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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29. 2023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영화 <오페라의 유령> 2004년

영화 <오페라의 유령>(1925), <오페라의 유령>(1943), <오페라의 유령>(1962), <오페라의 유령>(1990), <오페라의 유령>(1998), <오페라의 유령 : 25주년 특별 공연>(2011), <러브 네버 다이>(2012)      

〈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의 추리 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가 1910년에 발표한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든 영화다. 1925년 처음 영화로 제작되어 1943년, 1962년, 1974년까지 영화로 리메이크되었다. 1986년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 의해 뮤지컬로 공연되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후 1989년, 1998년에 공포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2004년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 의해 뮤지컬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 〈오페라의 유령〉은 영국의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가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1986년 10월 9일 런던 웨스트엔드 허 머제스티스 극장에서 공식 데뷔한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 수백만 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뮤지컬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오페라의 유령〉은 올리비에상, 토니상을 포함한 50여 개의 상을 수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년이 너무나 부드럽고 순수한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 다에의 노래를 듣고 매혹되었다. 여성 가정교사와 함께였던 소년은 크리스틴에게서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도 트레스트라우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의 포구에 다다랐다. 당시 그곳에서 눈이 보이는 것이라곤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황금빛 백사장뿐이었다. 그런데 바람이 거세게 불었기 때문에 크리스틴이 매고 있던 스카프가 바닷물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크리스틴은 깜짝 놀라며 팔을 뻗었지만, 스카프는 이미 물결에 실려 멀어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걱정마세요, 제가 바다에 들어가서 스카프를 가져오겠습니다.” 

크리스틴은 한 소년이, 온통 검은 옷을 입은 가정교사가 말리는 데도 불구하고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린 소년은 옷을 입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고 그녀에게 스카프를 건져다주었다. 소년과 스카프 모두 바닷물에 흠뻑 젖었으나 다행히 무사했다. 가정교사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지만, 크리스틴은 활짝 웃으며 어린 소년을 꼭 안아주었다. 그 소년이 바로 라울 드 샤니 자작이었다. 당시 그는 라뇽의 숙모 집에 거처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 한철 동안 이 소년 소녀는 거의 매일 만나 함께 뛰어놀았다. 라울의 숙모와 발레리우스 교수의 권유에 따라, 크리스틴의 아버지는 어린 자작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쳤다. 그러므로 라울은 크리스틴이 어린 시절 좋아했던 노래들을 모두 좋아하게 된 것이다.  (P80-81)     

카를로타는 양심도 영혼도 없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단지 노래를 부르는 악기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꽤 뛰어난 악기이기는 했다. 그녀의 레퍼토리는 위대한 성악가로서의 야심을 내세워 볼 만큼 폭넓었고, 독일의 거장 작곡가의 곡에서 이탈리아와 프랑스 곡들까지 넘나들었다. 그때까지 카를로타가 노래를 잘못 부른 적은 없었고, 방대한 레퍼토리 가운데 한 대목을 잘못 해석해서 부른 적도 없었다. 한마디로 그녀는 정확하고 강력한 음을 내는 기술을 갖춘, 훌륭한 성악 악기였던 것이다. 다만, 작곡가 로시니가 자신이 작곡한 <어두운 숲>을 독일어로 부른 크라우스에게 했던 ‘당신의 노래에는 영혼이 담겨 있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아름답습니다.’라는 찬사를 카를로타에게 보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P114)     

파우스트가 무릎을 꿇은 채 대사를 읊자, 마르그리트가 화답하는 대목에 이르러서였다.

침묵이여, 행복이여, 알 수 없는 신비여!

감미로운 우수여!

듣고 있어요, 그 목소리를 알아들어요,

내 마음속에서 노래하는 그 외로운 목소리를!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순간.....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객석 전체가 들썩였고, 박스석의 두 극장장도 두려움에 떨며 비명을 참지 못했다. 객석에 앉은 모든 관객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해 설명을 구하는 듯이 얼굴을 마주보며 술렁거렸다. 카를로타의 얼굴은 갑자기 극심한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두 눈에서는 광기가 번뜩이는 듯했다. 불쌍한 그녀는 여전히 입은 벌리고 있었으나 전신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내 마음속에서 노래하는 그 외로운 목소리를!’ 까지 부른 이후 더는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노래는커녕 한마디 말도, 어떤 소리도 밖으로 내지 못했다. 

조화로운 목소리를 내고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는 그 섬세한 악기, 가장 아름다운 소리와 가장 어려운 음을 소화해 내던 악기, 유연한 높낮이와 열정적인 리듬을 들려주던 그 악기, 진정한 감동을 주고 영혼을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천상의 신비로운 불길만이 부족하던 그 악기..... 그 입술에서 난데없이 다음과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그 입에서 나온 말은 

“...... 두꺼비.”였다. 

맙소사, 끔찍하고, 징그럽고, 끈적거리고, 독이 있고, 거품을 물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우는 그 두꺼비였다!

도대체 왜, 어디서 그런 말이 튀어나온 것일까? 어떻게 그녀의 혀 위로 그런 말이 웅크리고 있었던 걸까? 더 높이, 더 멀리 도약하기 위해 퉁퉁한 뒷다리를 웅크렸다가 목구멍을 지나 입 밖으로 튀어나온 것 같았다! 게다가 연이어 꾸엑! 꾸엑! 아, 끔찍한 두꺼비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P124-126)    

 

세상에는 분수를 모르고 허영을 부리는 가수들이 있다. 그들은 천상에서 버림받은 유약한 목소리와 성량으로 악을 쓰기도 하고, 주어진 능력을 초월하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그런 경우, 하늘은 그들을 벌하고자 꾸엑 소리를 내는 두꺼비를 목구멍 안에 몰래 들여놓는 것 같다. 어찌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상황이지만, 그러나 두 옥타브를 넘나드는 카를로타의 입속에 두꺼비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힘겨웠다.  (P126-127)  

   

검은 망토를 입은 남자는 여전히 내 곁에 붙어 서 있었고 세자르는 계속 나아가기만 했어요. 그날 밤 얼마 동안을 그렇게 달렸는지 모르겠어요. 다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어딘가를 빙빙 돌고 있었다는 거예요. 긴 나선형의 계단과 같은 내리막길을 돌고 돌아, 우리는 지하의 심연에 다다랐어요. 혹시 내 머리가 빙빙 돌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아니오, 그렇진 않았어요. 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맑았어요.

어느 순간, 세자르가 콧김을 내쉬면서 더 빨리 달리기 시작했어요. 주변에 습하고 따스한 공기가 느껴지더니 세자르는 멈추어 섰고 어두운 밤이 환하게 밝아졌는데, 푸르스름한 불빛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죠. 둘러보니 그곳은 바로 호숫가였어요. 푸르스름한 잿빛 수면이 멀리까지 펼쳐지고, 한구석의 선착장에 쇠사슬로 묶인 작은 배 한 척이 희푸른 불빛에 비치고 있었죠!

그 모든 것들은 실제로 존재했고, 지하에 있는 호수와 기슭의 모습은 결코 초자연적인 허상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호수까지 이르는 과정은 특별했지요.  (P199)     

나는 특별한 이유 때문에 오페라 극장 지하에 살게 된 특이한 사람을 마주하고 있는 게 분명했어요. 그는 극장 측의 묵인 아래, 온갖 이야기가 떠도는 현대판 바벨탑의 한구석에 피난처를 마련한 것이었지요.

가면으로 턱없이 감출 수 없는 목소리, 그 유령은 바로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그저 한 남자에 불과했던 것이었죠!    (P201)     


“대기실 안에서 용수철을 눌러 추를 작동시키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벽 뒤에서 직접 추를 작동시키면 금방 효과를 볼 수 있지요. 자, 이제 순식간에 거울이 돌아가면서 통로가 훤히 열릴 겁니다.”

“추라고요? 무슨 추를 작동시킨단 말입니까?” 라울이 물었다.

“축을 중심으로 저 벽면 전체를 번쩍 들어 올리는 추 말입니다. 설마 정말로 마법을 부려 벽이 저절로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페르시안 인은 한 손으로는 라울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고, 권총을 든 다른 한 손으로는 여전히 거울을 눌렀다.    (P295)    

 

에릭은 오랫동안 혼자서만 알게 될 비밀 통로를 발견했다. 그 통로는 파리 코뮌 때 간수들이 지하에 만들어놓은 감옥으로, 죄수들을 수송하는 통로였다. 혁명 당시 3월 18일 이후, 국민군이 모든 지상의 건물을 장악했다. 건물 꼭대기는 전국 각지로 보낼 선언문을 실어 나를 열기구들의 이륙 장소가 되었고, 건물 지하는 국가의 감옥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P299)


'이제 오 분 남았어. 당신이 정숙한 여자라는 걸 알기 때문에 혼자 두는 거야. 소심한 여자들처럼 당신이 얼굴을 붉히며 내게 ‘예.’라고 대답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정말 술에 취한 사탄 같았어요! 그러고는 생사가 걸린 그 가방을 꺼내며 말했죠. ’자, 보라구. 이건 벽난로 위에 있는 흑단 상자를 여는 청동 열쇠야. 그 가운데 하나는 전갈이 들어 있고, 다른 하나에는 메뚜기가 들어 있어. 일본산 청동으로 만든 곤충들이지. 내가 이 방에 되돌아왔을 때 만약 당신이 전갈을 원래 있던 위치에서 뒤집어 놓으면, 나에게 ‘예.’라고 대답하는 걸 의미해. 그러면 이 방은 신방이 되겠지. 메뚜기를 뒤집어 놓으면 ‘아니오.’라고 말하는 셈이고, 그러면 이 방은 죽음의 방이 되겠지......‘ 그러면서 연거푸 술 취한 악마처럼 웃어댔어요.   (P380)     

“내 말 들어보게, 다로가. 내가 그녀 발밑에 웅크렸을 때 그녀는 ‘가엾은 에릭!’이라고 말했네. 그리고 손을 잡아주었어. 난 그때 이미, 그녀를 위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한 마리의 개에 지나지 않게 되었네.

내 손에는 그녀에게 주었던 금반지 하나가 놓여 있었지. 그녀가 잃어버렸지만 내가 다시 찾아낸 그 결혼바지였어. 나는 그 반지를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에 끼워주며 말했어. ‘자, 이걸 가져요. 당신을 위해. 그리고 그를 위해 이 반지를 가져요. 이건 내가 주는 결혼 선물입니다. 불쌍하고 가엾은 에릭의 선물..... 당신이 그를, 그 청년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아요. 이제 더 이상 울지 말아요.’ 그녀는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물었어. 나는 그녀에게 말했네. 난 당신을 위해 언제든지 죽어도 좋은 한 마리의 개에 지나지 않는다고...... 그녀가 날 위해 울어주었기 때문에, 원하면 언제든 그와 결혼할 수 있다고. 그녀도 내 말을 이해했다네. 그 말을 할 때 심장을 잘라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그녀는 나와 함께 울어주었고 ‘가엾은 에릭!’이라고 말해 주지 않았던가.....”   (P399)     

      


이전 06화 제임스 M. 케인의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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