과 영상을 통해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면아이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내면아이가 있다. 만난 사람도 있고 아예 존재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함께 놀았던 모르는 아이처럼 갑자기 뿅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나의 경우는 작은 자극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생각이 많아서 삶이 버겁게 느껴졌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에 약한 내가 미워서 날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심리학과 더불어 명상을 하고 글을 쓰면서 몸과 마음을 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 습관이 자리 잡은 지는 6년 정도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일면 금세 알아챌 수 있다. 흰 티에 묻은 빠알간 라면국물처럼 말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한놈만 팰 거라는 생각을 갖고 찾을 때까지 파고든다. 어쩐지 같은 이유로 고민하기를 반복해서 뿌리뽑고 싶었다.


미로 같은 길을 헤매다 보면 종착지에 서있는 건 ‘과거의 나’였다. 그것도 아주 어린.


아이를 보고 있으면 짠하고 귀엽고 안쓰럽다. 가까이 다가가 품에 안는다. 머리를 쓰다듬고 자세를 낮춰 눈을 맞추며 세상에서 가장 고운 말들을 모아 아이의 손에 쥐어 준다. 그제야 아이는 활짝 웃는다. 티끌하나 없이 순수한 아이의 웃음에 어느새 나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진다. 같이 웃고 나면 몸이 편안해지고 상처받았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든다. 회복된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면 내가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래도 힘들 때가 있다. 내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생각의 꼬리가 계속 좋지 못한 상황으로 이어질 때는 대부분 잠을 잘 못 잤거나 글쓰기를 할 여유가 없을 때였다. 일단 잠을 푹 자고 글로 생각을 정리하고 날 알아주면 내가 가진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용기가 난다. 몸과 마음이 예민해지면 시야가 짧아지고 그러면 별 게 다 큰 일이라 느껴진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까지 힘들어할 일은 아니었다.


내면아이를 만나지 못했을 땐 힘들면 내가 예민해서 정신머리가 약해빠져서라고 생각했다. 같은 문제여도 남들보다 더 취약해질 때가 있었다. 아마 어린 내가 받은 상처를 무의식 속에 기억했다가 그 상처가 건드려지면 그때 모습을 드러낸다. 나 여기 있다고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며 아우성을 치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조용한 방안에 있어도 머리가 아팠다. 차라리 층간소음이 견딜 만했다.


내면이 고함친다면 나를 바로 볼 때다. 자신의 못난 점 마저 살뜰히 봐야 해서 괴로울 것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하며 후회하는 밤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날은 다시 밝아오는 것처럼 마음이 점차 밝아진다. 깜깜한 밤이었던 마음에 해가 뜨는 걸 보고 있노라면 이 정도 고생쯤은 견딜 수 있다.



지금 마음이 힘들다면 내면의 아이를 찾아 떠나자. 그토록 바라던 평온은 멀리 있지 않다. 이미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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