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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Oct 29. 2022

배리 하인즈의 <케스 매와 소년>

영화 켄 로치 감독 <케스> 1969년

배리 하인즈의 소설 <케스 매와 소년>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주인공인 빌리와 그의 유일한 친구인 케스(매의 이름)의 관계를 아무런 꾸밈없이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만든 영화. 켄 로치 감독은 자신의 두 번째 영화인 <케스>를 통해 영화감독으로서 뛰어난 재능을 알렸으며, 원작자인 배리 하인즈가 각본을 직접 맡아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하다.     

“나는 이제 이 도시에서 서른다섯해 이상 가르쳐왔다. 너희 부모들 중 상당수가 과거 공영주택지가 세워지기 전, 시립학교에서 내 밑의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확실히 지금처럼 다루기 힘든 세대를 만난 적이 없어. 나는 내가 젊은 사람들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나만큼 경험을 쌓았으면 이해할 수 있어야겠지. 그런데 요즈음은 정말 무서운 일이 일어나고 있어. 이게 모두 시간낭비였다고 느끼게 만드는 일이.... 여기 서서 너희들에게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 시간낭비인 것처럼 말이야. 너희들은 내가 하는 말을 도대체 조금도 알아들으려 하지 않으니까. 너희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난 알아. 너희들은 저 사람이 왜 빨리빨리 끝내고 보내주지 않고 저렇게 서서 지껄이고만 있나 하고 생각하고 있어. 너희들이 생각하고 있는 건 그거야. 안 그래? 안 그러냐, 맥도월?”

“아닙니다, 선생님.”

“아니긴 뭐가 아냐. 너희들 눈을 보면 알 수 있어. 다 쓰여있다고. 너희들은 관심이 없어. 아무도 너희들에게 뭘 말해줄 수가 없어. 그렇지, 맥도월? 너희들은 다 알지, 그 복장이며 음악이며 - 너희들이 세련됐다고 생각하지.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다만 피상적일 뿐이라는 점이지. 그 밑에 가치있는 것이나 확고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번쩍거리는 껍질뿐이라구. 내가 아는 한 규범이나 품위나 행실이나 도덕이나 아무런 진전이 없어. 그래, 내가 어떻게 그걸 아는지 아느냐? 내 말해주지. 아직도 날마다 이걸 사용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는 막대기를 소년들이 볼 수 있게 등 뒤에서 앞으로 꺼냈다.

“터무니없지 않냐, 이 과학만능의 멋지고 굉장한 시대에 이 학교를 효과적으로 운영해나가려면 매로 다스리는 수밖에 없다는 건? 도대체 왜 그런 거야?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야 돼. 너희들은 쉽게 모든 걸 얻었으니까.

20년대, 30년대에 우리가 이걸 사용해야 했던 까닭은 이해할 수 있어. 그때는 어려운 시절이었고, 사람들은 거칠었지. 그래 그들을 다루려면 심한 방법이 필요했어. 그렇지만 그 시절 사람들은 오늘날 너희들은 조금도 갖고 있지 않은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었어. 우선 존경심이 있었지. 그때 우린 저마다 자기 위치를 알고 있었다. 지금도 그들은 길에서 나를 불러서 ‘안녕하세요, 그라이스 선생님, 절 기억하세요?’라고 말을 걸지. 그리고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내가 자기를 때렸던 얘길 하며 웃곤 하지.

그런데 너희들에게서 내가 받는 건 뭐냐 - 커다란 고물차 운전석에 앉은 번들거리는 젊은 녀석이 울려대는 경적소리나, 나를 지나친 다음에 던지는 야비한 말이 고작이야.

예전 사람들은 그걸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안 그래. 아이놈들마다 자기 권리가 어쩌고 하고, 내가 쳐다보기만 해도 아버질 데리러 집으로 쫓아가고 하는 이 너절한 인간들의 시대에는 말이야 - 아무런 기백도 없고, 줏대도 없고.... 너희들에겐 이거다 하고 내놓을 게 아무것도 없어. 너희들은 그저 대중매체의 먹잇감에 불과해!“

그는 그들의 가슴 앞에서 회초리를 휘익 내리쳐서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냈다.

<배리 하인즈, 케스 매와 소년, P76-78>     

“어떻게 하냐 하면요. 먹이로 훈련을 시켜야 돼요. 매가 배가 고플 때라야 뭐라도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먹이를 줄 때 훈련을 시키는 거예요.

전 케스를 가진 지 두주일 쯤 지난 다음에, 케스가 깃털이 단단해졌을 때 훈련을 시작했어요. 그건 꼬리랑 날개의 깃털 뿌리가 단단해졌을 때예요. 밤에- 횃불을 비춰 계속 조사를 해야 돼요. 조용히 하면 쉬워요. 매가 홰에 올라앉아 있을 때 그냥 다가가서 꼬리랑 날개를 펼쳐보는 거예요. 깃털에서 뿌리 가까운 쪽이 푸르면 그 속에 피가 있다는 뜻이고 아직 연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직 준비가 안된 거지요. 그게 희어지고 단단해지면 된 거예요. 그땐 훈련을 시작할 수 있어요.” (p91)

“그래서, 안에서 그런 단계까지 갔으면 이제 밖에서 먹이를 주고 다른 것들에 익숙해지게 할 수가 있어요. 그걸 매닝(manning)이라고 해요. 그건 길을 들인다는 뜻인데 제대로 훈련을 시키기 시작하려면 그 전에 매닝이 잘되어 있어야 해요.” (p94)

“그래서 매닝이 되고 나면 제대로 훈련시키기 시작할 수가 있어요. 그럴 때가 됐는지를 알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그때는 사람이 다가가는 걸 매가 똑바로 바라보고, 아무 문제없이 장갑 위에 올라 앉힐 수 있거든요. 처음에 내내 날갯짓할 때와는 달라요.” (p95)

"좋아. 우린 지금 막 두 개의 훌륭한 이야기를 들었다. 앤더슨에게서 올챙이에 관한 얘기와 카스퍼에게서 매 얘기를 들었다. 그 두 이야기는 모두 진실이고 일어났던 일이다. 그래서 우린 그런 것을 뭐라고 부르지?“

그는 집게손가락을 약간 굽히고 막연히 학생들을 향했다. 올바른 대답이 나오면 그것이 달아나지 못하게 걸어올리려는 듯이.

“사실이요.”

그 손가락이 교실 가운데 쪽으로 휙 수평으로 움직여 창문 쪽을 향했다. 그리고 열으 가운데쯤을 가리키며 멈추었다.

“맞아, 사실. 사실적인 이야기. 진짜 일어난 이야기. 자, 그럼 4C반, 사실의 반대는 뭐지? 상상해낸 이야기를 우린 뭐라고 부르지?”

그는 엄지를 제껴 어깨 너머로 칠판을 가리켰다.

합창 - “허구입니다.” (p100)     

켄 로치(Ken Loach)의 영화는 철도민영화를 비판하는 <네비게이터>(2001)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하층민들>(1991), <빵과 장미>(2000), 신자유주의적 복지제도를 비판하는 <나, 다니엘블레이크>(2016), 스페인 내전 <랜드앤 프리덤>(1995), <칼라송>(1996),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1945년의 시대정신>(2013), <지미스 홀>(2014)등이 있다. 켄 로치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이념을 지향하는 이면에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한다. 켄 로치는 1997년 인터뷰에서, “중요한 점은 정치가 실제 인물들 속에 간접적으로 녹아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관객들이 영화의 전체를 통해 따라가게 되는 인물들의 감정적인 인생경로 속에 정치가 스며들어 있을 때, 메시지가 전면에 서는 게 아니라 실제 인물의 한 부분일 때 관객은 감동하게 되고 그 문제를 정치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웃음이 정치만큼이나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영화 <케스>는 정치적인 관점이 드러나지 않지만, 결코 길들지 않을 자유롭게 날고자하는 매와 같이 배우고 성장할 뿐인 인간성을 이야기한다. 정치적 이상은 추상적인 인간이 아니라, 빌리와 같은 아이, 구체적인 사람 한명 한명의 꿈과 행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알아요, 선생님. 매를 데리고 나갔을  누가 ‘ 봐라, 빌리 카스퍼가 애완용 매를 가지고 있다하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나는  바로  때문이에요.  사람들한테 이건 애완용이 아니에요, 매는 애완용이 아니라구요 하고 소리치고 싶어요.  사람들이 나를 세우고는 ‘그거 길들었니?’하고 묻는다구요. 길드는  좋아하시네 - 훈련을 받은 거뿐예요. 매는 사납고 거칠다구요. 매는 아무도 상관 않아요. 저한테조차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리구 그게 바로 근사한 점이에요.” (p173)


 생각엔 일종의 자부심 그리고 소위 독립심인  같아. 자신의 아름다움과 용맹을 알고 그것에 만족하는  말이야. 그런 마치 똑바로 눈을 마주 바라보며 ‘ 도대체 뭐냐?’라고 하는  같아. 로렌스의 ‘만일 인간이, 도마뱀이 도마뱀인 만큼 인간이라면 바라볼만한 가치가 있을 터인데하는 시를 생각나게 . 매는 자기자신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같아.”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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