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39.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by 노용헌

2002년 동아일보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변변치 못한 프리랜서 생활로 생활이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10년을 야인생활을 했고 그때의 어려움들이 소중한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2006년 미술관에서 사진을 찍는 아르바이트를 한 일이다. A신문사의 대형기획 전시회에서 매일 그날의 VIP손님과 행사를 사진을 찍고 인터넷 페이지에 올리는 일이었다. 내가 성찰하게 되었던 두 가지 점이 있다. 그중 첫 번째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고, 그래서 일 자체가 무료하고, 내가 왜 찍고 있는가하고, 단지 밥먹기 위해 사진을 하고 있는가하는 자괴감등이 생겼고, 그러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 오늘은 카메라 테스트를 하고, 내일은 렌즈 테스트를 하고, 그 다음날은 스트로보를 사용해보자. 대학을 들어가기전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내가 알고 있는 사진기술은 다 틀렸다고 생각하고 다시 점검, 배우는 자세로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니, 지루했던 사진일은 일이 아니라 나름 배우는 학생으로 돌아가게 되어 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공부로 다가오게 되었다. 사진에 대한 공부는 끝이 없고 지금도 하고 있다. 두 번째는 미술관에 관람한 사람들을 촬영하는 일이라 초상권에 대한 문제였다. 나는 미술관 직원으로 채용된 사진가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사실 모르는 사람을 그 사람의 허락이 없이 촬영한다는 것은 여간 문제가 아니다. 내가 찍는 셀카가 아닌 이상 다른 이의 얼굴을 찍는다면 사실 그의 허락을 받고 촬영하는 것이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스냅사진의 경우 일일이 물어보기도 전에 촬영되는 것이 그것에 대한 딜레마이다. 다른 일반 전시가 6시정도면 문을 닫지만, 대형 기획 미술전시회라 평일 9시까지 야간에도 열었다. 물론 나도 그만큼 퇴근이 늦지만, 당시 저녁 시간이 되면 미술관에 오시는 A신문사 회장님과의 인연이었다. 그 회장님은 사진찍는 것이 회사경영의 스트레스를 사진으로 푸시는 듯 했었다. 그리고 많은 사진들을 촬영하였고 전시장이 문을 닫으면 그 사진들을 집에서 동영상으로 편집해서 TV모니터에서 새벽까지 자신이 찍은 사진동영상을 감상한다는 것이었다. 회장님의 사진은 모두 관람객의 얼굴을 정면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라 모두 뒷모습이었다. 그는 뒷모습을 찍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도 회장님의 영향으로 이제는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직종이 바뀌게 되는 시기였던 것 같다.

사람의 얼굴은 여러 가지 표정을 담고 있고, 그것이 그의 내면을 조금이라도 느낄수 있는 척도이다. 그러나 때론 무표정의 얼굴 속에서 더 큰 내면을 읽기도 하며, 옆모습이나 뒷모습에서도 그의 분위기를 읽기도 한다.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읽을까. 뒷모습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하고 생각해본다. 어쩌면 뒷모습은 과거를 이야기해줄지도, 그가 걸어온 현재까지의 과거의 모습, 그림자와 마찬가지로 그의 진정한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예전 읽었던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란 책이 생각난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은 채희동 목사가 이 땅을 뜨기 전 18개월 동안 <생활성서>와 다른 잡지에 실었던 글을 모아서 묶은 유고집이다.

"……

앞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보다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더 좋습니다.

우리의 어머니는 언제나 우리에게 뒷모습만 보여 주셨습니다.

밥 짓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걸레질하고, 물 긷고 밭 매고…….

……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신새벽에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아저씨의

뒷모습으로 거리의 깨끗함과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남모르게 가난한 이들을 돕는 손길에는 요사스러운 앞모습이 아니라

이름도 얼굴도 없는 뒷모습만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신 것은 하늘의 영광을 비추는 앞모습이 아니라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뒷모습이었습니다.

화사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땅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뿌리가 있어야 하듯이,

새 생명은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통해 오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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