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331
사진을 찍다보면 별 것 아닌 것에 관심이 간다.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바라보지 않지만, 언뜻 스치던 풍경도 사람에 따라서 달리 보이기 마련이다. 광화문 광장을 매일 지나가면서 보는 사람에겐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어쩌다 온 사람에게는 모든 게 생소하게 보일 것이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낯설게 보는 것이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보여지는(to-be-looked-at)’ 대상이 내게는 새로운 대상으로 보여지는 것, 바라보는 주체가 보여지는 객체를 새롭게 본다는 것은 항상 낯설다. 익숙한 장면과 낯선 장면이라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진은 아마도 익숙한 것에서 낯섬을 보여주는 것일지 모른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 낯선 것에서 익숙해 보이는 것도 말이다.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은 지도 10년이 되었다. 광장의 모습은 조용한 날이 그리 많지 않다. 무언가 계속 변화되었고, 사람들 또한 항시 다른 목소리의 외침이 있었다. 집단(군종)속에 개인, 사물(건물)과 사람. 정치(사회)적인 것과 일상적인 것들. 선전과 홍보.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보는 사람들. 매일매일 지나가는 곳이지만 광장은 언제나 낯설다. 수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얼굴을 가지고 있듯이, 사진도 각각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게재(揭載)된 사진이 A컷이라면 선택되지 않은 B컷도 있다. B컷 중에서 오히려 더 좋은 사진일 경우도 종종 있다. 고정관념으로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보다는 낯선 B컷에 많은 의미가 담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에 의미를 두고 무엇에 가치를 둘 것인지는 각자의 몫에 달렸다. ‘나와 사물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 사르트르의 구토에서처럼, ‘사진가와 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감’은 아마도 각각의 존재와 마주쳤을 때 느끼는 감정, 각각의 사진과 마주쳤을 때 느낌이다. 혐오인지 공감인지 모를 그 만감(萬感)이 교차한다.
러시아 비평가 빅토르 쇼콜레브스키(V. Chklovski)가 처음 주장한, ‘낯설게 보기’와 ‘낯설게 하기’라는 말이 있다. ‘낯설게 보기’는 ‘해석’을 의미하고, ‘낯설게 하기(defamiliarization; 異化, 疏遠化)’는 ‘형상화’를 의미한다.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또한 자신의 ‘소격효과(Verfremdungseffekt)’라는 기법으로 희곡에 적용하였다. 소격효과(또는 소외효과)도 ‘낯설게 하기’를 통해서 무대를 벗어나 현실의 비판적 해석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또한 그 현실의 내재적 의미와 외재적 의미의 담(또는 벽) 사이에서 새롭게 읽기와 해석이 가능하다. 그것이 주는 울림이 무엇인지 볼 수 있을 때 별 것 아닌 풍경도 별 것이 될 것이다.
12월 9일 광장의 가로수에 한 마리 까마귀가 앉았다. 아마도 북한산 자락에서 날아왔을 것이다. 까마귀나 까치나 흔한 새이겠지만, 온통 검은 색의 까마귀에 눈길이 간다. 까치가 길조이고 까마귀가 흉조인지는 사람들의 선입관일 듯 싶다.
“누군가 우리를 커다랗고 하얀 밤으로 밀어 넣었다. 나는 빛 때문에 눈이 부셔 눈을 깜박거렸다. 그런 후 책상과 책상 뒤에서 서류를 보고 있는 민간이 복장의 네 녀석을 보았다. (...)거의 세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나는 얼이 빠지고, 머리가 텅 빈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추억이 뒤죽박죽 떠올랐다. 한동안 나는 내 인생을 비판해 보려 하였다. 아름다운 인생이었다고 스스로 타일러보고도 싶었다. 그러나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사르트르,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