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순간의 미학
찰칵, 사진은 ‘찰나의 미학’이라고 한다. 카메라라는 도구는 조리개와 셔터로 이루어져 있고, 그 기능중에 셔터는 빛의 광량을 시간이라는 순간으로 1초를 1/4000초로 나누어 순간적으로 셔터막을 닫는다. 20세기 사진계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자신의 사진철학을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vement)’이라고 말한다. 1952년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 사진집에는 다음과 같이 씌여져 있다. “이 사진집의 모든 사진을 촬영한 브레송은 언제나 그의 라이카를 휴대하고 있다. 그는 생애를 통하여 결정적 순간, 즉 역사적인 것, 감정적인 것, 아름다운 것을 탐구하고 있다. 결정적 순간을 만났을 때 그는 즉시 파인더 속에 사진의 구도를 내다보고 셔터를 누른다” 이처럼 그는 빛과 구도와 감정이 일치된 순간에 셔터를 누른다. 셔터를 누른다는 그의 결정적 순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내가 살아가는 일상은 사실 무료한 일상이었다. 누군가에게 시간은 지속인가? 단절인가?
<순간의 미학>이란 책에서 형이상학자 가스통 바슐라르(Bachelard)는 ‘순간’을 ‘시간의 원자(原子)’로 파악하고 베르그송 철학의 핵심적인 시간 개념인 ‘순수지속’의 개념을 과감히 비판하였다. 바슐라르는 인간의 사유체계라는 것들은 단절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것은 선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진 것이 아닌 수많은 순간들로 쪼개져(divide) 있다는 것이다. 이는 베르그송의 지속의 시간관과는 다르다. 같은 맥락에서 폴 비릴리오(Paul Virilio)가 느꼈던 것처럼 시간은 일반화된 시간이 아닌 개인화된 시간, 보편화된 시간이 아닌 추상적인 시간에서 우리는 어떻게 시간을 느낄까? “시간은 순간의 현실이라는 유일한 하나의 현실만을 갖는다. 달리 말하면 시간은 순간 안에 꽉 조여 있고 두 개의 허무 사이에 매달려 있는 현실이다. 시간은 지속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순간에 있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다른 순간으로 옮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미래는 허무일 뿐이며, 단지 과거라는 언어를 붙였을 뿐 이것이 왜 과거인지 왜 미래인지 설명해 주지 않는다” <순간의 미학, P21> 시간이 순간이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빠른 셔터의 경우, 물이 떨어지는 물방울의 사진이라든지 날아가는 야구공이 정지된 스포츠 사진에서 순간은 정지되어진다. 시간은 바슐라르의 말처럼 단절된 순간들의 집합이다. 이러한 단절된 순간들의 집합들은 타임랩스라는 기법을 통해서 시퀀스의 형식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각각의 순간은 다분히 개인적인 시간이고, 순간의 길이는 상대적이다. 느린 셔터의 경우, 계곡의 물의 흐름이 물줄기로 표현된 사진이라든지 야경의 불빛이나 별의 궤적을 장시간노출로 촬영된 사진은 시간이 점철되어진다. 이때 시간은 지속된 순간으로서 이어진다. 베르그송에 있어서 시간의 현실은 지속이고, 순간은 어떤 현실성을 갖지 않는 추상에 지나지 않는다. <순간의 미학, 38P> 순간을 주장하는 바슐라르와 지속을 주장하는 베르그송의 시간관에서 사진은 이 둘다의 시간을 말해준다. 여기(공간적) 지금(시간적)의 모습을 사진은 담고 있다.
표준렌즈의 경우, 보통 1/60초를 기본으로 한다. 1/60초 이하의 느린셔터를 사용할 경우 대부분이 흔들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흔들림이 없어야 포커스가 정확해지고 그래서 삼각대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고 거리에서 스냅샷을 찍을 때에는 1/60초이상의 빠른 셔터를 사용하게 된다. 또한 움직임이 있는 경우에는 1/250초 이상의 고속셔터를 사용해야 한다. 셔터가 움직임을 정지시킨다는 것은 흔들림 없는 포커스의 정확함외에 순간의 미학이 가지는 시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