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41. 빛을 낚아채다

by 노용헌

‘낚아채다’라는 말이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독수리눈’처럼 매서운 눈을 가진 사진가는 빛의 변화에 민감하다. 때로는 빛의 민감한 변화를 기다리기도 한다. 눈 깜짝할 사이의 먹잇감을 기다리는 독수리처럼 카메라는 4000/1초로 찰칵소리와 함께 촬영된다. 사진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빛의 변화에 따른 상황의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인상주의 화가들도 이러한 빛의 변화를 물감으로 표현하였고, 사진가는 은염에서 디지털 픽셀로 표현한다.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진가에게 빛은 중요한 물성이자 구성의 필수적인 요인이다. 그 빛을 ‘낚아채다’라는 것은 사진가에게 있어서 ‘기다리다’가 될 것이다. 사진가는 좋은 빛을 만나기 위해서 기다린다. 물론 인공조명으로 기다리지 않고 만들어 낼수도 있겠지만, making photo가 아닌 taking photo에선. 기다림의 연속은 강태공이 세월을 낚는 것처럼, 사진가는 빛을 낚아챈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은 ‘광선과 구도와 감정이 일치된 순간’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사진은 어떤 사실의 의미와, 그 사실을 시각적으로 설명하고 가리키는 형태의 엄격한 구성이 한순간에 동시에 인지되는 것이다.’ 현실의 어떤 순간을 낚아챈다는 것이 사진기자 또는 사진가의 ‘포착’인 것이다. 사진에서 빛을 ‘낚아챈다’는 것은 순간을 ‘포착한다’는 것이다. 순간포착[瞬間捕捉]이란 셔터와 조리개를 이용하는 사진의 대명사인 것이다. 일상 속 예상치 못한 우연한 순간을 카메라는 순간 정지시킨다. 이것이 사진의 매력이다. “사진은 영원을 밝혀준 바로 그 순간을 영원히 포획하는 단두대이다.” 2004년 8월 3일, 수많은 ‘결정적 순간’을 목격했던 눈을 감고 평온히 숨을 거둔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묘비에 새겨진 글귀는 그의 ‘찰나의 순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영혼의 순간을 포착하는 일이 브레송 필생의 임무였다.’ -피에르 아슐린-


카메라는 빛을 낚아채고 사진은 사람의 마음을 낚아챈다.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사진가는 빛을 낚아챈다. 사진가는 빛을 낚는 어부이다. 빛을 대하는 사진가의 마음, 사람을 대하는 마음, 마음을 낚아챈다는 것은 사실 쉬우면서 어려운 말이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무언가 내가 동[動]한다는 것, 내가 움직인다는 것, 그것은 빛을 낚아챈다는 것이다. 사진가는 스스로 동[動]하며 그 사진을 보는 감상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사진가는 빛으로 노출을 결정한다. 1930년대에 안셀 아담스(Ansel Adams)와 프레드 아처(Fred Archer)는 흑백사진에서 노출과 현상조절에 대한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존 시스템(Zone System)을 고안해냈다. 사진가는 피사체의 노출범위를 측정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원하는 인화상의 톤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다. 존 시스템은 11개의 존(Zone 0 - Zone X)으로 나뉘어진다. Zone 0은 인화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어두운 검정톤이고 Zone X는 인화지 베이스가 갖는 순백색이다. 하이라이트(Zone X)와 셰도우(Zone 0)사이의 단계별 빛의 변화를 읽어내는 몫이 사진가에게 달려 있다. (어두운 부분을 더욱 어둡게, 밝은 부분을 더욱 밝게) 피사체는 빛의 위치와 양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장소라도 시시각각 다르다. 훌륭한 사진가는 빛이 대상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잘 읽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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