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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홍 Sep 30. 2021

오!늘 사진 [22] 내 안에 인형 <1>

내 안의 어린 아이(inner child)에게...

다 큰 어른도 마음속에 내면 아이(inner child)가 있다. [존 브래드쇼]

어릴 때 우리 집 안방엔 신랑 각시인형이 있었다.  

50cm 정도의 꽤 큰 유리상자 안에 있는 인형들은 전통 혼례복을 입고

절제된 미소와 유리나라에 어울리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집 안에 장난감이 흔한 시절이 아니었는데도 그 인형들은 나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유리 밖으로 꺼내서 놀고 싶다!"

어른이 된 나는 오히려 인형과 놀고 싶은 생각도 드는데...

어린 여자 아이는 인형에 도통 관심이 없었다.


"유리가 깨질 수 있으니 조심하거라!"

부모님께 특별히 주의를 듣거나 야단맞은 기억도 없다.

어릴 때 우리 집에 있었던 인형과 비슷 : 네이버 블로그 옛날옛적에

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을까?

내 기억 속 두 번째 인형은 못난이 인형 삼 형제다. 세 자매였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우리 집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으나 몇 번 손으로 만져보곤 금방 흥미를 잃었다.

내 기억 속에 못난이 인형은 이렇게 예쁜 옷을 입진 않았다 : 다음 카페 송화&김가은

모교로 교생실습을 나갔다. 

교사 연습생이 되어 바라보니 여고생들은 정말로... 낙엽이 구르는 것만 보아도 깔깔거리며 웃더라.

그 생기 발랄함 뒤에 한편으론 지나치게 진지하고 불안해하며 별 것 아닌 걸로 고민했다.

그 모든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이뻤다.

그리고 내 고등학교 시절이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웠는지! 그때서야 알았다.
여고시절 친구들과 함께 웃고 고민하면서 걸었던 발자국까지
교정 곳곳에 생생하게 찍혀 눈에 보이는 듯했다.

때론 밤을 하얗게 새우면서
시내를 걸어 다니며 친구와 무슨 얘기를 그리도 쏟아냈을까...

교생실습을 마치던 날...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쪼개, 내게 쪼르르 몰려와 함께 사진을 찍고,

내 키와 맞먹는 커다란 곰인형을 작별 선물로 품에 안겨줬다.

그 당시 그게 유행이었는지, 

학교 문을 나서는 교생실습생들의 절반 가량이 커다란 곰돌이를 안고 있었다.


아이들과의 추억이 담겨있기에 곰인형은 볼 때마다 미소를 짓게 했다.

하지만 내 침대에 올려 품에 안거나 베고 자는 일은 없었다.

당시 미술교사를 준비하던 친구와 함께 썼던 넓은 작업실 한쪽 구석에 

'추억의 상징'으로 놓여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진 줄도 모르게 사라졌다.

인형에 대한 보통 아이들의 태도와는 좀 달랐던 듯 싶다. 
왜 그랬을까?
학생들에게 받은 커다란 곰은 털이 길고 북극곰을 닮았다 : 네이버 블로그 오묘한 거리

그런데 이번에 휴게소에 들렀다가...

다른 때 같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했다.

나도 모르게 길 가 인형 코너에서 발길을 멈추다니...

내 안의 어린 여자 아이가 똑똑 문을 두드렸고...
어른인 나는 그 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발길을 멈추었다.
처음으로 인형들이 이쁘게 보였다.
휴게소 인형 : 사진 by연홍
휴게소 인형 : 사진 by연홍
휴게소 인형 : 사진 by연홍
인형은 내게 유치한(Childish) 어린아이
특히 '어린 여자아이'를 상징했다.

어릴 때 기억 속 엄마는 많이 아프셨다.

게다가 내 바로 밑으로 동생들이 있었기에 어리광을 제대로 부려보지도 못 하고,

어느 순간 조숙한 애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부모님은 그러지 않으셨지만, 친척과 동네 어른들이 무심코 뱉어낸

"계집애가 어디서..."

"여자는 뒤웅박 팔자다!"

같은 여성을 차별하는 말들을 들으면, 내게 한 말이 아닌데도 귀에 거슬리고 싫었다. 

일상에 배어있는 고정된 성역할의 불합리함에 대해 어린 나이에 일찍 눈을 떴다.  


<2>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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