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망각
히카르두 헤이스는 강 저편을 바라보았다. 불빛 몇 개는 꺼지고, 간신히 보이는 나머지 불빛들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부드러운 안개가 수면 위로 모여들기 시작한 탓이었다. 자네가 다시 오지 않은 건 짜증이 났기 때문이라고 했지. 맞네. 나한테 짜증이 나서, 그런 건 아니고, 계속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것 때문에 짜증이 나고 계속 피곤했네. 기억과 망각이 서로 잡아당기고 밀면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으니 말이야, 쓸모없는 싸움인 것을, 결국은 언제나 망각이 승리를 거두거든. 난 자네를 잊지 않았어. 한 가지 말해주지. 이 저울에서 자네 무게는 얼마 안 나갈 걸세. 그럼 어떤 기억이 자네를 계속 불러내는 건가. 내가 세상에 대해 갖고 있는 기억. 난 세상이 자네에 대해 갖고 있는 기억이 자네를 불러내는 줄 알았는데,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다니, 친애하는 헤이스, 세상은 잘 잊는다네. 자네한테 이미 말했잖아. 세상은 모든 걸 잊는다고. 자네가 잊혔다고 생각하나, 세상은 워낙 잘 잊어서, 이미 잊힌 것이 부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네. 그것 상당히 허세가 깃든 말인데. 당연하지, 이름 없는 시인보다 더 허세가 많은 시인은 없다네. 그렇다면 내가 자네보다 허세가 많겠군. 자네한테 아부를 할 생각은 없지만, 이 말은 해야겠네. 자네는 실력 없는 시인이 아니야. 하지만 자네만큼 훌륭하진 않지. 아니, 훌륭하네. 우리 둘 다 죽은 뒤에, 그때도 사람들이 우리를 기억하고 있다면, 아니 사람들이 우리를 기억하는 한, 저울 바늘이 누구 쪽으로 기울어지는지 살펴보면 흥미로울 거야. 그때는 우리가 무게에도, 무게를 재는 사람에게도 전혀 관심이 없을걸.
-주제 사라마구,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P418-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