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여운 것들Poor Things> 2023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가여운 것들Poor Things>(2023)은 '벨라 백스터'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엠마 스톤과 마크 러팔로가 주연하며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더 랍스터'(2015) '킬링 디어'(2017) '더 페이보릿'(2018) 등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 받았다. 2024년 초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감독상 등 7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아치볼드 맥캔들리스 박사(1862-1911)는 갤러웨이주 워필에서 부유한 차지농업자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글래스고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상주 외과의이자 공중보건 담당관으로서 잠시 일했으며, 그 후 저술과 자식 교육에 헌신했다. 그의 한때 유명했던 서사시, <소니 빈의 존재증명>은 오랫동안 부당하게 경시되었고, 아내는 그의 가장 위대한 저작이자 자전적 작품인 <가여운 것들>의 초판본 공개를 거부했다. 최근 글래스고의 지역사가인 마이크 도널리에 의해 재발견된 이 기묘한 서사는 호그의 <사면된 죄인의 고백>만큼이나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1992년에 휘트브레드 상과 가디언 문학상을 수상했다.
편집자인 앨러스데어 그레이는 1934년에 글래스고의 리드리에서 판지 제조업자이자 시간제 언덕 가이드의 아들로 태어났다. 도안 및 벽화 전공으로 스코틀랜드 교육학부 졸업장을 받았으며, 현재 머리가 벗어지기 시작하고 천식을 앓는 뚱뚱한 유부남 보행자이다. 이것저것 쓰고 도안하며 살고 있다. (P8)
“사람들이 모두 콜린 경이라고 부르니까. 병리해부학은 훈련과 연구에 필수적이지만, 많은 의사들이 삶이란 본질적으로 죽어 있는 무언가에 나타난 파동이라고 생각하도록 이끈다네. 그들은 마치 정신은, 그 사람의 삶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환자의 몸을 다루지. 우리는 환자를 부드럽게 대하는 태도를 익히지만, 그런 태도가 환자를 실습 대상인 시체만큼 수동적으로 만드는 값싼 마취제 이상인 경우는 드물다네. 그러나 초상화가는 램브란트의 예술을 배운답시고 그의 그림에서 광택제 층을 긁어내고, 두껍게 칠한 채료(彩料)를 얇게 베어 내고, 배경을 용해시키고, 마지막으로 캔버스의 섬유들을 가닥가닥 분리해 보지는 않거든.”
“동의하네, 의학은 과학인만큼 예술이기도 하지. 하지만 우리가 병원에서 실습하는 4학년에는 분명 예술의 경지에 도달하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 백스터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공공병원은 의사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련함으로써 부자들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방법을 배우는 곳일세.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공공병원을 두려워하고 증오하지. 그래서 수입이 좋은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혹은 자신의 집에서 수술을 받는 걸세. 콜린 경은 병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네. 겨울에는 시내에 있는 집에서, 여름에는 시골 저택에서 수술을 했어. 나는 종종 그를 보조했지. 그는 진정한 예술가였네. 병원 이사회가 무균 의료를 무시하거나 사기라고 맹렬히 비난할 때, 그는 수술 도구를 끓는 물에 넣어 살균하고 수술실을 소독했네. 세간의 주목을 받는 그 어떤 외과의도 자신들이 사용하는 지독히 더러운 메스와 핏자국이 말라붙은 프록코트 때문에 1년에 환자 수십 명이 죽었다고 인정할 염두를 내지 못했고, 그래서 그것들을 계속 사용했어. 그들은 가엾은 제멜바이스를 미치광이로 몰았고, 그는 진실을 널리 알리려고 노력하던 와중에 자살했네. 콜린 경은 제멜바이스보다는 더 신중했어, 비정통적인 발견들을 비밀로 간직했거든.”
내가 그에게 말했다. “그때 이후로 우리 병원들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부디 기억해 주게.” (P46-47)
하나는 수컷의 성기와 암컷의 젖꼭지가 달려 있었고, 다른 하나는 암컷의 성기와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젖꼭지가 달려 있었다. 한 녀석의 몸 위, 색깔이 변하는 지점의 털 아래, 간신히 감지할 수 있는 두두룩한 부분이 만져졌는데, 거기서부터 꼬리 쪽으로 몸 전체가 미세하지만 갑작스럽게 좁아들었고, 다른 녀석의 경우엔 몸 위의 똑같이 미세하게 불룩한 부분에서 몸 전체가 넓게 퍼졌다. 그 작은 짐승들은 자연이 아니라 인공의 예술품이었다. 내 손안의 녀석이 갑자기 미치도록 귀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잔디 위에 내려놓고 백스터를 경외, 감탄, 그리고 일종의 연민의 시선으로 응시했다. 자기가 가진 능력 때문에 나머지 다른 모든 이로부터 소외되는 사람들을 측은히 여기지 않기는 힘들다. 그들이 (물론) 일반적인 유형의 피해를 입히는 통치자가 아닌 한에서 말이다. 마침내 내가 입을 열었을 때 내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걸 어떻게 한 건가, 백스터?”
“나는 뭐 그리 멋진 일을 한 게 아니네.” 그가 다른 토끼를 내려놓으며 침울하게 말했다. “사실은 부당한 일을 저지른 거지, 몹시와 플롭시는 어느 날 내가 재우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하고 행복한 작은 토끼 두 마리였는데, 깨어나 보니 이렇게 되어 있었지. 녀석들은 이제 한때 무척 즐겼던 번식 활동에는 관심이 없어졌어. 하지만 나는 내일 녀석들을 정확히 예전 그대로 돌려놓을 걸세.”
“하지만 백스터, 자네의 손이 이걸 할 수 있다면, 하지 못할 일이 달리 뭐가 있겠나?”
“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한 심장으로 부자들의 병든 심장을 대체할 수 있을 거고,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 하지만 나한테 필요한 돈은 얼마든지 있고, 백만장자들을 그런 유혹에 빠뜨리는 건 몰인정한 일이야.” (P56-57)
“매년 젊은 여성 수백 명이 가난과 지독하게 부당한 우리 사회의 편견 때문에 스스로 물속에 몸을 던진다네. 그리고 자연 또한 너그럽지 못할 수 있어. 인위적인 도움 없이 살 수 없거나 아예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우리가 부자연스럽다고 일컫는 탄생을 자연이 얼마나 자주 만들어 내는지 자네는 알 걸세. 무뇌증, 쌍두증, 단안증, 그리고 너무 특이해서 과학이 이름조차 붙이지 못하는 기형들 말이야. 사람들은 산모가 이런 것들을 절대 못 보게 하는 것이 좋은 처방이라고 여기지. 어떤 기형은 덜 괴상하지만 똑같이 끔찍해. 소화관이 없는 아기는 탯줄이 잘려 나가자마자 굶어 죽을 수밖에 없어. 이건 물론 어떤 친절한 손이 그 전에 질식시켜 죽이지 않았을 때의 얘기야. 의사 중에 감히 그런 짓을 하거나 간호사에게 지시하는 사람은 없어. 그럼에도 그런 일은 일어난다네.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유아 사망률이 가장 높은 현대의 글래스고에서, 자신들의 조그만 아기가 죽을 때마다 매번 관과 장례식과 무덤을 준비할 경제적인 여력이 되는 부모는 극소수라네. 가톨릭조차도 세례받지 못한 사람들은 연옥에 보내지, 세계의 공장에서 연옥은 대개 의료 직종이네. 수년 동안 나는 버려진 시신과 버려진 뇌를 우리 사회의 쓰레기 더미에서 가져다가 하나의 새로운 생명으로 통합시킬 계획을 세웠네. 이제 나는 그렇게 했고, 그렇게 해서 벨라가 탄생한 거야.” (P75-76)
나는 거의 일주일 동안 딴 데 정신이 팔린 상태로 병원 업무를 수행했다. 나의 상상력이 눈을 떴다. 상상력은 맹장처럼 원시시대부터 유전된다. 원시시대에 맹장은 우리 종의 생존을 도왔다. 그러나 현대의 산업국가에서는 주로 질병의 원천이다. 나는 상상력이 부족하다 자부해 왔지만, 이제 보니 그저 휴면 상태였던 것 같다. (P111)
친애하는 맥캔들리스,
자네와 벨라를 갈라 놓다니 내가 미쳤었네. 즉시 오게, 나는 뜻하지 않게 우리 세 사람 모두에게 끔찍한 방식으로 상처를 입혔네. 어쩌면 오직 자네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만약 자네가 신속히, 오늘 밤, 해가 지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이곳으로 온다면 말일세.
자네의 비참한 그리고, 맹세컨대,
진정으로 회개하는 친구,
고드윈 비시 백스터 (P114)
나는 자리에 앉아 그를 응시했다. 그가 말했다. “그녀는 던컨 웨더번과 눈이 맞아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다네.”
“누구?”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남자일세. 매끄럽고, 잘생기고, 말쑥하고, 그럴듯하지만, 지난주까지만 해도 하인 계급 여성들을 전문적으로 유혹했던 파렴치하고 음탕한 변호사지. 너무 게을러서 정직한 노동으로는 먹고살 수 없는 남자야. 게다가, 조카를 애지중지하는 늙은 고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산 덕에 굳이 일을 할 필요가 없어졌지. 그는 법의 그늘진 측면에서 약간의 부적절한 일에 대해 부적절하게 높은 수임료를 부과함으써 도박으로 입은 손실과 더러운 통정을 위한 대금을 충당한다네. 그런데 벨라가 이젠 그를 사랑해. 맥캔들리스 자네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 (P115)
그가 돌아왔을 때 내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백스터, 난 자네가 살인자로 자처하는 이유를 요만큼도 모르겠네.”
“내가 익사한 여자의 몸에서 살아 있는 채로 꺼낸 아홉 달 가까이 된 그 작은 태아를 내 수양딸로 삼아 보살폈어야 해. 그런데 그 태아의 뇌를 엄마의 몸에 이식함으로써, 나는 그녀의 수명을 고의로 단축했네. 그건 마치 내가 마흔 살이나 쉰 살 된 그녀를 칼로 찔러 죽인 것과 같아, 다른 게 있다면 인생의 끝자락이 아니라 시작점에서 수년을 빼앗은 거지. 훨씬 더 악랄한 짓을 저지른 거야. 게다가 나는 나이 든 호색한이 뚜쟁이로부터 아이를 사들이는 이유로 그런 일을 저질렀어. 이기적인 탐욕과 조바심이 나를 그리하도록 몰았고, 바로 그것!” 그가 소리를 지르며 주먹으로 탁자를 아주 세게 내리치는 바람에 그 위에 놓인 가장 무거운 것들조차도 공중으로 적어도 2~3센티미터쯤 튀어 올랐다.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의 기술과 과학은 진보적인 박애주의자들이 하는 말과 달리 세상을 개선할 수 없는 걸세. 우리의 방대하고 새로운 과학기술을 맨 처음 사용하는 건 우리의 본성에서나 국가에서나 지독하게 탐욕스럽고 이기적이고 성급한 부분들이야. 조심스럽고 친절하고 사회적인 부분에는 항상 두 번째로 차례가 가지, 콜린 경의 기술이 아니었다면 벨은 지금 정상적인 두 살 반 아기였을 거야. 나는 그녀가 독립하기 전 16년이나 18년을 더 그녀와 함께하는 삶을 누렸을 테지. 하지만 내 저주받은 성적 욕구가 내 과학기술을 이용해 그녀를 던컨 웨더번을 위한 한 입 거리로 포장했어! 던컨 웨더번!”
그가 울었고, 나는 그의 말을 곱씹었다. (P135-136)
나는 이제 던컨 웨더번을 훨씬 더 좋게 평가하고, 귀하를 훨씬 더 나쁘게 생각하오. 혹시 위대한 헨리 어빙이 제작해서 글래스고 왕립 극장에 올린 괴테의 <파우스트>를 보았소? 나는 보았소. 그리고 깊이 감동했지. 나는 지옥 왕의 조력을 동원하여 하인 계급의 한 여성을 유혹하는 전문직 중산층의 존경할 만한 일원인 그 고통 받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 자신을 알아보았소. 그렇소. 괴테와 어빙은 그 현대적 인간 - 그 던컨 웨더번 - 이 본질적으로 이중적임을 알았던 거요. 현명하고 합법적인 게 무엇인지 충분히 교육받은 고귀한 영혼이지만, 동시에 오직 끌어내리고 타락시키기 위해서만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악마 같은 인간. 그것이 일주일 전까지 내가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관점이었소. 나는 바보였소. 백스터 씨! 눈멀어 오도된 바보! 벨라와의 관계는 처음부터 파우스트의 성격을 띠었고, 당신이 나를 당신의 ‘질녀’에게 떠맡긴 순간부터 내 콧구멍에는 죄악의 황홀한 향냄새가 났지, 이 멜로드라마에서 내가 순진하고 의심 없는 그레첸 역을 맡게 되고, 당신의 굉장한 질녀에게 파우스트 배역이 맡겨질 줄은, 그리고 당신! 그래, 당신, 고드윈 비시 백스터가 악마 본인일 줄은 난 알지 못했어! (P149-150)
나는 당신의 질녀가 누군지 이제 알아, 백스터 씨. 유대인들은 그녀를 이브라고도 부르고 델릴라라고도 불렀어. 그리스인들은 트로이의 헬레네라 불렀고, 로마인들은 클레오파트라라고 불렀고, 기독교인들은 살로메라고 불렀지. 그녀는 전 시대에 걸쳐 가장 고귀하고 가장 남성적인 남자들의 명예와 남성성을 파괴하는 하얀 마귀야. 그녀는 벨라 백스터로 가장하여 내게 왔어. 루이 왕에게 그녀는 맹트농 부인이었고, 찰리 왕자에게 그녀는 클레멘티나 워킨쇼였고, 로버트 번스에게 그녀는 진 아모르 등등이었으며, 블레싱턴 장군에게 그녀는 빅토리아 해터슬리였지. 그 이름을 들으니 덜덜 떨리나, 루시퍼 백스터? 장군의 파탄 난 결혼생활이 신문에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변호사들에겐 정보가 흘러 들어오는 다른 경로가 있거든. 그리고 이것을 통해 나는 당신의 비밀을 간파했어. 왜냐하면 하얀 마귀는 전 시대와 국가를 아우르는 어떤 더 어마어마하고 더 사악한 마귀의 꼭두각시이자 도구이기 때문이지!!!! 이브는 뱀의 지배를 받았고, 델릴라는 블레셋 원로들의, 맹트농 부인은 추기경 뭐라던가 하는 사람의, 그리고 벨라 백스터는 당신, 고드윈 비시 백스터, 이 물질과학 시대의 마왕이자 조종자의 지배를 받았던 거지! 오직 (물질과학의 바빌론인) 현대의 글래스고에서만이, 당신은 부와 권력과 존경을 얻을 수 있었을 거야. 인간의 뇌를 가르고, 시체안치소를 어슬렁거리고, 빈민들의 임종 자리에 출몰하면서 말이지. 스코틀랜드가 영적인 국가였을 때라면, 당신은 당신이 저지른 짓들 때문에 사악한 마법사로 불태워졌을걸. 헛소리를 지껄이며 뒤로 떳떳지 못한 일이나 하고 돌아다니는 신의 골칫거리, 무저갱의 짐승!!!!!! (P172-174)
백스터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오직 나쁜 종교만이 신비에 의존하네. 나쁜 정부가 비밀경찰에 기대는 것과 꼭 같아. 진리, 아름다움, 그리고 선함은 신비스럽지 않아. 햇빛, 공기, 그리고 빵처럼 그것들은 인생에서 가장 평범하고 가장 명백하고 가장 본질적인 사실들일세. 값비싼 교육으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인 사람들만이 진리, 아름다움, 선함을 진귀한 사유 재산이라고 생각하지. 자연은 더욱 개방적이네. 우주는 본질적인 것을 결코 우리에게 숨기지 않네. 그것은 어디에나 있고 모두 거져 주어지지. 신은 우주와 마음을 더한 존재야. 신, 혹은 우주, 혹은 자연이 신비롭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것들이 질투심이 많다고, 혹은 분노한다고 여기는 사람들과 같아. 그들은 자신들의 고독하고 혼란스러운 마음 상태를 공표하고 있는 셈이네.” (P180-181)
"내가 그 신(god)에 관해 아는 것은 모두 나만의 갓(God) -나의 후견인인 고드윈 백스터에게서 들은 것들이에요. 그는 신이 모두와 전부를 일컫는 유용한 이름이라고 말했어요. 당신의 실크해트와 꿈들 말이에요. 애스틀리 씨, 하늘 장화 로흐 로몬드의 아름다운 모래톱 보르시 나를 녹은 용암 시간 발상 백일해 결합의 황홀감 더없는 행복 나의 흰 토끼 플롭시 그리고 그 토끼의 토끼장- 지금껏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존재할, 온갖 사전과 책에서 명명된 그 모든 것들이 신으로 귀결될 수 있어요. 하지만 신의 가장 온전한 면모는 운동이에요. 왜냐하면 운동은 사물을 계속해서 흔들고 위저어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거든요. 운동은 죽은 개를 구더기와 데이지 꽃으로 바꾸고, 밀가루 버터 설탕 달걀 우유 한 숟가락을 애버네티 비스킷으로 만들고, 정자와 난자를 우리가 신경 써 막지 않는 한 아기로 자라나게 될 수상한 작은 모종으로 변화시켜요. 또한 운동은 단단한 물체가 살아 있는 신체에 부딪히거나 살아 있는 신체들이 서로 충돌할 때 고통을 야기하죠.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삶에 마멸되기도 전에 맞아 죽는 것을 막기 위해 타격이 다가오는 것을 포착하고 그것을 피할 수 있도록 눈과 두뇌를 만들어 내고 개발하고 진화시키고 획득하고 발명하고 익히고 얻어내고 성장시켜 왔어요. 그리고 그 모든 신의 잡동사니가 얼마나 훌륭하게 작동하는지요! (P227)
“당신들은 누굽니까?” 돌연 옹졸하고 성마르게 바뀐 어조로 목사가 따지듯 물었다.
“나는 오브리 드 라 폴 블레싱턴 장군이오. 자신이 벨라 백스터라고 주장하는 저 여자는 나의 법적인 아내, 빅토리아 블래싱턴이고, 혼전 이름은 빅토리아 해터슬리지. 여기 이 사람은 그녀의 부친 블레이던 해터슬리로, 맨체스터와 버밍엄 소재 유니언잭 증기기관차 제조사의 대표이사요.”
“비키!” 노인이 벨라를 향해 두 팔을 뻗으며 소리쳤다. 그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오. 내 소중한 비키! 네 늙은 아비를 못 알아보는 거냐?”
벨라는 대단히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를 주시하다가, 다시 첫 남편에게도 똑같이 흥미로운 시선을 던졌다. 장군은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되쏘아보았다. 제조업자가 흐느꼈다. 나 자신의 감정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했다. 나는 벨라가 자신도 모르게 자기 몸의 첫 번째 남편에서 자기 뇌의 아버지를, 그리고 자기 몸의 아버지에서 자기 뇌의 할아버지를 보고 있음을 알았다.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음, 여러분은 대단히 멋진 2인조로 보이는군요. 하지만 나는 두 분 모두 이전에 본 기억이 없어요.” (P312-313)
“.....자, 이렇게 해서 마침내 벨 백스터라는 종(種)의 기원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릴 것처럼 보이네요. 저 의사 양반이 당신에게 뭐라고 속삭였나요. 갓?”
“거짓말, 그자는 아마 그것을 큰 소리로 반복해서 얘기할 테고 당신은 내가 그자의 말에 반박하는 것을 듣게 될 거야.”
“어째서 그렇게 비참한 표정인 거죠. 갓? 어째서 당신은 나만큼 신이 나지 않는 거예요?”
“왜냐하면 나 역시 거짓말을 했었다는 사실을 당신이 알게 될테니까.”
“당신이? 거짓말쟁이라고요?”
“그래.”
“당신이 내게 거짓을 말해 왔다면 세상에 과연 진실이라는 게 있을까요? 좋은 사람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존재할까요?” 벨라가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진실과 선함은 내가 기준이 될 수 없어. 벨, 나는 너무도 약한 사람이야. 나는 블레싱턴 장군만큼이나 가여운 놈이라고, 우리 두 사람 모두를 경멸할 마음의 준비를 해 둬.” (P317-318)
“하지만 강물에 몸을 던져 사망한 이후로 그녀는 당신의 아내가 아니었소.” 백스터가 재빨리 말했다. “혼인 계약에 따르면 결혼은 죽음이 당신들을 갈라 놓을 때까지 지속되지요. 당신 아내이자 내 피보호자의 신원에 대한 유일한 독자적 증인은 자살을 목격하고 시체를 회수한 투신자 구조회 공무원이요. 프리켓 박사는 내가 그녀에게 새 삶을 주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소. 만약 그렇다면, 나는 이전의 해터슬리 씨만큼이나 되살아난 여성의 아버지이자 보호자이며, 그가 한때 그랬던 것만큼 결혼식에서 그녀가 선택한 남편에게 그녀의 손을 건네줄 자격이 있소. 하커 씨, 이 논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오?” (P340)
나는 지금 내 앞에 정확히 석탄 저장고에서 빠져나왔을 당시 레이디 빅토리아 블레싱턴의 수척해진 형상이 서 있음을 확신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비록 슬픔에 가득 차 있었지만, 분명히 벨라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 가여운 것이 느꼈을 감정을 그대로 느끼지만, 그 때문에 미치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게 해서 내가 맨체스터의 당신을 찾아간 거군요. 아빠,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죠?” (P359)
“아버지, 내게 생명을 줘서 고마워요. 비록 아버지 말대로라면 날 만드는 수고는 대부분 내 어머니가 했고 아버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지만요. 뿐만 아니라, 선택의 자유가 없는 삶은 가질 만한 가치가 없죠. 오브리 경, 아버지로부터 날 해방시켜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내가 당신의 집을 떠나고 싶게 만들어 줘서 고마워요. 아니 어쩌면 내가 고마워해야 할 상대는 돌리 퍼킨스겠군요. 그녀가 아니었다면 난 아마도 당신에게 계속 매달려 살고 있을 테니까요. 프리켓 선생, 가엾고 어리석었던 과거의 내게 삶을 견딜 만하게 만들어주려고 애써 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여전히 가엾고 어리석은 사람일 수밖에 없지만요. 그라임스 씨, 나를 발견하고 내 쓸모없는 과거를 씻어 내기 위해 내가 물을 통과해야 했음을 알려 줘서 고마워요. 갓, 날 치료해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내가 감옥이 아닌 집에서 살게 해 주어서 고마워요. 나는 계속 이곳에서 살 거예요. 그리고 캔들, 내가 고마워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남자를 가졌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매일 밤 내가 껴안고 날 껴안아 주는 남자, 매일 아침저녁으로 같이 있어 즐겁고 낮에는 내가 자유롭게 내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그런 남자 말이에요.” (P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