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턴 매컬리의 <쾌걸 조로>

영화 <조로Zorro> 1975년

by 노용헌

영화 <쾌걸 조로>(1940), 영화 <쾌걸 조로>(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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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대중 잡지인 <올 스토리 위클리>지에 <카피스트라노의 재앙>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쾌걸 조로>는 조로라는 영웅의 탄생을 알린 첫 작품이다. 원래 존스턴 매컬리는 이 한 작품으로 조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지만 소설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이듬해 영화화까지 되자, 후속편들을 속속 발표하게 된다. 그리하여 사망할 때까지 그가 써낸 조로 이야기는 <조로 다시 말에 오르다>, <조로의 신호>, <조로의 가면>등 총 65편에 이른다. 조로의 대중적 인기는 실로 대단하여 지금까지 40여편의 영화가 만들어졌고, 더글러스 페어 뱅크스, 티론 파워, 알랭 들롱 등 세기의 미남 배우들이 조로를 연기했다. 이 밖에도 조로를 소재로 한 여러 편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 뮤지컬, 게임 등이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다른 대중 예술 작품들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애니메이션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도 조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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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잘레스는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세뇨르 조로라고? 어떻게 된 놈의 팔자기에 가는 데마다 그자 얘기를 들어야 하지? 세뇨르 조로? 그러니까 미스터 여우라! 그놈은 제가 여우만큼이나 교활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웃기시네, 여우처럼 지독한 냄새나 피워 대는 주제에!”

곤잘레스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들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다시 장광설을 늘어놨다.

“그놈은 야생 염소처럼 엘 카미노 레알 가도를 마구 누비고 다녀! 마스크를 쓰고 근사한 검을 휘두른다더군. 검 끝으로 적의 뺨에 그 가증스러운 <Z>자를 그려 놓는다나! 기가 차서! 사람들은 그걸 두고 <조로의 표식>이라고 하지! 그놈은 정말 근사한 검을 갖고 있는 모양이야! 하지만 알 게 뭐야.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놈이 내게 그걸 구경시켜 주는 일은 결코 없을 거야. 세뇨르 조로는 이 페드로 곤잘레스 상사 근처에서는 절대로 일을 벌이지 않으니까! 그 이유에 대해선 아마 세뇨르 조로께서 우리한테 아뢰어 주실 수 있겠지? 하!”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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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가세요. 당신이 욕을 볼 뻔했던 저를 구해 준 뒤 다시 제 갈 길로 갔다고만 말씀드리겠어요. 부모님은 당신이 돈 디에고의 재물을 훔치러 왔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저를 위해서 정직한 사람이 되세요. 그런 사람이 된 뒤 제게 청혼하세요. 당신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마스크를 벗고 지내면 당신이 범죄자였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당신은 보통 도둑이 아니에요. 나는 당신이 왜 강도질을 했는지 잘 알고 있어요. 힘없는 사람들의 앙갚음을 해주기 위해, 잔인한 정치가들을 혼내 주기 위해, 학대받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그랬죠! 당신이 훔친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줬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오, 세뇨르!”

“하지만 저는 아직 할 일을 다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일을 끝마쳐야 한다는 소명감을 갖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 일을 끝마치세요. 성인들께서 당신을 보호해 주실 거예요. 저는 꼭 그렇게 해주실 거라고 확신해요. 그 일을 다 마치고 나서 제게로 돌아오세요! 당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와도 저는 당신을 알아볼 거예요!”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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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라몬은 자기가 또다시 조로를 만나 망신당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자기가 숙녀에게 모욕을 줬고 그 때문에 조로에게 응징을 당했다는 사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비밀로 해야 했다. 조로가 자기를 무릎 꿇고 사죄하게 한 뒤 개처럼 문밖으로 차내 버린 일을 어떻게 공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그 사건에 대해서는 굳게 함구하는 게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마 롤리타는 그 사실을 제 부모한테 털어놓을 거고 집사는 그 말이 맞다고 증언하리라. 하지만 그래 봤자 돈 카를로스는 어떤 대응도 하지 않으리라. 그렇지 않아도 지사의 눈 밖에 난 주제에 감히 군 장교에게 맞서는 짓을 하려 들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그 사실이 돈 디에고의 귀에 들어가지는 말았으면 했다. 베가 가문이 그를 적으로 돌릴 경우 현재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테니까. (P117-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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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요. 안 그러면 발포할 거요! 나는 돈 알레한드로의 댁에서 당신들과 싸우러 온 게 아니오. 나는 어르신을 존경하기 때문에 그런 짓은 할 수 없소. 나는 당신들 자신에 관한 진실을 말해주러 온 거요. 당신네 가문들은 지사를 세울 수도 있고 끌어내릴 수도 있는 힘을 가졌어요! 대의를 위해서 하나로 뭉쳐요. 그렇게 해서 인간다운 삶을 살란 말이오. 마음속에 두려움만 없다면 그렇게 하고 싶을 거요. 모험을 좇기를 원하시오? 불의와 싸우는 삶에는 모험이 차고 넘쳐요.“

한 청년이 대꾸했다. “맙소사, 이건 우리를 희롱하는 거야!”

“희롱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면 그렇게 해요. 하지만 댁들은 뭔가 옳은 일을 하고 싶을 거요. 정치가들이 가장 힘 있는 명문가의 자제들인 댁들에게 감히 맞서는 행태를 그대로 방치해 둘 거요? 모두 힘을 합쳐서 세상에 댁들의 이름을 높이 떨치도록 하세요. 이 땅의 모든 사람이 당신들에게 두려움과 존경심을 품게 하란 말이오!”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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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는 말했다. “못생긴 제 얼굴을 보고 실망하시지나 않을까 염려되는군요. 제가 악마같이 생겼을 거라 예상하시나요? 혹시 제가 천사같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같은 건 안 해 보셨나요?”

그는 껄껄거리고 웃으며 롤리타 아가씨를 힐끗 쳐다보더니 한 손을 들어 올려 마스크를 벗었다.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한두 명의 병사가 탄식을 했고, 청년 신사들은 기쁨의 탄성을 올렸다. 그리고 한 늙은 귀족은 자부심과 환희 어린 외침을 발했다.

“돈 디에고, 내 아들...... 내 아들아!”

그러자 그들 앞에 서 있는 사내는 갑자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한숨을 쉬면서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정말 어지러운 시대야! 이런 시대에는 조용히 들어앉아 음악과 시를 즐기면서 명상도 할 수 없단 말인가?”

그러고 나서 카피스트라노의 재앙인 돈 디에고 베가는 두 팔을 벌린 아버지의 품에 잠시 안겼다.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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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디에고 베가는 말했다. “모든 건 10년 전에 시작되었어요. 내가 열다섯 살 난 소년이었을 때, 그때 나는 박해받는 사람들 얘기를 들었어요. 나는 내 친구인 수사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강탈당하는 광경을 직접 목격했어요. 군인들이 내 친구인 늙은 인디언을 때리는 광경도 봤죠. 그래서 나는 이런 게임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좀 어려운 게임이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그래 나는 살아가는 일에 거의 흥미가 없는 체했죠.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내가 되려고 마음먹은 노상강도와 내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테니까요. 나는 말 타는 법과 검 다루는 법을 남몰래 익혔어요......“

곤잘레스는 탄식했다. “맙소사, 그런 짓을 하다니!”

“나의 반은 여러분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무기력한 돈 디에고였고 나머지 반은 내가 언제고 되고 싶어 한 카피스트라노의 재앙이었어요. 그러던 중 내가 나설 때가 와서 드디어 활동을 개시했죠.

이건 좀 설명하기가 어려운 대목입니다만 아무튼 망토를 두르고 마스크를 쓰면 나의 돈 디에고적인 측면은 사라져 버렸어요. 내 몸에서는 힘이 넘치고, 혈관에서는 새로운 피가 흐르는 듯하고, 목소리는 우렁하고 확고해졌죠. 온몸이 뜨거운 열정으로 타올랐고요! 그리고 망토를 벗고 마스크를 벗으면 다시 무기력하고 나태한 돈 디에고로 돌아갔어요. 좀 묘하지 않아요?

나는 이 덩치 큰 곤잘레스 상사와 일부러 친구가 되었어요.“ (P30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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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이다. 그 시대적 배경을 이루는 것은 스페인의 식민지였다가, 멕시코가 스페인의 지배에서 독립하면서 그 한 주가 되고, 그 후 다시 미국의 한 주로 편입된 캘리포니아의 짧은 역사이고.

이 소설에서도 나오듯이 캘리포니아는 인디언들의 땅이었다가 프란체스코회 수도사인 성 후니페로 세라가 그들의 땅을 정복해서 그곳에서 기독교 전도구 혹은 포교구를 차례로 세우면서 역사의 무대에 정식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엘 카미노 레알 가도는 바로 그런 교구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중요한 간선 도로로 <왕의 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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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등장하는 돈 디에고 베가, 돈 카를로스 등은 모두가 스페인에서 건너온 소귀족, 즉 이달고(Hidalgo)들의 후예로서, 이들은 영국의 젠트리 계급과 마찬가지로 신사 계급으로서 중세 기사의 면모를 강하게 풍긴다. 그리고 세뇨르 조로가 보여 주는 정신적인 이데올로기 역시 중세 기사도 정신이다.

하지만 세뇨르 조로는 1848년 <과달루페 이갈고 조약>의 일환으로 캘리포니아가 미국으로 편입된 뒤 앵글로색슨계와 히스패닉계 사이에 경제적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 양상이 빚어지면서 양키들에 저항했던 많은 정치범의 한 전형이기도 하다. 1840년대와 50년대에 미국 사법부가 죄인으로 규정했던 티브리시오 바스케스, 1850년대 초에 3년 동안 칼라베라스 카운티를 공포에 떨게 해서 비글러 지사가 수비대장 해리 S. 러브를 고용해서 추적하게 했던 뮤리에타 같은 이들이야말로 세뇨르 조로의 직접적인 모델이 아닐까 싶다.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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