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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09.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5. 기록으로서의 사진, 표현으로서의 사진

1839년에 찍혀진넓은 가로수길의 유명한 초기의 다게로타입daguerreotype은 비어 있는 거리의 인상을 느끼게 한다왜냐하면 긴 노출과 더불어 움직이는 대상이 기록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한 남자가 그의 구두를 닦기 위해 멈춰 섰을 때 예외는 있었다그리고 그가 무명의 사람으로 남아 있지만 그는 이제까지 사진을 찍혀진 첫번째 사람으로 눈에 띈다. 1월 7일에 다게르Daguerre는 그의 프로세스의 새로운 사실을 알렸다. 


며칠 뒤, 1839년 1월 25일에 탈보트Talbot는 "포토제닉photogenic 드로잉"의 방법의 영국 왕립 과학 연구소에 발견을 알렸고 2년 후 그는 개선된 버전을 칼로타입(아름답다는 의미에서그리스어의 "칼로스Kalos"로부터)이라고 불렀고 1월 31일에 런던의 왕립 협회에 종이paper를 주었다. 그 종이는 "포토제닉Photogenic 드로잉의 예술 때문에또는 자연스런 대상물들이 예술가의 연필의 도움 없이 그것들을 상세하게 묘사할지도 모르는 프로세스"라고 칭했다. 1)


1) Some Important Inventors of Photographic Processes    


사진의 성격을 밝히기 위해서는 사진술이 발명된 그 동기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사진이 처음 발표되었던 니에프스, 다게르의 사진과 탈보트의 사진은 다른 접근 방식으로 사진을 이야기한다. 니에프스의 사진은 창문을 통해 본 세상의 풍경을 기록하는 것으로, 기록에서 출발한 사진을 보여주고 있지만, 탈보트의 사진은 자연풍경을 자신의 예술표현의 방법으로 사진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사진의 기록성과 예술성은 태동시기부터 달랐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 뤼미에르의 영화와 영국의 멜리에스의 영화는 다른 차이를 보여준다. 여기에 에디슨은 과학의 분야로 상업적인 영화의 태동을 알리고 있다.    

 

외양의 재생을 고정시키기 위하여 빛으로 글쓰기(ecriture de la lumiere)’ 즉 글자 그대로 빛으로 기록한다(photo-graphie)는 방향으로서 이는 니에프스-다게르의 방향이다또 한 가지로 폭스 탈보트의 방향으로서 감광 이탈되는 드로잉(photogenic drawing)의 방향이다이것은 감광성의 바탕과 빛 사이에 놓인 물체들의 감광적 흔적을 별도로 생산시키는 것이다첫 번째 타입의 사진은 곧바로 초상화나 경치를 나타내는 데 쓰였고 재현적 기능에 있어 회화를 대체하였다두 번째 타입은 잘 발전되지 않았을 뿐더러 포토그램만레이의 광선 기록(rayogramme)과 같은 독창적인 시행을 탄생시켰다.  2)


2) 자크 오몽의 이마주  

 

사진은 기록에서 출발한다고 생각된다. 표현은 그 부차적인 문제이다. 이 둘의 관계는 정반대의 문제라기보다는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많은 사진들을 찍고 SNS를 통해서 많은 사진들을 보여주고 이야기한다. 음식사진에서 여행사진까지 일기를 쓰듯 다양한 사진들을 기록하고 표현한다. 잡담을 하든, 독백을 하든 사물(세계)에 대한 인식과 이해에서 출발한다. 인식에서 표현까지의 과정을 도표로 표현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인식이해(Understanding)-->감정(Emotion)-->구성(Construction)-->표현(Expression)     


사물에 대한 이해와 인식은 사진가로서 기본적인 출발이다. 격물치지[格物致知]란 중국 사서四書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말이다. 격물은 사물에 대한 이해이며, 치지는 물성에 대한 인식이다. 한 사물을 사물 그대로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 위해선(관찰하기 위해선) 사물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의 사물의 기록은 ‘존재의 차원’에서 작가의 이해와 인식에 의해서 ‘의미의 차원’으로 영상화(시각화, visualization) 된다. 작가는 자신의 감정(이성적 행위이든, 감성적 행위이든)을 구성(construction)하게 된다. 이러한 구성(표현하는 행위)을 통해서 작품(표현된 것)을 만든다.        

 

사진은 현실을 바탕으로 한다. 현실을 떠나서 사진은 존재할 수 가 없다. 카메라는 현실을 기록하는 수단이자, 현실을 기록하는 사진가에겐 연필과도 같은 수단이다. 사관이 문서로 역사를 기록한다면 사진가는 사진을 통해서 역사를 담아내고 기록한다. 따라서 사진은 역사 그 자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사진가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은 중요한 문제(특히 documentary 사진가에게는)로 대두된다. 사진으로 제시된 것은 반드시 있는 것이거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사진의 기록성이다. 물론 다른 장르(문학, 회화, 음악 등)에도 기록성이 있지만 이것은 간접적이고 막연한 것임에 비해 사진의 기록성은 직접적이고 정결하다.


사진의 기록성은 사진의 현실성에 귀인한다. 사진의 현실성은 단순히 현실을 찍는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사진가가 그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진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이 현장감에서 오는 것이다. 진실한 순간에 사진가가 그 진실과 부딪혔다는 사진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것이 사진이 다른 예술과 다른 점이고 이것이 다른 예술보다 더 감동을 주게 되는 것이다. 


사진을 "발견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사진의 이전 특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진은 사진가가 만들어낸 현실이 아니라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해 따낸 한 조각이다. 그러나 이 발견이라는 말을 단순히 사진적인 의미로써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 발견이란 길거리에 떨어진 동전을 줍는 것이 아니라 넓은 모래밭에서 보석을 캐내는 작업이다. 사진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사물 속에 숨은 의미를 작가 나름대로 찾아내는 것 즉, 의미의 발견, 새로운 세계의 발견인 것이다.     


사진은 구체적 대상물을 기록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단지 기록으로 머물지 않고 작가의 이해와 인식에 의해 표현된다. 현실의 풍경 속에서 추상적인 가치와 의미가 표현되는 것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모방, 재현한다는 것과 표현의 문제는 무엇일까?      


자신의 심경을 시각적으로 재현(특히 추상적 방법으로)할 경우표현은 일반적으로 주관적인 번역의 형태로 나타난다작가에 의해 선택된 대상의 절대적 모사(caaete)뒤에서 은닉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사진은 번역적 재현이 아닌 함축적 재현이다그래서 재현된 사진적 사실주의에서는 그림의 경우와는 달리 작가의 의도가 언제나 이미지의 모호한 함축적 의미 즉 내시(혹은 공시, connotation)의 형태로 나타난다쉽게 말해 대상의 절대적 닮음(analogon)만을 갖는 사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그림의 분명한 일 대 일의 시각적 번역과는 달리 언제나 찍혀진 대상이 상징하거나 암암리에 객관적으로 약속된 의미 즉 코드의 형태로 나타난다물론 그림 역시 상징적 메시지를 표명하지만 결과적으로 사진은 근본적으로 그 절대적 외시(denotation)로부터 무엇을 뜻한다” 혹은 무엇을 상징한다라는 의미적 코드(symbol)에 묶이게 된다함축적 메시지인 내시가 증폭되면 사진 메시지는 모호해지고 반대로 축소되면 그 메시지가 분명해진다. 3)


3) 이경률, 사진은 무엇을 재현하는가     

         

사진 이미지는 목격되거나 발견되는 현실의 객관적 재현이라는 의미와 주관적 진실과 심미적 상상력을 표현하는 표현매체라는 인식의 접근은 상반된 접근을 보여준다. 사진기자로서의 인식과 사진작가로서의 인식은 기록으로서의 사진과 표현으로서의 사진에 대한 접근태도의 차이이다. 물론 사진기자 또한 개인의 주관적인 성향이나 스타일, 그들만의 심미적 표현을 하고 있지만, 표현에 대한 문제에 방점(傍點)을 두진 않는다. 사진작가라는 말에는 나는 작가이다, 곧 예술가이다라고 주장하는 말일 것이다. 예술가라고 본인이 주장하는 것의 의미는 사진을 통해 예술 표현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예술에 있어서 ‘표현’은 가장 상투적인 용어이다. 작가의 정신세계, 감정상태, 내면을 ‘표현’하는 것이 곧 예술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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