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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09.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6. 결정적순간과 이퀴벌런트

기록으로서의 사진과 표현으로서의 사진에 대해 앞 장에서 알아보았다. 사진에 대한 두 접근에 대한 미학적 근거는 결정적순간과 이퀴벌런트(Equivalent)일 것이다. 사물의 외적이미지와 작가의 내적이미지의 합일은 결정적순간이든, 이퀴벌런트이든 둘다 마찬가지이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작가의 의도(또는 내용)와 형식이 동등한 것은 이퀴벌런트에서 대상과 내면(감정)의 동등한 것을 지칭한다. 브레송은 현실에서 동등한 무엇을 찾으려고 했지만, 스티글리츠는 현실의 형태에서 추상적인 관념을 포착하려 했다.    


스티글리츠는 1920년대 구름 연작사진으로 이퀴벌런트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의 인생의 말년에 실천했던 이쿼벌런스(equivalence)의 개념은 ‘동등한 것’, ‘대응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내면적 생각과 동등한 것으로 구름을 표현하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현실의 대상(인물을 제외한 대상)에서 사물의 형태와 표면적인 의미를 벗어나서 작가의 관념을 표현하는 추상성을 상징하는 미학적 근거로서 이퀴벌런트를 설명한다. “이것은 고전적이며 완전히 만족시켜주는 하나의 피망이다. 그러나 이것은 피망 이상의 그 무엇이다. 즉 물질 이상의 완전히 추상적인 것이 있다.”라고 말한 즉물사진의 웨스톤이나 20세기 대표적인 신비학자인 구제프G.I.Gurdjieff의 추종자로서 신비적인 체험이나 초감각적인 영적 인식을 위한 사진행위로서 이퀴벌런트의 표현형식을 따른 화이트는 사진이 눈에 보이는 현실세계의 단순 묘사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경험의 묘사로 그 표현의 한계를 확장하였고, 50년대 화이트에 의해서 이퀴벌런트의 미학은 완성되었다고 과언이 아니다.      


마이너 화이트의 이퀴벌런트와 달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현실 속에서 그의 미학적 관점을 1952년,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vement)’이란 용어로 설명한다.     

 

그의 결정적 순간이란 의식과 비전이 하나로 되어 내용과 형식이 거기에서 합치되는 순간을 가리키는 말이거니와이를 정확히 잡기 위해서는 직관 이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이 직관은 늘 지성에 의해 길러지는 것으로다른 예술과 쉬지 않고 접촉함으로써 풍부하게 된다고 그는 말하고 있다직관을 중시하는 그는 인물의 얼굴에 대해서도 첫 인상을 대개의 경우 옳은 것이라고 생각한다하나의 대상이 되는 얼굴은, “그 사람을 자주 접촉함에 따라 그 인상은 풍부해지지만친해져 잘 알게 되면 될수록 그 얼굴의 본질을 표현하기는 어려워진다고 말하고 있다이 의견은 회화와 사진의 관계를 잘 나타내 주는 말이라 하겠다회화적 상식으로는 그 사람을 깊이 앎으로써 보다 풍부한 인상을 표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까르띠에 브레쏭의 경우 순간으로 승부하는’ 입장에서 직관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거기에서 본질까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조인 것이다. 1)


1) 예술로서의 사진, 해뜸


브레송의 현실에 대한 직관적인 태도는 화이트의 직관과는 다르다. 화이트는 경험적 직관의 의식이다. 1946년 화이트가 로체스타에서 쓴 촬영수기를 보면, 그는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 맺히는 이미지를 선불교의 수행에서 주어지는 공안(公案)으로 간주하였다. 공안이란 스승이 제자에게 던지는 선문답이다. 공안은 선의 세계에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으로, 이제까지 모든 것을 개념화하는 습관에 묶어 있었음을 일깨워 주고, 개념적인 사유에 머물러 있는 한은 선의 경지에 들어갈 수 없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의 사진세계의 신비적 사고는 어찌보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보다는 직관적인 사고인 것이다. 직관은 감성적인 인식이다. 직관은 ‘대상에 관계하는 표상’으로서의 ‘인식(cognitio, 경험적 인식)’, ‘경험’에 의해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등가물"은 그가 그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무언가 유사에 대한 특별한 감각을 그에게 환기시키는 사진을 보는 것처럼 뷰어의 마음에서 계속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3의 수준에서 단어 "등가물"은 질문question에서 그 사진이 보이지 않고 난 후에 그가 그의 정신적인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는 동안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내적인 경험에 관련한다. 2)


2) Equivalence: The Perennial Trend, Minor White, PSA Journal, Vol. 29, No. 7, pp. 17-21, 1963


우리들의 환경은 많은 현실로 둘러싸여 있다그 속에 들어 있는 사실을 아무리 단편적으로 관찰한다고 해도 아무런 흥미가 있을 수 없다그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그것은 먼저 여러 가지 사실 속에서 본질적인 것을 고르는 일이다단편적인 사실 속에서 참된 것을 의미 있는 현실로 관찰하여 잡아내는 일이다거기에는 사진가 자신이 인식한 것을 통해서 먼저 자기의 사고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3)


3) 예술로서의 사진, 해뜸


위의 글에서 화이트는 정신적인 것은 내적인 경험에 관련한다고 말하고, 브레송은 본질적인 것, ‘참된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직관적으로 깨달은 찰나의 순간인 결정적 순간이든, 대상과의 직관을 통한 정신적인 것의 은유, 상징으로서의 이퀴벌런트이든 사진가의 지각 행위이다.      

   

우리가 경향에 대해 말할 때여기에서 저기까지 그리고 원래대로 스타일에서 변화와 더불어우리는 변화에 관계한다. 경향Trends은 말초적peripheral이다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에 대한 너무나 맹목적인 관심에 넋을 잃을 수 있다. 그 변화들에서 중심적인 것은 그밖에 무언가이다만일 우리가 이 중심적 역할centrality에 이름을 붙여야한다면그리고 우리가 한다고 생각하면하나의 이름은 "정신Spirit"이다. 모든 패션모든 경향모든 스타일은 만일 개인이 고집한다면 미적인 경험의 주요한 의미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경향을 따르거나 시류에 편승하지만 우리는 항상 영원한eternal 의미정신Spirit으로 향할 수 있고 시작할 수 있다. 최고의 스타일과 경향과 패션들은 어떤 예술의 존재이유raison d'etre를 위해 옷을 입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에는패션스타일과 경향은 경솔한 사람들에게 함정으로서 기능을 한다. 나는 전통개념과 훈련에 대해 여기에서 다룰 것이다즉 그 개념 또는 이론을 "등가물Equivalence"이라고 불렀다. 4)


4) Equivalence: The Perennial Trend, Minor White, PSA Journal, Vol. 29, No. 7, pp. 17-21, 1963


브레송은 ‘참된 것’을 찾기 위해 현실을 관찰하였고, 화이트 또한 현실의 대상물, 등가물에서 정신을 찾았다. 

     

사진에 있어서는 극히 사소한 것이 커다란 주제가 될 수도 있고인간적인 작은 사건이 중대한 모티브가 되는 일이 있다우리들에게는 자기의 주위에 있는 세계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닌 증거를 발견하고 그것을 시각화해서 사람들에게 보인다고 하는 즐거움이 있다그 경우화면에 있는 몇 가지 형태에서 생긴 유기적 리듬은 그 형태 자체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대상에 있는 본질적인 것 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다.”


사진은 회화와 달라서 무언가 자기의 생각을 덧붙일 수도 없거니와 형식에서 내용을 지워 버릴 수도 없다따라서 셔터를 누를 때에는 대상의 발견과 동시에 내용과 그 형식의 리듬을 잡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결정적순간이란 내용과 형식이 합치된 것이며내면과 외면의 두 세계가 일체되는 순간이라 말할 수 있다. 5)


5) 예술로서의 사진, 해뜸


어떤 사진이 Equivalent로서 주어졌던 사람을 위해 작용할 때 우리는 사진 찍혀진 그 주제를 넘어 있는 무언가를 위한 은유metaphor의 역할을 작용하거나 한 상징으로서 작용하는 그 사진을 그 사람에게 그리고 그 순간에 이야기한다라고 말할 수 있다우리는 또 다른 방식에서 이것을 말할 수 있다사진이 Equivalent로서 기능을 할 때그 사진은 즉시 카메라 앞의 무엇인가 기록이고 동시에 임의의 상징이다. ("임의의 상징"은 그 순간의 욕구need를 채우기 위해 자동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나무의 껍질의 사진은예를 들면개인적인 것 내에서 특성의 거칢roughness의 유사한 느낌을 갑자기 유발하게 할지도 모른다. 6)


6) Equivalence: The Perennial Trend, Minor White, PSA Journal, Vol. 29, No. 7, pp. 17-21, 1963


결정적 순간은 내면과 외면의 두 세계가 일체되는 순간이라 말한다. 이에 반해 이퀴벌런트는 외면의 세계는 내면의 상징이고 은유의 수단, 표현인 것이다. 이퀴벌런트는 사진적 추상을 표현한다. 


결정적 순간은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찰자들에게사물이 미학적으로 특정한 의미를 띠며 정돈되고 조직화되는 어떤 분명한 순간즉 절정을 의미한다. ‘결정적 순간은 특별한 의미가 담긴 주관적 시간즉 카이로스καιρός’7)라 볼 수 있으며 형태적 균형뿐 아니라 상황의 본질 또한 드러낸다까르티에 브레송의 표현에 따르면 이는 어떤 하나의 사실과 관련하여 시각적으로 포착된 다양한 모습들이 하나의 긴밀한 구성을 이루고여기에 의미가 실리는 것을 순간적으로 동시에 인식하는 것이다. <순간에 포착된 이미지들>이 출간되기 4년 전막스 J. 올리비에는 <아름다운 자이푸르>의 서문에서 이미 풍요로운 순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까르띠에 브레송의 사진을 묘사한 바 있다.


풍요로운 순간’ 혹은 결정적 순간’, 이 비슷한 두 표현은 독일의 철학자 G.E. 레싱이 저서 <라오콘>8)에서 표명한 예술론과도 맥을 같이한다이 책에서 레싱은예술가의 재능은 상황을 인식하고 그것을 재현하여 정점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9)


7) 카이로스(καιρός, 논리적 시간)와 크로노스(χρόνος, 물리적 시간)는 헬라어(그리스어)로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크로노스는 일반적인 시간을 말하며, 카이로스는 의식적이고 주관적인 시간이다.

8) 원 제명은 《Laokoon: oder über die Grenzen der Malerei und Poesie》이다.

9)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시공사


뷰어의 정신psyche에서 Equivalent로서 작용하는 사진에 의한 기법mechanisms은 심리학자가 "투영projection"과 "감정 이입empathy"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술 세계에서 유사한 현상은 "표현이 풍부한 형식과 형태"라고 불린다. 그들이 우리에게 유사한 그림들을 생각나게 하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그들에게 "추상 개념abstractions"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그것들은 종종 문자 그대로의외견appearances의 세계로부터의 "추출또는 "격리"이다. 이것은 한 사진에서 애매하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제에 다른 관계를 더한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그린 "추상"과 직면할 때 외견의 세계와 더불어 다른 만남에 직면한다. 10)


10) Equivalence: The Perennial Trend, Minor White, PSA Journal, Vol. 29, No. 7, pp. 17-21, 1963


브레송에게 있어서 ‘결정적 순간’, ‘풍요로운 순간’은 주관적 시간이라면, 이퀴벌런트는 주관적 은유이며, 추상이다. “사진가는 피사체를 파악하고, 더 나은 영감을 얻기 위하여 그가 보는 모든 것들에 자신을 투영하며 그것들과 자신을 동일시한다”고 말한 화이트에게 있어서 대상은 임의의 상징, 추상적 표현의 수단인 것이다.      

 

그는 레츠 추기경의 <회고록>에서 이 세상에 결정적이지 않은 순간은 없다라는 말을 인용하여 이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했고 <순간에 포착된 이미지들>의 서론 첫머리를 이 구절로 장식하기도 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머리와 눈그리고 가슴을 같은 조준선 위에 놓는 것이다.” 1950년 이래특히 그 다음 10여 년간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인터뷰와 글메모 등을 통해 사진에 대한 생각을 표명했다. ‘결정적 순간들’ 같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표현들은 까르띠에 브레송의 스타일을 규정짓는 미학적윤리적 원칙이 되었다. 11)


11)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시공사


사진은 첫번째로 정보를 주고, 두번째로 영감을 준다. 사진은 장르에 따라 차별시 되지 않으며 난 항상 영혼이 담긴 이미지를 갈구한다. 어떻게 촬영하였는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화이트는 말한다. 그는 1963년, 이퀴벌런스: 영구적 유행<Equivalence: The Perennial Trend>이란 글에서 이퀴벌런트를 “사진속 피사체 자체로서의 한계를 넘어서는 어떤 것에 대한 은유적 표징이며, 개인의 심상을 보는 마음의 거울이라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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