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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09.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3. 사진적으로 바라본다

오늘날 사진은 DSLR의 보급으로 전국민이 누구나 사진을 쉽게 접할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노출과 초점에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똑같은 수준에서 출발한다. 수동카메라로 정확한 초점과 노출을 만드는 것, 현상하고 인화하는 등등 기술적 매카니즘이 전문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었다. 이제는 장비가 좋아야만 좋은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다. 장비를 탓하는 것은 이제 변명에 불과해졌다. 좋은 사진과 나쁜 사진의 차이는 돈이나 기회의 부족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에 있다. 말하자면 사진가가 그의 피사체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린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사진가는 ‘사진적으로 볼’ 줄 아는 반면 경험이 부족한 사진가는 그렇지 못한데, 사진적 시각으로 볼 줄 알아야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사진적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대상을 바라보는 것은 시각이미지에 대해 공부에서 출발한다. 사진이 하나의 시각언어로 ‘본다’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때 잘 전달할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실망시키거나 판에 박힌 듯 시시할 때 우리는 ‘사진의 입장으로 볼’ 줄 몰랐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는 것과 렌즈를 통해 보는 것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사진적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사진적으로 본다는 것, 사진가는 “어떤 방식으로 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본다고 하는 것(way of seeing)은 매우 주관적인 일이다. 즉 서로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환경, 교육 수준, 훈련 상태, 관심, 취미 등에 따라 서로 다르게 볼 뿐만 아니라, 같은 피사체, 같은 상황도 다르게 보고 해석되어진다. 가령 한 누드모델을 앞에 대하고, 인류학자, 외과의사, 평범한 젊은이, 등 각각 그들의 관점에서 달리 반응할 것이다. 아마 각자는 인류학적인 측면, 해부학적인 측면, 음탕한 생각, 심미적인 관점에서 다르게 표현할 것이다.      


존 버거의 이미지시각과 미디어에는 본다는 것의 기호와 위상을 진단하고, "길들여진 시각"을 깨닫게 한다아울러 미디어의 발전을 둘러싼 소유 의식과 억압에 대해서도 동시대적 고찰을 마련하고 있다이는 시각의 재현인 회화에서 비롯사진(카메라), 광고와 영화에 이르기까지 예술 전반에 이르는 것으로서 전제되고 있는데존 버거의 책은 보는 것으로 이루어진 텍스트 연구지만이러한 미술사적 접근은 통시적․ 공시적으로 인간 활동 전체의 연관 관계를 파악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사진의 등장 이후 영화 역사 일 백년이 지난 오늘날 영화예술의 지표를 찾기 위해 우리에게 던져진 이 화두만큼 적절한 문제의식은 없을 것 같다. 1)


1) 『이미지, 시각과 미디어(Ways of Seeing)』, 존 버거 저, 동문선 출판사      


이미지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카메라를 통해서 많은 이미지들을 찍고 양산해 낸다. 과연 ‘본다’라는 것의 위상은 무엇인가? 우리는 카메라를 통해서 세상을 ‘본다’. 단순히 카메라라는 매개를 통해서 보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사진적인 시각이란 과연 무엇인가?    

  

중세에 가장 중요한 감각은 청각촉각시각의 순이었다고 한다롤랑 바르트에 의하면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원근법이 확립되자 시각이 우리의 감각과 인식의 근본이 되었다고 한다흔히 우리가 본다(See)라고 할 때 그것은 망막에 비치는 있는 그대로의 상을 의미한다그러나 현상학적 측면을 벗어나 보면이는 시야가 있고 인간의 해석에 의해 "선택"된 시각 세계임을 알 수가 있다이렇게 인간에 의해 재생산된 시각-이미지는 구체화된 사물의 시각과 판단과 지각에 의해 이루어져 반드시 개인의 견해가 포함되어 있다더욱이 시각이 예술작품으로서 재현되었을 때우리는 예술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관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상태에서 시각을 대한다즉 미진리재능문명형태지위기호 등에 따른 개인적 판단이나 사회 관계도덕적 가치가 존재하는 세계의 억압과 합치되는 것만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따라서 시각에서 중요한 것은 속박되어 있는 관념이나 이데올로기(시각의 환경)로부터 우리의 기억과 사고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그럼으로 인해 보는 이의 눈과 지성에 의존하더라도 '객관적 진실'이 드러날 수 있도록 자연스러움을 획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


2) 『이미지, 시각과 미디어(Ways of Seeing)』, 존 버거 저, 동문선 출판사     

 

사진가에 의해서 해석된, 선택된, 재생산된 시각은 과연 “사진적인 것(The photographic)3)”인가? 사진가는 사진적인 행위를 통해서 사진적인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왜 사진을 찍는가에 대한 답으로 “있는 그대로(ca a ete)”를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회화적으로(Pictorial)”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예술적으로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 더 아름답게 보여주려고 한 것인지는 사진가의 생각, 행위, 의도, 스타일에 달려 있다.


3) 뒤부아의 '사진적 행위(L'acte photographique: 단순히 결과물로 나타난 물질적인 사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사진적인 방법(특히 카메라)을 이용하여 창작적 행위를 실행하는 과정을 지칭. 사진은 이러한 사진적 행위로 나타난 생성물로서의 '흔적'이다)', 클라우스의 '사진적인 것(The photographic: 사진적 행위와 동일한 의미)'과 같은 사진 담론들은 공통적으로 사진을 우리가 감지할 수 없고 부재하는 무엇을 지시하는 존재의 기호로 이해하고 있다.(이경률, 2002, 90~92면)


위의 사진은 2008년 5월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광우병 촛불시위의 모습이다. 오른쪽의 사진은 느린셔터로 촬영한 것으로, 촛불행진의 모습이 빛의 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사람들의 모습보다는 그 촛불의 흐름을 달리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보듯이 기록의 의미보다는 사진가의 내적인 표현이 강조되고 있다. 두 사진이 다른 표현 방법을 통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다르게 전달되고 느껴진다.     


나는 극히 적은 사람들을 위해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아마 단 한 사람더 이상은 기대하지 않는다. 몇몇 사람들또는 한 사람을 위해서나는 결국 말할 것이다다른 미디어에 관해서가 아니라 그리고 사진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운다그 다음 당신은 이미 말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말하려고 할 것이다. 사진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한계를 깨달아라. 형태에 의해 억제되지 않는 예술가는그가 그의 최초의 감정을 국한해야 하는 범위 안에서창조적인 것을 할 수 없었다. 사진가는 그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그의 카메라 사이즈에 의해 제한되고그의 렌즈의 초점거리건판이나 필름의 정도그리고 사용하고 있던 프린팅 과정들이 한계 내에서 충분히 말할 수 있고그 이상은 어느 정도까지 만이다 -- 왜냐하면 사진은 시작한지 얼마 안 된다. 4)


4) PhotographyNot Pictorial, Edward Weston, Camera Craft, Vol. 37, No. 7, pp. 313-20, 1930     


위의 웨스턴의 글에서처럼, 그는 사진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진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한계를 깨닫는 것은 사진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만 사진적으로 표현이 가능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진은 그 특성상 카메라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순간적으로 기록되는 예술이다. 따라서 사진의 모든 과정, 노출, 현상, 인화라는 과정을 통해서 작가가 표현되는 사진적 표현을 미리 계획하고 구성하는 사진적으로 바라보는 것, 사진적인 시각seeing의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좋은 구성은 단지 주제를 보는 가장 강한 방법이다. 그것은 가르쳐질 수 없다 왜냐하면모든 창조적인 노력처럼그것은 개인적인 성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른 예술가들과 같이 사진가는 그의 주제에 그 자신의 반응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그의 완성된 프린트를 원한다. 이 목적의 수행에서그의 가장 큰 장점은 그가 사용하는 과정의 단순명쾌함directness이다. 그러나 이 이점은 만일 그가 최소한의 필요한 것에서 그의 장비와 기술을 단순화하고그의 접근을 모든 공식예술-교리규칙그리고 금기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면 단지 유지될 수 있다. 그때서야 그가 살고 있는 세계의 성질을 드러내고 발견하는 것에서 사용하기 위한 그의 사진적인 시각sight을 발휘할 수 있다. 5)


5) Seeing Photographically, Edward Weston, The Complete Photographer, Vol. 9, No. 49, pp. 3200-3206, 1943       


또한 웨스톤은 사진적인 시각seeing의 기술이 주제 내용과 구성의 분야에 어떻게 적용하는지에 관해 설명했다. 작가의 주제의식은 사진이라는 매체로 가장 극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서는 카메라 렌즈라는 눈으로 바라보는 사진적인 시각을 이해하고 관찰하고 표현하게 될 것이다.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사진만이 가지는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파이닝거(Andreas Feininger)는 “좋은 사진을 만든다는 것은 피사체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을 말한다. 진지한 관심 없이 찍은 사진은 지루한 일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세상을 향한 열린 마음과 애정을 가지고 사진을 찍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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