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내 탓이오, 장비 탓하지 마라
고등학교때 처음 접한 카메라는 올림푸스 PEN EE3, 내년이면 30년인 88년 카메라 캐논 AE-1으로 사진을 시작해 아르바이트 해서 산 캐논 T-90, 캐논 EOS 1, 현재 쓰고 있는 카메라도 캐논 5D Mark3까지 장비도 많이 발전했다. 예전에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카메라는 정말 갖고 싶어도 그림의 떡이었지만, 요즘은 돈의 가치가 달라진 것 같다. 물론 24개월 할부로 사면 되니깐. 핸폰의 기능도 정말 눈에 띌 만큼 좋아지고, 핸폰의 가격도 100만원이 넘으니 말이다. 장비가 가지는 한계는 존재한다. 비싼만큼 값어치는 하지만, 사실 그 기능도 잘 알고 사용하지 않고 보통 쓰던 기능만 쓰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이 잘 안나오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장비탓을 한다. 이 장비로는 찍을수 없는 것, 그러나, 장비가 가진 한계를 역으로 이용할 수는 없을까. 내가 가진 장비의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장비가 가지는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수는 없는 것일까.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50mm 표준단렌즈로 촬영했다고 한다. 그가 망원이나 광각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50mm 표준단렌즈가 가지는 미학적인 면일 것이다. 유진 리차드나, 현대 사진가들은 오히려 광각을 선호하기도 한다. 각각의 장비들이 가지는 스타일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모든 것이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다시 말하면 문제는 나에게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내가 어떤 생각과 어떤 태도로 하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나는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사진촬영의 앞서 어떤 조사를 하고 어떤 기획을 하기 위해서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는가? 무작정 촬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 팩트체크는 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대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였는가? 그들과 나는 어떤 관계인가? 현장분위기와 대상과의 친밀도를 가지고 있는가? 나는 어떤 목적으로 촬영하고 있는가? 그들을 소재로만 파악하고 있지는 않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진을 찍고 있는가? 등등 모든 문제는 내게 있다. 카메라는 그 목적에 부합하는 수단일 뿐이다. 결국 장비는 나의 생각을 잘 전달하고 있는가? 나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있는가?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 쓰는 말이다. 그 원인을 항상 다른 사람이나 환경, 상황탓으로 돌렸던 내 자신을 반성하면서 사진의 과정은 항상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된다. 우리는 반성과 성찰 그리고 실천을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안일한 자세로 그저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지 않는가. 남의 생각, 남이 제시한 답을 따라 사는 것이 아닌, 스스로 묻고 선택하여,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
혼자서 왔다가 혼자서 가는 길
누구나 저 혼자만의 삶을 산다.
누구도 대신해서 삶을 살아줄 수 없고,
산을 올라 줄 수도 없고
길을 걸어갈 수도 없다.
모두다 저마다의 길이 있고, 그 길을 누구나 외롭게 간다.
여기저기로 길은 뻗어 있는데,
그 길의 입구는 좁아 보이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길 앞에서
망설이거나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것이 항상 문제다.
“땅위엔,
크고 작은 길이 무수히 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길 향하는 곳은 오로지 하나,
말을 타고 갈 수도, 차를 타고 갈 수도
둘이서 혹은 셋이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걸음은
오직 홀로 걸어야 하는 것.
그러기에 아무리 괴로운 일일지라도
스스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이 세상에 없다.“
헤르만 헤세의 <홀로서>라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