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여운을 남기는 사진
영화와 사진이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접근 방식이 다른 점일 것이다. 영화가 소설이라면 사진은 시적이다. 영화는 스토리라면 사진은 순간(장면)이다. 그 장면은 여운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아름다운 순간을 보게 되면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멈춰서서 그 장면을 감상하게 된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아름다운 노을이 내 눈앞에서 펼쳐질 때 우리는 멈춰서기 때문이다. 매그넘의 창시자인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수많은 사진을 찍으며 삶의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려는 노력을 한 후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이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은 그 자체로 순간이지만, 사진을 볼때마다 여운을 주는 사진은(머리속에 잔상을 남기는 사진) 아마도 진행형의 사진이다. 좋은 사진은 스토리가 있는 사진이고 여운을 남기는 사진은 현재진형형이다.
누구나가 여운이 남는 사진을 찍고 싶어한다. 여운이 남는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단지 설명적인 사진이 아니라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것이 내 사진의 울림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만의 감성적인 스타일은 무엇인가? 비유적인 단어들과 함축적인 표현을 하는 시와 마찬가지로, 내 사진에는 어떤 함축적인 표현을 담아낼 수 있을까? 사진이 내포하는 함축적인 의미(스투디움)는 무엇인가? 롤랑 바르트는 이를 사진의 외연적 의미(denotation)와 함축적 의미(connotat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화면 안에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상징하기 위해선, 그리고 의미를 함축하기 위해선 사진은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여운을 남기는 사진이다. 평범함으로부터 특별함을, 설명적인 것으로부터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하는 것.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 이것이 사진이 어려운 문제이다.
산사의 범종에서 울리는 긴 여운의 소리.
강렬하진 않지만 은은한 향으로 서시히 스며드는 잔향.
현상하던 필름네가티브 떠오르는 잠상.
어두컴컴한 영화관을 빠져나와서도 머릿속에 남는 잔상.
사진이 가지는 힘은 아마도 잠상(潛像과 잔상(殘像)이 시적인 표현을 가능케한다는 것에 있다. 지금은 디지털카메라로 바로 바로 이미지를 확인할수 있지만, 아나로그 시절 사진은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를 하는 과정을 거쳤다. 내가 찍은 현실의 모습은 여러 과정을 거쳐 뇌리속에 각인된 잠상이 현상되어야만 다시 보게 된다. 첫 번째 현실은 눈으로 본 세상이고, 두 번째 현실은 필름에 남겨진 현실이다. 그리고 세 번째 그 현실은 잔상이 되어 다시 머릿속에 기억된다. 아마도 세 번의 과정을 통해서 마음속에 여운으로 남는다.
많은 사진을 찍고 많은 사진들을 선택하고(select), 그러나 그중 어떤 사진이 내 마음에 남는가. 누군가가 내 사진을 보고 어떤 사진이 기억에 남을까. 어떤 울림으로 어떤 여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