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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09.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8.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진이란 포토그라피photography 어원1)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빛으로 그린 그림이다. 카메라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예술작품이다. 카메라는 문학가에게 있어서 펜과 같이, 음악가에게 있어서 악기와 같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카메라와 필름을 통해서 전달하게 된다. 따라서 카메라는 1)시각의 연장 수단이고, 2)시각의 보조 수단이고, 3)시각의 창조 수단이다.   


1) 그리스어의 ‘빛’이라는 포스(phos)와 ‘그린다’라는 그라스(Graphos)의 합성어로 ‘빛으로 그린다’ 즉 광화(光畵)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또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또는 자신의 주제나 관점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사진을 볼 줄 알고 찍을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러하기 위해서 1)좋은 사진을 많이 보고, 2)좋은 사진에 대해서 많이 듣고(유명한 사진가의 이야기를 많이 듣거나, 책을 통해서 많이 읽어야 할 것이다), 3)좋은 사진을 많이 찍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수잔 손택(Susan Sontag)은 1978년에 낸 『사진론(On Photography)』이라는 책에서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플라톤의 동굴에서 나와 사진이란 이미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규정할수 있는가? 이미지를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진은 하나의 ‘문법’이자 시각 언어이다. 시각 언어로서의 사진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기능을 가진다. 사진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소통 수단이다. “사진은 직접성, 구체성, 범국가적인 특성을 가진 가장 완벽한 상형언어”라고 파이닝거는 말한다.   


플라톤의 동굴에서 볼 수 있듯이 인류는 예와 마찬가지로 관습에 따라 오로지 진리의 환영을 즐겨 남기고 있다이처럼 지칠 줄 모르는 사진의 눈이 어두운 동굴에 틀어박혀 사는 방식의 한계로부터 넓은 세계에서 사는 방식으로 끌어내었다사진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기호를 가르쳐 줌으로써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또 관찰할 그럴 권리가 있느냐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바꾸거나 넓혀 주었다사진은 하나의 문법이다좀더 중요한 것은 보는 일에 대한 윤리라는 점이다그리고 결국 사진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사진이 전 세계를 하나의 영상 이미지의 집합체로 우리 머릿속에 이해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감각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2)


2) 수잔 손탁의 사진이야기, 해뜸


사진은 하나의 해석이다. 우리는 과연 모든 것을 보고 있는가?아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볼 뿐, 볼 생각이 없으면 보이지도 않는다. 산삼은 심마니에게는 보이지만 등산객에는 보이지 않는다. 디카로 세상을 찍지만, 찍히는 것은 사물이 아닌 내 생각, 내 마음이다. 사진가는 존재하는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고, 단순한 복제를 넘어서 사진가의 생각과 해석을 카메라를 통해서 담는다. 자르코스키가 거울mirror과 창window으로 설명하듯이 사진가는 카메라를 통해서 내면의 세계이든, 세상의 풍경이든 자신의 언어로, 스타일로 설명하고 해석하고 전달한다. 

      

인간이 과거의 정경과 현재의 지각범위에 대하여 형성하고 있는 지식의 대부분은 이제 사진영상에 의하여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인물과 사건에 대하여 문자로 기록하는 것이란 솔직히 말하여 하나의 해석이다그것은 마치 그림이나 데생처럼 손으로 만들어진 시각적 언어와 같은 것이다그런데 촬영한 영상은 세계에 관한 어떤 견해를 담은 진술로서보다는 세계의 한 단편으로서그 누구도 만들 수 있고 획득할 수 있는 실재의 축소판과 같은 것이다사진은 이 세계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잇다사진은 그 자체가 축소확대절단되고수정손질장식된다. 3)


3) 수잔 손탁의 사진이야기, 해뜸


사진은 하나의 기록이다.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에 하나는 기록성이다. 사진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다. 현실을 떠나서 사진은 존재할 수 가 없다. 카메라는 현실을 기록하는 수단이자, 현실을 기록하는 사진가에겐 연필과도 같은 수단이다. 사관이 문서로 역사를 기록한다면 사진가는 사진을 통해서 역사를 담아내고 기록한다. 


따라서 사진은 역사 그자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사진가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은 중요한 문제(특히 documentary 사진가에게는)로 대두된다. 사진으로 제시된 것은 반드시 있는 것이거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사진의 기록성이다. 물론 다른 장르(문학, 회화, 음악 등)에도 기록성이 있지만 이것은 간접적이고 막연한 것임에 비해 사진의 기록성은 직접적이고 정결하다. 사진의 기록성은 사진의 현실성에 귀인한다. 사진의 현실성은 단순히 현실을 찍는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사진가가 그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진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이 현장감에서 오는 것이다. 진실한 순간에 사진가가 그 진실과 부딪혔다는 사진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것이 사진이 다른 예술과 다른 점이고 이것이 다른 예술보다 더 감동을 주게 되는 것이다. 


사진을 "발견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사진의 이전 특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진은 사진가가 만들어낸 현실이 아니라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해 따낸 한 조각이다. 그러나 이 발견이라는 말을 단순히 사진적인 의미로써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 발견이란 길거리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 것이 아니라 넓은 모래밭에서 보석을 캐내는 작업이다. 사진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물 속에 숨은 의미를 작가 나름대로 찾아내는 것 즉, 의미의 발견, 새로운 세계의 발견인 것이다.     


사진의 또 하나의 효용성은 기록사진에 의한 정당화에 있다한 장의 사진은 발생한 어떤 사건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물이 된다사진은 사실을 왜곡할 수도 있으며 무엇인가 그런 것이 존재하고또는 존재한다는 가정이 성립된다한 장의 사진은 어느 사진가의 아마추어리즘적이든 한계이든예술적 기교에 의한 겉치레이든 그 어떤 것이든 간에눈에 보이는 실재에 대하여 항상 다른 어떤 예술품보다도 시각적 현실로 보아 가장 정확하고 진실한 관계를 가진다. 4)


4) 수잔 손탁의 사진이야기, 해뜸


사진은 하나의 메시지이다. ‘미디어는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라고 말한 마샬 맥루한의 말처럼, 사진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보도사진에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예술사진의 경우에도 강렬한 느낌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여겨진다. 바르트는 사진은 ‘코드 없는 메시지(message without code)’라고 말한다. 그는 이미지를 외연Denotation(signifiant, 기표, 외포, 외시적 의미, 1차적 의미, 자연적 차원, 형이하학, 존재의 차원)과 내포Connotation(signifier, 기의, 내시적 의미, 2차적 의미, 문화적 차원, 형이상학, 의미의 차원)으로 분석하였고, 직관적인 이미지에도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어떤 노출을 줄 것인가그리고 무엇을 강조할 것인가를 결정함에 있어 사진가는 언제나 자기가 선택한 주제에 대하여 여러 가지의 기준을 적용하는 법이다사진기는 단지 실제로 현실을 포착하는 것이지 그것을 그저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의미도 있지만사진이란 그림이나 데생에 못지않게 진실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사진 촬영에서 그다지 대상을 선택하지 않는 무작위적인 것도 있지만 자기가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라 해도 무엇이 어떻다는 식의 교시적(敎示的)인 경향이 줄어들지는 않는다사진기록이 가지는 이-피동성-그것과 또 편재성-이야말로 사진의 메시지요 공격성인 것이다. 5)


5) 수잔 손탁의 사진이야기, 해뜸


사진은 하나의 관점이다. 사관(史官)은 역사(과거)를 기록한다. 사료라는 흔적을 통해 우리는 과거와의 대화를 하게 되고,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그 주체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사진은 관점을 드러낼 것이다.    

   

사진으로써 도덕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결정하는 요소는 그에 관련된 정치적 의식이 있느냐 어떠냐 하는 것이다역사상의 대살육장을 찍은 역사사진도 거기에 정치가 없다면 한낱 비현실적인 것즉 인간 감정을 타락시키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말 것이다사진은 무엇인가 낯설고신기하고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경우에서만 충격을 준다그러나 불행하게도 노름을 할 때 판돈이 자꾸 올라가는 것같은 충격을 담은 사진이 자꾸 퍼져 나가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전율을 느끼지 않는다극단적인 공포를 느끼게 하는 사진의 첫 번째 만남이란 것은 일종의 원형으로서의 현실의 계시즉 현대의 본질을 실체로 붙잡아 보게 하는 네가티브(negative)이다. 6)


6) 수잔 손탁의 사진이야기, 해뜸


“사진을 찍는 것이란 매 순간 강렬하게 인생을 음미하는 것”이란 마크 리부의 말처럼, 창의적인 사진은 피사체에 대한 애정과 사진을 즐기는 열정으로부터 시작한다. “프로의 사진이던, 아마추어의 사진이던... 열정, 열정이 없는 사진은 죽은 사진이다... 나의 열정은 지금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가...”라는 그의 말은 사진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7)


7) http://www.marcriboud.com/


사진으로써 세계를 인식하는 지식의 한계는 아무리 그것이 양심을 자극한다 해도 결국은 윤리적이거나 정치적 지식 밖에는 될 수 없다는 점이다스틸사진을 통하여 얻은 지식은냉소적인 것이든 또는 휴머니스트적인 것이든 간에 언제나 모종의 감상주의가 되는 법이다그것은 값싼 지식-외형적인 지식외형적인 지혜처럼 보이는 것이다그것은 사진을 찍는 행위가 허구적인 소유의 행위이며실재가 아닌 허구의 강간인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다사진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가정된다 하더라도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사진의 매력이며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언제어디서든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우리들의 윤리적인 감수성에 헤아릴 수 없이 큰 영상을 주고 있다. 8)


8) 수잔 손탁의 사진이야기, 해뜸


어떤 사진을 예술적이라고 판단하도록 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는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나는 왜 사진을 찍으려 하는가?”

나는 어떻게 찍으려 하는가?”

나는 무엇을 찍으려 하는가?” 9)


9) 사진이란 무엇인가, 최민식, 현문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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