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엠마Emma> 2020년
엠마(1996), 엠마(1996/TV), 엠마(2009/BBC), 엠마(2017), 엠마(2020)
이전 유명한 버전으로는 1996년 기네스 펠트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엠마>이다. 영화 <엠마>는 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영리하고 예쁜 아가씨, 오지랖 여성 '엠마 우드하우스(안야 테일러 조이)'가 마을 사람들의 중매에 나서면서 자신 역시 감정의 혼란을 겪으며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는 이야기이다.
미인이지 총명하지 부유하지 거기에다 안락한 가정에 낙천적인 성격까지 갖춘 에마 우드하우스는 인생의 여러 복을 한 몸에 타고난 듯했고, 실제로 세상에 나와 스물한 해 가까이 살도록 걱정거리랄 것이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오냐오냐하는 무척 자애로운 아버지의 두 딸 가운데 동생인데, 언니가 시집을 간 까닭에 진작부터 집안 여주인이 되었다. 어머니는 너무 오래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다정한 손길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 정도가 고작이었고, 애정에서는 거의 친어머니 못지않은 한 훌륭한 여성이 가정교사로서 어머니 자리를 채워 주었다.
우드하우스 씨 가족과 십육 년을 함께한 테일러 양은 가정교사라기보다 친구였고, 두 딸을 다 좋아했으니 특히 에마를 좋아했다. 이 둘 사이는 마치 자매처럼 친밀했다. 명목에 불과한 가정교사 직분을 그만두기 전에도 테일러 양은 유한 성격이다 보니 단속이랄 것은 거의 하지 못했으며, 오래전에 권위의 그림자마저 사라진 터라 서로 절친한 친구 사이로 함께 지내 왔고, 에마는 테일러 양의 판단을 높이 사기는 했지만 주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했다. (P9-10)
“그런데 제가 기뻐해야 할 이유 한 가지를 빠뜨리셨네요.” 하고 에마가 말했다. “상당히 중요한 이유인데요. 이 결혼은 제가 주선한 것이라는 점 말예요. 아시다시피 제가 사 년 전에 이 결혼을 주선했잖아요.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웨스턴 씨가 재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할 때, 결혼을 추진하고 또 결과도 좋게 나왔고요, 그런 낙이 있느니 뭐든 감수할 수 있지요.”
나이틀리 씨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부친은 다정하게 대답했다. “아이고! 얘야, 난 네가 결혼을 주선하고 무슨 예언을 하는 행동은 그만두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하는 말은 언제나 다 이루어지니까 말이다. 부디 더는 결혼을 주선하지 말아 다오.” (P19)
해리엇 스미스는 누군가의 사생아였다. 그 누군가가 서너해 전 그녀를 고더드 부인 학교에 맡겼고, 최근에 그녀를 일반 학생에서 사택 기숙생 자리로 올려놓았다. 그녀의 이력에 대해서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하이베리에서 사귄 친구들 말고는 이렇다 할 친구도 없었고, 같이 수학하던 몇몇 아가씨들을 만나러 시골로 가서 오래 있다가 지금 막 돌아온 참이었다.
그녀는 매우 예쁜 소녀로, 그녀의 미모는 마침 에마가 특히 마음에 쏙 들어 하는 유형이었다. 아담하고 통통한 체구에 흰 살결, 발그레한 뺨에 푸른 눈과 옅은 색 머리칼, 반듯한 이목구비, 상냥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시간이 다 가기 전에, 그녀의 용모만큼 행동거지도 마음에 든 에마는 계속 친분을 유지하기로 확실히 마음을 굳혔다. (P35)
“해리엇, 내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규칙은 여자가 남자를 받아들일지 말지 잘 모르겠다면 당연히 거절해야 한다는 거야. ‘좋다’라고 말하는 데 망설임이 있다면, 곧바로 ‘아니요’라고 말해야지. 마음이 반만 기운 채 긴가민가 하는 감정 상태로 결혼에 뛰어드는 것은 안전하지가 못하지. 친구로서,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이만큼은 말해 주는 게 내 의무라고 생각해서 이야기했어. 그렇지만 내가 너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려 든다고는 생각하지 말아 줘.”
“어머나! 그럼요. 아가씨처럼 무척이나 친절하신 분께 어떻게 그런 생각을..... 그렇지만 어떤 게 최선일지 조언을 주실 수만 있다면..... 아니, 아니요, 그런 뜻은 아니고요, 아가씨 말씀대로, 확실한 마음이 있어야겠지요. 망설임이 있어서도 안되고요...... 이건 대단히 중대한 일이니까요......‘아니요’라고 하는 편이 더 안전하겠지요. 아마....... ‘아니요’라고 하는 편이 나을까요?”
“내가 어느 쪽으로든 조언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에마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자기 행복은 자기가 가장 잘 판단할 수 있을 테니까. 만약 마틴 씨가 다른 누구보다도 낫다고 생각한다면, 네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 그 사람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생각한다면 뭣 때문에 망설이겠어? 얼굴이 빨개지네, 해리엇...... 이런 말을 들으니 순간 누군가 다른 사람이 떠오르는 거야? 해리엇, 해리엇, 자기 생각을 스스로 속이지 마, 감사와 동정 때문에 성급한 결정을 하지는 마. 지금 이 순간 너한테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지?” (P79-80)
그들은 계속 걸었다. 길이 약간 휘어졌는데 굽이를 돌자 곧 바로 엘튼 씨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가 매우 가까워서 에마는 간신히 다음 말만 덧붙일 수 있었다.
“아! 해리엇, 이제 우리가 훌륭한 생각을 얼마나 꾸준히 견지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시련이 정말이지 갑자기 닥쳐왔네. 자, (미소를 띠면서) 만약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도 하고 위로도 베풀었다면, 자비심으로서는 정말 중요한 몫은 다 한 셈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우리가 불쌍한 사람들을 보며 마음 아파하고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했다면, 그 나머지는 우리 자신의 마음만 상하게 하는 공허한 동정심일 뿐일 거야.”
해리엇이 막 “아! 그럼요, 예.”하고 대답하는데 그 신사가 다가와 합류했다. 그렇지만 만나서 처음 꺼낸 화제도 그 가난한 가족의 궁핍과 고통 이야기였다. (P133-134)
자기 편에서라도 예절 바르게 처신함으로써 그의 무리한 언동을 최대한 막아 보자는 마음에 그녀는 즉각 지극히 침착하고 정중하게 날씨와 어두운 밤을 화제로 꺼내려 했다. 그러나 입을 떼기가 무섭게, 저택 문을 통과하며 앞 마차와 합류하기가 무섭게, 엘튼 씨가 그 화제를 잘라먹고 손을 덜컥 잡고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고서 정말로 열렬히 구애를 하고 나서는 것이 아닌가.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아가씨께서도 벌써 눈치채고 계셨을 감정을 토로하는 바이며, 희망과....... 두려움과..... 연모하는 마음으로..... 만일 거절하신다면 죽어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열렬한 애정과 비할 바 없는 사랑과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열에 반드시 보답을 주실 것이니, 한마디로 가능한 한 빨리 진지하게 수락해 주시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정말로 벌어지고 말았다. 가책과 사과도 별다른 망설임도 없이 엘튼 씨가, 해리엇을 사랑하던 엘튼 씨가, 자기를 사랑한다고 선언했다. 그녀가 중단시키려고 해 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는 굴하지 않고 할 말을 남김없이 다 할 태세였다. 그녀는 화가 났지만 정황을 생각해서 말을 가려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우행의 반은 필경 취기 때문일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가져 볼 만했다. 그래서 그의 반취 상태에 가장 적절한 대응이라 기대하며 진지함과 장난기를 섞어 대답했다.
“깜짝 놀랐어요, 엘튼 씨, 이런 말을 저한테 하시다니요! 착각하신 모양이네요. 제가 제 친구인 줄 아셨나 봐요, 스미스 양한테 보내는 전갈이 있으시다면 기꺼이 전해 드리지요. 하지만, 저한테는 더 이상 이런 말 마세요. 부탁이에요.” (P190-191)
“웨스턴 부인은 납득한 것 같지 않은데, 그분처럼 분별력이 훌륭하고 감성이 예민한 여성이라면 납득이 갈 리 없지. 어머니가 되기는 했지만 모성애에 눈이 멀지는 않은 그런 여성이라면 말이오. 새어머니가 들어왔으니 마땅히 랜들스에 갑절의 관심을 기울여야 마땅하고, 그러니 찾아오지 않은 것이 부인 편에서는 갑절로 서운할밖에, 새어머니가 지체 높은 분이었다면 틀림없이 찾아왔을 거요. 그리고 그런 경우에는 오든 안 오든 별로 중요하지 않았을 거고, 당신의 벗이 이런 생각을 미처하지 못했을 거라고 볼 수 있소? 속으로 이런 생각을 자주 곱씹지 않을 거라고? 그렇소 에마, 당신의 그 상냥한 청년은 프랑스식으로만 그렇지 영국식으로는 아니오. 아주 ‘상냥’하고 매너도 좋고 붙임성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는 영국인다운 섬세함은 전혀 없소. 진정한 상냥함은 전무한 거지.”
“안 좋게 보기로 작정하신 모양이네요.”
“내가! 천만의 말씀.” 좀 언짢아진 나이틀리 씨가 대꾸했다. “안 좋게 보려는 게 아니오. 다른 사람들한테 하듯 장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인정할 것이고, 그렇지만 외면에 관한 이야기 밖에 들은 것이 없군. 교양 있고 미남이고 매너가 부드럽고 말재주가 있다는 소리 정도.” (P218)
베이츠 부인 막내딸이 남긴 유일한 혈육인 제인 페어팩스는 일찍 부모를 여의었다.
모 보병 연대의 페어팩스 중위와 제인 베이츠 양도 한때는 명성과 즐거움, 희망과 계획이 가득한 결혼 생활을 누렸다. 그러나 지금 남은 것이라고는 해외에서 작전 중 전사한 중위와 곧이어 폐병과 슬픔에 시달리다 죽어 간 미망인에 대한 슬픈 기억과 이 여식밖에 없었다.
그녀는 태생부터가 하이베리의 일원이었다.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할머니와 이모 손에 자라면서 그들의 자식이자 책무이자 위안이자 귀염둥이가 되었을 때만 해도, 십중팔구 그녀는 영원히 그곳에 붙박힌 채 극히 한정된 수입으로 시킬 수 있는 정도의 교육만 받고 자라나, 장점이라곤 이 타고난 보기 좋은 용모에 좋은 머리, 그리고 따뜻한 마음씨의 선량한 친척뿐, 훌륭한 뒷배나 발전의 이점이 더해질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부친의 친구 한 분의 측은지심으로 그녀의 운명은 달라졌다. 그는 바로 캠벨 대령으로 대령은 페어팩스를 훌륭한 장교이자 대단히 성실한 청년으로 매우 높이 평가했고, 야영지에 심각한 열병이 번졌을 때 페어펙스의 극진한 간병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은혜를 결코 잊지 않았지만, 불쌍한 페어팩스가 사망한 후 수년이 지나서야 영국으로 돌아와 뭔가를 해 줄 수 있었다. 그는 귀국하는 대로 페어팩스의 혈육을 찾아내고 뒤를 보살펴 주었다. 그는 결혼했으며 살아 있는 자식은 제인 또래 딸 하나뿐이었다. 제인은 그 집에 초대받아 길게 머물기도 하면서 점차 그 집 식구들 모두의 총애를 받았고, 제인이 아홉 살이 되기 전 캠벨 대령은 자신의 딸도 제인을 무척 좋아하고 자기도 제대로 후원자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에, 제인의 교육을 전부 책임지겠다고 제안했다. 그 제안은 받아들여지고, 그때부터 제인은 캠벨대령과 한 식구가 되어 아예 그 집에서 살면서 이따금씩만 할머니를 찾아보곤 했다.
대령의 계획은 그녀를 남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었다. 그녀가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몇백 파운드로는 경제적 독립이 불가능했다. 그녀에게 다른 생활을 마련해 주는 것은 캠벨 대령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었으니, 급여와 직책 수당으로 수입은 괜찮았지만 별로 많지 않은 고만고만한 재산은 모두 딸에게 물려주어야 했다. 그러나 교육을 시켜 주면 차후 점잖은 생활을 할 수단이 되지 않을까하여 제인에게 교육을 시켰다.
이것이 제인 페어팩스의 이력이었다. (P235-237)
에마는 영 탐탁지 않았다. 좋아하지도 않은 사람한테 석 달씩이나 예절을 차려야 한다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기껏 해봤자 항상 미흡하기만 할 텐데! 왜 제인 페어팩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는 아마도 답하기 어려운 물음이었을 것이다. 언젠가 나이틀리 씨의 말로는, 에마 자기가 도달했으면 싶은 완벽한 젊은 여성의 모습을 바로 제인에게서 보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을 때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펄쩍 뛰었지만 자기한테 그런 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자성의 순간들도 이따금 있었다. 그러나 “제인하고는 도무지 친해지지가 않더라,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아주 차갑고 사리는 구석이 있으며 상대야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는 것처럼 굴고, 거기다 그 이모는 또 얼마나 끝없는 수다쟁이인가! 모두들 제인 일이라면 노심초사 난리법석이고! 다들 언제나 우리 둘이 절친한 친구가 될 거라고 상상하는데, 동갑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들 당연히 우리가 서로 아주 좋아할 거라 생각하다니.” 이런 것들이 그녀의 이유였고, 더 나은 이유는 대지 못했다. (P240)
“스미스 양요! 아! 미처 보지 못했군요...... 대단히 배려가 깊으십니다. 제가 낫살이나 먹은 기혼자만 아니라면..... 그렇지만 저의 춤 시절은 끝났습니다. 웨스턴 부인. 양해해 주세요. 다른 일을 시키신다면 어떤 일이든 더없이 행복하게 하겠습니다만..... 제 춤 시절은 끝난걸요.”
웨스턴 부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가 얼마나 놀랍고 굴욕적인 심정으로 자리로 돌아갈지 에마는 상상이 갔다. 이게 엘튼 씨의 본모습이었다! 상냥하고 친절하며 예의바른 엘튼 씨의 본모습..... 그녀는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약간 떨어져 있는 나이틀리 씨에게 다가가 긴 대화를 나눌 차비를 하고 있었고, 그사이 즐거워 죽겠다는 미소가 그와 그의 아내 사이를 오갔다.
다시는 쳐다보지 않으리라. 그녀는 분노로 가슴이 뜨거웠고, 얼굴도 그렇게 뜨거울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잠시 후 더 보기 좋은 모습이 눈에 잡혔다. 나이틀리 씨가 해리엇을 대열로 인도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순간보다 더 놀란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더 즐거웠던 적도 거의 없었다. 그녀는 해리엇과 그녀 자신을 위해 온통 기쁘고 고마운 마음뿐이었고, 그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으며, 말을 건네기에는 거리가 꽤 있었지만 그의 시선을 다시 붙잡은 순간 그녀는 얼굴로 많은 말을 전했다. (P474)
자신의 마음과 아울러 자신의 행동이 그 몇 분 사이에 그녀 앞에 펼쳐졌다. 모든 것이 이제껏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명료함이 다가왔다. 이제까지 해리엇한테 얼마나 부적절하게 처신했던가! 사려 깊고, 섬세하고, 합리적이고, 다감한 것과는 얼마나 거리가 먼 행동이었던가! 어떤 맹목에, 어떤 광기에 이끌려 그리 행동한 것일까! 그런 생각이 끔찍하게 물밀 듯 밀려 들고, 자신의 처신에 어떤 나쁜 이름이라도 기꺼이 붙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결점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한 조각 존중심, 체면을 잃을까 하는 얼마간의 우려와 해리엇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의지 덕분에 (나이틀리 씨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믿는 아이에게 동정을 베풀 필요야 없겠지만, 지금 조금이라도 차갑게 대해 그 애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공정에 어긋나는 짓이었다.) 에마는 침착하게, 심지어 겉보기에는 상냥한 모습으로 꿋꿋이 견디며 앉아 있었다. 사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해리엇의 희망의 최대치가 무엇인지 캐물을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그렇게 자진해서 맺고 유지해 온 관심과 배려를 철회하게 할 만한, 혹은 한 번도 올바른 방향으로 조언해 준 바 없는 장본인한테서 무시를 당할 만한 짓을 해리엇이 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생각에서 깨어나 감정을 다스리며, 그녀는 다시 해리엇을 향하여 좀 더 부드러운 어조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처음에 그 대화를 촉발했던 화제, 즉 제인 페어팩스의 놀라운 이야기로 말할 것 같으면 완전히 가라앉아 사라져 버렸다. 두 사람 다 나이틀리 씨와 자기 자신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다. (P592)
완전한 진실에 접하게 되는 것은 인간에게 드문, 아주 드문 일이다. 뭔가 약간의 위장이나 약간의 오해가 개입되지 않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행동에 대해서 오해했을지언정 감정에 대해서는 오해하지 않은 그런 경우라면, 오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이틀리 씨가 아무리 에마가 가슴으로 후회하고 있다고 여긴들, 또 그의 마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고 여긴들 에마의 실제 마음보다 더하지는 않았다. (P624)
<이성과 감성>에서 윌러비가 메리앤에게 큰 상처를 주면서 재산 때문에 다른 여성과 결혼한다거나, <오만과 편견>에서 위컴이 주인공 집안의 동생과 도주를 한다거나, <맨스필드 파크>에서 주인공을 사랑한다던 헨리가 유부녀인 주인공의 사촌 언니와 도주하는 등 놀라운 사건이 한두 번은 일어나지만, <에마>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면 마을에서 오랜만에 큰 무도회를 열거나 함께 소풍을 가는 것이 전부다. (P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