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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28. 2023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과 <영화 파리로 가는 길>

마네의 풀밭위의 식사

파리 출신 에두아르드 마네(Edouard Manet)는 거의 매일 파리 시내를 산책하였고 거리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진실한 미술은 내 눈으로 직접 본 대로만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네의 비어홀그림과 경마장등은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사실주의 화가였다. 진실을 그린다는 점에서 쿠르베와 마네는 똑같은 태도를 지니고 있었지만, 마네의 그림에는 쿠르베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은 속도였다. 쿠르베는 새로운 미술을 주장하였지만, 그는 이전의 화가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보고 그렸다. 그러나 마네는 달랐다. 마네는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빠르고 핵심만 간단하게 포착하여 그렸다. 그의 주장은 “나는 본 것만을 그리겠다. 빠르게, 핵심만 간결하게”라는 것이었다.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는 발표되었을 당시(1863),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작품이다. ‘올랭피아’와 같은 마네의 그림은 당시 프랑스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이 그림은 당대의 등용문 ‘살롱전’의 불공정한 심사제도에 반대하여 낙선한 화가들이 자체적으로 기획한 전시 ’낙선전‘에 등장했고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마네는 ‘음란 화가’라는 거센 비난을 받음과 동시에 당시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젊은 화가들, 소위 ‘인상파’ 화가들의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 사실 마네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외설이 아니라 그 시대의 위선이었을지 모른다.    

  

마네의 그림 오른쪽 모자 쓴 남자의 뒤에 작은 배가 보인다. 풀밭은 숲속이 아니라 호수나 강이 뒤편에 있다.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의 사진은 약간 언덕이고 배를 바라보며 네 명의 사람들이 야외 식사를 하고 있다. 남자2명(한명은 남자에게 약간 가려져 있는 듯)과 여자 2명. 이 사진 제목은 ‘Breakfast on the Bank of Marne(마르네 제방에서 아침식사)’로 사진 크기는 28x35cm이다. 이 사진은 브레송이 1938년에 찍었으며, 1952년에 인화된 것으로 설명되어 있다. 브레송의 유명한 사진집인 ‘Decisive Moment(결정의 순간)’에 수록되어 있는 사진이다. 브레송은 이 사진의 영감으로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를 염두했을까?      

엘로노어 코폴라(Eleanor Coppola) 감독 데뷔작인 <영화 파리로 가는 길Paris Can wait>(2016)는 감독 자신이 실제로 남편의 사업 동료와 프랑스를 여행했던 경험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은 프랑스 남동부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며, 이 영화의 오마주인지 모르겠지만,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를 연상케 하는 다이안 레인과 아르노 비야르의 강가 피크닉 장면 있다. “파리는 오늘 중에 갈 수 있느냐?”며 초조해 하는 앤에게 자크는 태연하게 대꾸합니다. “걱정 말아요. 파리는 어디 안 가요 Paris can wait.” 바로 <Paris can wait>가 이 영화의 원제原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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