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곳
결국 환경 곧 물리적 공간, 빛, 벽은 아무 상관이 없다. 그곳이 맑은 하늘 아래 있는지 빗속에 있는지 여름날 맑은 물속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차 안인지 자동차 안인지, 해파리 떼처럼 여기저기 퍼져 있는 여러 모양의 구름들을 뚫고 날아가는 비행기 안인지는, 머물기보다 나는 늘 도착하기를, 아니면 다시 들어가기를, 아니면 떠나기를 기다리며 언제나 움직인다. 쌓다가 푸는 발밑의 작은 여행 가방, 책 한 권을 넣어둔 싸구려 손가방, 우리가 스쳐 지나지 않고 머물 어떤 곳이 있을까?
방향 잃은, 길 잃은, 당황한, 어긋난, 표류하는, 혼란스러운, 어지러운, 허둥지둥 대는, 뿌리 뽑힌, 갈팡질팡하는.
이런 단어의 관계속에 나는 다시 처했다. 바로 이곳이 내가 사는 곳, 날 세상에 내려놓는 말들이다.
-줌파 라히리, 내가 있는 곳, P189-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