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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09.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4. 사진가란?

나는 작가인가, 예술가인가, 사진사인가, 사진가인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진가인가? 왜 사진을 찍고 무엇을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 표현하려 하는 것인가? 사진가는 카메라라는 도구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본다. 사진가의 눈은 렌즈를 통해서 세상을 인지한다. 뉴욕현대미술관의 큐레이터인 존 자코우스키는 ‘사진가의 눈’이란 제목의 전시회를 통해서 다른 예술매체가 갖지 못한 사진만의 고유한 문법을 체계적으로 밝힌 이 전시회는 이제까지 우리가 사진을 바라보던 시선을 바꿔놓았다.     


사실 사진은 다른 어떤 매체와 비교할 수 없이 사실적으로 대상을 재현할 수 있는 기계적 특성을 갖고 있다그러나 단순히 사진이 대상의 재현에 불과하다면 그것은 복제일 뿐이다사진은 발명 이래 한번도 1+1=2라는 산술학에 복종한 적이 없었다벽에 걸린 괘종시계는 사진에 찍히는 순간 더 이상 괘종시계가 아닌 것이다사진은 현실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함과 동시에 어떤 의미를 창출한다그 의미가 환기하는 공감의 벽이 커지면 커질수록 사진의 힘은 극대화된다사진이 예술로 등극하는 시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1)


1) 박태희, 월간사진 2006년 1월호


로베르 드와노, 노트르담 성당 앞의 남자, 1956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 다른 어떤 매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않고 왜 사진으로 표현하려 하는가? 사진이 다른 점은 무엇인가? 사진이 다른 장르와 달리 독특한 특성은 무엇인가? 사진이 바라보는 것과 그들이 그 방법으로 보는 이유에 대한 연구로서 존 자코우스키의 ‘사진가의 눈’ 서문에 썼던 글을 통해서 사진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가 이 글에서 사진에 관한 이슈를 5가지로 보았다.   

   

1. 사물 그 자체 The Thing Itself     


사진가가 배웠던 첫번째 것은 사진이 현실을 다루었다는 것이었다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그것을 마음에 새겨야 했다그가 하지 않는 한사진은 그를 좌절시킬 것이다그 세계 자체가 비교할 수 없는 창의력이 풍부한 예술가이고그 최고의 작업과 순간을 인지하고그것들을 예상하고그것들을 분명하게 하고 그것들을 영원하게 하고민감하고 유연한 지성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그는 배웠다

     

그러나 그는 그의 사진들의 사실성factuality어떻게 하든 설득력 있고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는그 리얼리티 그 자체보다 다른 것이었다는 것을 또한 배웠다. 리얼리티의 많은 것은 정적인 거의 흑백이 아닌 이미지에서 걸러내었다, 그리고 그것의 약간은 과장된 중요성부자연한 명쾌함과 함께 전시되었다. 그 주제와 사진은 같은 것이 아니었다비록 그것들이 그후 그렇게 보일지라도. 그것은 그 전의 리얼리티가 아니라 후자에 관해서 그의 선택을 하기 위해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스틸 사진을 보는 것이 사진가의 문제이었다. 2)


2) The Photographer's Eye, John Szarkowski, Introduction to the Catalog of the Exhibition    


자코우스키가 ‘사물 그 자체’의 특성을 설명하는 글에서 우리는 사진가가 사물을 관찰하고 발견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사물 그 자체를 찍은 사진의 재현은 사물의 리얼리티를 과연 표현하고 있는 것인가? 사진가가 관찰하고 발견한 리얼리티는 프린팅이란 과정을 통해서 사진의 리얼리티는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진에 찍힌 것이 진실이라는 믿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고, 사진의 진실성에 대해선 좀 더 고민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대상이 되는 사물 그 자체는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다만 사람의 생각과 느낌이 그 대상을 차별한다." <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의 이 말에서처럼, 사물 그자체로만을 사진은 찍고 있지만 그 속에 잘 드러나지 않은, 별것 아닌 존재에 숨어있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워커 에반스의 다큐멘터리 사진이나, 이퀴벌런트의 상징적 요소를 보여주는 마이너 화이트의 심상사진은 사물을 관찰하는 사진가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사진가는 대상을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사물 그 자체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 가능하고, 디테일을 발견하고, 이 과정에서 시공간, 프레임과 시간을 통해 자신의 시점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이것이 사진가의 다섯가지 특성일 것이다.        

   

2. 디테일 The Detail


사진가는 사물의 실제facts에 관련되었다그리고 그것은 진실을 말하기 위해 사실facts을 끌어내는 것은 그의 문제이었다그는스튜디오의 밖에서진실을 배치할 수 없었다그가 그것을 발견했을 때 그는 단지 그것을 기록할 수 있었고그것은 파편이 되었고 불명(不明)한 형태--스토리로서가 아니라산만하고 암시하는 단서로서--의 자연에서 발견되었다. 사진가는 일관성이 있는 이야기narrative로 이 단서를 모을 수 없었다그는 단지 단편을 분리할 수 있었고그것을 기록할 수 있었다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약간의 특별한 의미단순한 묘사를 넘었던 의미를 주장한다강력한 명쾌함과 함께 사진은 그 주제가 결코 전에 정확히 보지 못했던 평범한 것trivial을 기록했었다그것은 사실 아마 평범한 것이 아니라발견되지 않는 의미로 가득 찼다. 만일 사진들이 스토리로서 읽을 수 없다면그것들은 상징으로서 읽힐 것이다. 3)


3) The Photographer's Eye, John Szarkowski, Introduction to the Catalog of the Exhibition      


사진은 시각적인 이미지의 언어이다. 사진은 그 내용상 언어적이라기보다 비언어적인 느낌, 분위기(아우라)를 전달한다. 그 요소 중에 하나가 디테일이다. 미술에서 명암, 질감, 양감이 기본요소라 한다면 사진에서 디테일을 그만큼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사진의 디테일은 ‘현실의 파편’이다. 다시 말하면 현실의 한 부분으로서 ‘현실의 기호’, ‘현실의 정보’, 현실의 한 단면을 제공한다. 


알베르트 랭거파츠의 신즉물주의 사진이나 에드워드 웨스톤이나 앤셀 아담스의 F64그룹의 사진의 디테일은 사진이 주된 느낌을 만들어낸다. 위의 웨스톤의 피망 사진은 피망의 디테일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피망의 디테일은 ‘현실의 파편’만이 아니라 그 분위기인 여성의 몸을 유추하게도 만든다.     


3. 프레임 The Frame     


사진가의 사진이 기획되는conceived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므로그의 주제는 결코 정말로 분리되지 않고결코 전적으로 독립적으로 되지 않는다. 그의 필름의 가장자리edges는 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의 경계를 정했지만그가 촬영했던 주제는 또 다른 것이었다그것은 4개의 방향에서 미친다. 만일 사진가의 프레임이 두 개의 형상figures들에 둘러싸였다면그들이 서 있었던 군중으로부터 그들을 분리하면서그것은 전에 존재하지 않고 있었던 그 두 형상들 사이의 관계를 만들었다.  4)


4) The Photographer's Eye, John Szarkowski, Introduction to the Catalog of the Exhibition 

   

존 자코우스키는 “사진 안에 있는 것과 밖에 있는 것을 구분하는 프레임은 그 안에 있는 것에 관중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무엇을 넣고 무엇을 뺄지 결정하는 행위야말로 사진의 중심 행위”라며 프레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질 페레스의 이 사진은 혼란을 보여준다. 그 구성은 4개의 같은 부분들로 적절히 나눠진다. 형상Figures들은 스케일에서 앞뒤로 만들고 있는 아찔한 변화와 4개의 정방형의 안밖으로 움직인다. 똑같이 동요시키는 것은 누구의 턱의 더 낮은 전경에 머리와 지평선을 기울였다, 카메라로부터 잘렸고, 머리위의 기호에서 다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코넬 카파는, 동료 사진가와 저널리스트, 이란에 대한 페레스의 사진들이 “훌륭한 시각적인 신경과민... 아스피린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썼다. (Cornell Capa, Telex Iran, 1983) 페레스의 파격적인 프레임은 각 사람이 다른 방향에서 보고 있는 것들을 한 프레임에서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초점을 맞추기 위해 검은 천을 둘러쓰고 프레임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 자체로 스릴이다. 카메라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그라운드 글라스 위에 맺히는 이미지의 변화를 보는 것은 계시와도 같은 순간이다. 사진가는 탐험가가 된다. 그리고 마침내 완벽한 이미지를 발견한다.” -에드워드 웨스턴     


4. 시간 Time    

 

순간적인 사진으로서 그런 어떤 것도 사실상 없다. 모든 사진들은 더 짧거나 더 긴 노출의 시간을 가진다그리고 각각은 분리된 한parcel 시간을 묘사한다이 시간은 항상 현재이다. 그림pictures의 역사에서 유일하게사진은 그것이 만들어졌던 단지 시간의 그 기간을 묘사한다사진은 그 잔존하는 것relics을 통한 과거그 현재에 보이는 예언prophecy을 통한 미래그것이 그 현재에 존재하는 한 단지 과거와 미래를 언급한다. 5)


5) The Photographer's Eye, John Szarkowski, Introduction to the Catalog of the Exhibition      


까르띠에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이란 표현과 함께 시간에 대한 고찰을 생각하게 한다. 사진은 셔터라는 기능으로 시간을 고정시킨다. 그것은 짧거나 긴 노출을 통해서 시간의 한 단면을 고정시킨다. 결정적 순간에 일어나는 것은 드라마틱한 클라이막스가 아니라 시각적인 것이다.     


베트남 전쟁을 떠올릴 때 우리는 동영상보다는 사진들을 먼저 떠올린다. 베트남 전쟁의 "결정적인 순간"은 시간이 멈춰버린 가장 중요한 순간들이 우리의 집합적 기억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사진들처럼 시각적인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가. 불쌍한 Kim Phuc의 이미지는 단 1초도 안 되는 순간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순간으로 고정되어 버린다. 사진은 순간을 고정시키기 때문에 한 순간의 감정을 강력하게 전달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문맥(context)을 전달하지는 못하는 단점 또한 가진다. 그러나 사진은 이미지의 의미를 반복해서 환기시킴으로써 순간적인 장면을 문맥(context)속에서 읽히게 한다.  


5. 시점 Vantage Point  

   

많은 것은 사진의 명쾌함에 대해 말했었지만그 애매함obscurity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고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의외의 시점vantage point에서 우리가 보길 가르쳤었던 사진이고그 내러티브 의미를 억누르는 동안그 장면scene의 느낌을 주는 사진들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필요성에서 사진가들은 그것들을 이용할 수 있는 옵션들로부터 선택한다그리고 종종 이것은 배우의 등을 보여주고 있는 무대proscenium의 다른 측면들로부터 사진들새의 시선이나 벌레의 시선으로부터의 사진들또는 극도의 원근법으로 그리는 것에 의해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에 의해또는 익숙지 않은 빛의 패턴에 의해또는 행동이나 몸짓의 외관상의 애매함에 의해 주제가 왜곡했던 사진들을 의미한다. 6)


6) The Photographer's Eye, John Szarkowski, Introduction to the Catalog of the Exhibition

     

사진가는 대상을 명확하게도 애매하게도 바라볼수 있다. 또한 객관적인 관점이 아니라 주관적인 관점으로 대상을 바라볼 수도 있다. 그래서 자코우스키는 “사진가에게 유일한 자유란 시점을 선택하는 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사진가의 관점은 사진가의 태도나 방향에 의해서 결정된다. 시점은 사진가가 카메라를 앞에서 찍을 것인지, 뒤에서 찍을 것인지, 오른쪽에서 찍을 것인지, 왼쪽에서 찍을 것인지, 위에서 찍을 것인지, 아래에서 찍을 것인지, 와이드로 찍을 것인지, 클로즈업으로 찍을 것인지 대상을 보는 위치, 표현에 달려 있을 것이다. 따라서 무엇을 볼 것인가? 어떻게 볼 것인가를 사진가는 결정해야만 한다.      


훌륭한 포토저널리스트들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거나 사건의 전후를 이야기하는 차원을 넘어선다이런 일차원적인 일들은 사건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목격자(eyewitness)로서의 평범한 기능에 불과하다훌륭한 사진가들은 이와는 다른 차원으로 나아간다사실(fact)들을 양심적으로 해석해서 보다 복합적인 진실들을 필름 위에 건축해 내는 것이다특정한 사건들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사진들은 열정고통사랑정의 등 보이지 않는 인간적 주제들을 탐구해 왔으며 다양한 인간 경험들에 대하여 논평들을 제공해왔다.


정의롭지 못한 행위들에 대항하는 무기로서앞선 세대의 잘잘못들을 뒷 세대가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수단으로서 사진가들은 '진실(truth)'을 이야기한다이런 말은 흔히 들었던 얘기다그러나 진실이란 순간 순간 변하는 것이고 기댈 만한 파트너가 아니기에사진에 보이는 사실들(facts)이 다른 시간과 장소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이해될 거라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잡지의 한 페이지로 장식되는 순간 한 인간의 증언은 다른 사람의 선전(propaganda)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포토저널리스트들은 이러한 변이의 과정에서 중앙에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그들은 그들이 목격한 것들의 의미에 대해 폭 넓게 반추해 볼 겨를도 없이 그 사건들의 두꺼운 벽에 갇히곤 한다그러나 '오늘의 뉴스'가 되는 그 생생한 순간들이 '오늘의 역사'로서 보존되는 것이다목격자인 우리들은 이미지-이후에 연구 대상이 될 만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그 순간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된다우리가 목격한 것들로부터 배우고 이해하려는 것은 우리의 의무인 것이다. 7)


7) World Press Photo-This Critical Mi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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