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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113

행복을 느낀 순간

by 노용헌


“나뭇잎을 본 일이 있는가?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을.”

“그럼.”

“며칠 전에 낙엽을 한 잎 본 일이 있지. 노란 잎인데, 푸른색이 약간 남아 있고, 앞 부분이 시들어져 있더군. 바람에 떨어졌던가 보지. 이럴 때는 겨울 날 흔히들 줄기가 보이는 푸른 잎에 햇빛이 쨍쨍 쪼이는 것을 상상하곤 했지.”

“그건 무슨 뜻이지? 비유比喩?”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할까? 비유는 아닐세. 어디까지나 나뭇잎 얘기지. 나뭇잎은 좋아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좋지.”

“그럼, 모든 것이,.....이를 안 사람은 행복하게 되지. 당장에 행복해져 버리는 거야......”

“그러나 굶어 죽어가는 사나이는 어떨까? 그들도 행복하다는 것인가?”

“그렇지. 아들을 위해 자기 머리를 깨부수는 사나이라고 해도 행복하긴 매일반일세. 인생 만사 나쁜 일이라고는 없네.”

“자기가 그토록 행복하다고 알게 된 때가 언제던가?”

“방안을 거닐고 있었지. 시계를 멈추었네. ....세 시간 23분 전이었네.”


-도스토예프스키, 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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