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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Mar 25. 2022

위건 부두로 가는 길과 세바스티앙 살가도

소설과 영화, 그리고 사진

"전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판단하지 않습니다.

 제 사진은 '현재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작은 길이예요.

 제 이야기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관한,

 오늘날 지구의 상황에 대한 일례들이죠." -세바스티앙 살가도 (Sebastião Salgdo)         

                                                                      

브라질의 북부, 파라 주에 있는 세라 펠라다(Serra Pelada) 금광은 1979년 어느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되어 골드러시가 시작되었다. 7년이 지난 1986년에는 10만명의 인구가 몰려들어 하나의 도시가 되었다. 세라 펠라다는 브라질 아마존강 하구에서 남쪽으로 430km 떨어진 곳에 있다. 살가도는 브라질 정부로부터 반체제 인사로 찍혀 있었기 때문에, 연방 경찰이 관리하고 있던 그곳이 민간 광업협동조합으로 넘어가면서 촬영 허가를 1986년에 받았다. 그가 갔을 때에는 이미 7만 킬로그램의 황금이 채굴된 후였다. 얼핏 보면 구덩이 속에서 강제로 노역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들 황금을 만나 부자가 되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조합에서 보낸 정탐꾼으로 오해를 받아 촬영에 애로가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후로는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몇 주를 그들과 함께 먹고 자고, 진흙 구덩이에서 뒹굴면서 촬영을 했다. 그의 유명한 사진집 <노동자들Workers(1993)>이 만들어졌다.  

     

브라질의 상파울로 대학과 미국 밴더빌트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딴 후, 파리대학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쳤던 살가도는 경제학자로서 재배 현황을 보기 위해 방문한 아프리카의 비극적인 참상을 본 후 사진을 자신의 언어로 택하여, 1979년 매그넘에 가입하여 본격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작업하며 자본주의의 그늘 아래 신음하는 남미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민중들을 프레임에 담았다.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 몇 주씩 자신의 피사체들과 함께 머물며 그들을 기록했고, 그의 이미지 서사는 세상에 대한 진실한 관찰과 반성이었다. 

    

"또한 이 별의 사람들은 모두 동등합니다.

누구든 건강과 교육사회적 원조시민이 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만큼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습니다."     

"나는 보통 사람들의 힘을 믿습니다우리에겐 세계를 구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물질적 도움에 의해서라기보단 참여의 손길을 내밀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항상 인지함에 의해서요.

그것은 가장 중요한 일로

현재와 같은 파국의 상황으로 미래를 몰고 가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세바스티앙 살가도-    

 

“광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다른 세상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하고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 저 아래 누가 석탄을 캐고 있는 곳은, 그런 곳이 있는 줄 들어본 적 없이도 잘만 살아가는 이곳과는 다른 세상이다. 아마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곳 얘기는 안 듣는 게 좋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세계는 지상에 있는 우리의 세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나머지 반쪽이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P47>      

소설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7)은 조지 오웰이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걸으면서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의 실상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쓴 기록소설이다. 그는 두 달에 걸쳐 위건, 리버풀, 셰필드, 반즐리 등 랭커셔와 요크셔 지방 일대의 탄광지대에서 광부의 집이나 노동자들이 묵는 싸구려 하숙집에 머물면서 취재한 내용이다. 오웰은 ‘문명의 기반’인 석탄을 캐기 위해 지옥 같은 땅굴 속에서 목숨을 걸고 노동을 하지만 천대받는 광부들의 모습을 전하면서 ‘그들’없이 고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자가 없다고 일깨운다. 내가 누리는 빛의 자리는 누군가 흘린 땅속 어둠의 결과라는 것이다. 


살가도의 표현에 의하면 광산에서 경찰들은 ‘권력을 남용하는 버러지들’로 통했다고 한다. ‘진짜 계급투쟁이 그곳에 있었다. 싸움판이 벌어지면 경찰들은 망설이지도 않고 총을 쐈고, 더러는 사람이 죽어나갔다. 하지만 경찰들은 경찰들대로 광부들이 내던지는 화강암보다 더 무거운 철광석 덩어리에 맞아 죽을 지경이 되곤 했다.’ 세라 펠라다에서의 작업은 그가 1986~1991년 사이 아내 랠리아와 함께 공동기획한 세 번째 프로젝트 <노동자들>이다. 그는 소련의 철강소, 방글라데시의 폐선소, 시칠리아의 뱃사람, 캘커타의 공장, 르완다의 찻잎노동자 등을 담았다.      

헤이토르 달리아(Heitor Dhalia) 감독의 2013년 개봉된 영화 <세라 펠라다Bald Mountain, Serra Pelada>는 브라질 골드러시 때 대박의 꿈을 품고 세라 펠라다로 향하는 주인공은 그만 탐욕에 빠져 계획이 어그러지는 이야기이다. 인간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도시로의 여행의 끝을 보여준다. 헤이토르 달리아는 CF 감독 출신답게 유려하고 감각적인 영상미와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는 시각적인 구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브라질의 감독이다.

“‘필러filler'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들의 강인함에 쓰린 질투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하는 일은 보통 인간의 기준으로 보자면 거의 초인적이라 할 만큼 엄청나다. 그것은 그들이 어마어마한 양의 석탄을 퍼담을 뿐만 아니라, 두세 배 힘든 자세로 작업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기는 자세를 유지해야만 하는데(무릎을 펴려고 했다간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얼마나 힘든지는 시늉만 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삽질은 서서 할 때 더 쉬운 법이다. 삽을 움직일 때 무릎과 허벅지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릎을 꿇게 되면 그 부담을 팔과 배 근육으로 다 떠안아야 한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 P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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