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내마음의 풍경
자연의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바삐 움직이는 도시의 일상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바라본 자연의 모습은 복잡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머리는 복잡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자동차와 사람들속에서 눈은 피곤하고, 고즈넉한 풍경은 그 자체로 쉼을 준다. 자연풍경을 주로 찍는 사진가들은 촬영포인트에서 멋진 자신만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새벽부터 나와서 삼각대를 설치하고 기다린다. 좋은 풍경은 아마도 몇날 며칠을 기다려서 촬영한 풍경사진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풍경사진작가들이 찍은 사진이 아니더라도 내마음의 풍경사진을 우리는 각자 담아간다. 사진에 담은 당시의 느낌은 바로 그의 마음의 풍경인 것이다. 그것이 잘 찍든 못 찍든.
대부분의 풍경사진은 일출과 일몰 직후에 만들어진다. 익산 성당포구마을에서 아침 7시, 안개가 자욱했었다. 오늘 구름이 많은 날인가, 그런데 구름이 많이 낀 날이 아니라 강가주변이라서 물안개 때문이었다. 오히려 흐린날이 풍경사진에서 더 좋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역시 사진은 365일 다른 풍경을 만들고 그런 자연은 내게 선물을 준다. 오늘은 이런 풍경으로, 내일은 또 다른 풍경으로 내게 보여준다. 내게 기억이 남는 장면은 무엇일까?
안견(安堅)의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조선시대의 산수화이다. 중국 후난성(湖南省) 소수(瀟水)와 상수(湘水)가 합류하는 곳의 경치를 여덟 폭으로 그린 산수화를 소상팔경이라고 말하는데 안견의 소상팔경도는 소상팔경을 주제로 8폭의 산수화이다. 「소상팔경도」의 여덟 장면은, ① 산시청람(山市晴嵐), ② 연사모종(煙寺暮鐘) 또는 원사만종(遠寺晩鐘), ③ 원포귀범(遠浦歸帆), ④ 어촌석조(漁村夕照 또는 漁村落照), ⑤ 소상야우(瀟湘夜雨), ⑥ 동정추월(洞庭秋月), ⑦ 평사낙안(平沙落雁), ⑧ 강천모설(江天暮雪) 등으로 구성되었다. 산수화의 전통에서도 보듯이 대부분의 풍경은 일출이나 일몰에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그림같은 풍경사진을 보면 “와”하고 탄성을 자아내지만, 사실 이 사진은 완전 달력사진용이야, 이 사진은 포토샵으로 만들어낸거 아닌가, 이 사진은 바탕화면 배경용이다. 그런데 내 마음을 울리는 풍경사진은 어떤 것일까? 사진가는 자신만의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만들기 위해서 오랜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다. 이렇게 힘들게 찍은 사진도 보는 사람에겐 금방 새로운 사진으로 잊혀지기 마련이다.
#산수화로 배우는 풍경사진을 20회 중앙일보에 연재한 주기중 기자의 글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풍경에 관한 좋은 글이 많으니 검색해서 찾아보시면 좋을 것이다. “[산수화로 배우는 풍경사진] 18회-비울수록 아름다운 미니멀리즘”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수잔 손탁은 “사진은 아름다움을 창조하기도 하지만 고갈시키기도 한다”며 소재주의와 탐미주의에 빠진 풍경사진가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철학이 없는 풍경은 공허하다. 소재가 떨어지면 바닥을 드러내고, 이러한 풍경사진의 위기는 동양미학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청나라 때 화가이자 비평가인 심종건(沈宗騫)은 시대를 아우르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무릇 ‘華(화)’라는 것은 아름다움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고, ‘質(질)’이라는 것은 아름다움이 안에 감추어진 것이다. 그러한 즉 아름다움이 밖으로 드러난 華(화)는 한때 널리 떠다니는 허황한 명성을 얻지만, 아름다움이 안에 감추어진 質(질)은 천고에 알아주는 사람을 얻는다.”
비울수록 내성이 줄어듭니다. 단순할수록 아름답습니다. 위기에 처한 풍경사진의 답을 미니멀리즘에서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