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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Mar 05. 2024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애니메이션 <동물농장Animal Farm>  1954년

존 리드(John Reed)라는 작가가 쓴 후속작으로 '자본주의 동물농장'(원제: 스노우볼의 기회 Snowball's Chance)이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 출간으로부터 10년이 지난 1954년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됐는데[63] 내용은 원작과 거의 같지만 필킹턴이나 프레더릭 농장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하지 않고 대신 술집에서 동물농장을 공격하자고 선동하는 농부 중에 왠지 인중에 콧수염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아저씨와 대머리 아저씨가 보인다. 결말도 당나귀 벤저민이 동물들을 선동해 반혁명을 일으켜 돼지들의 연회장에 들이닥치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1999년 영국에서 실사 동물에 목소리만 더빙하는 방식으로 영화화되었는데, 영화는 소설의 역사성을 인식해서인지 엔딩에서 내용을 좀 더 진행을 했다.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농장이 폐허가 된 모습이 묘사되었는데, 냉전 종식과 소련 등 공산권의 붕괴를 상징한 듯. 그런데 그게 긁어 부스럼이었다.     

[동물 7계명]

첫째. 무엇이건 두 발로 걷는 것은 적이다.

(Whatever goes upon two legs is an enemy.)

둘째. 무엇이건 네 발로 걷거나 날개를 가진 것은 친구다.

(Whatever goes upon four legs, or has wings, is a friend.)[20]

셋째. 어떤 동물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No animal shall wear clothes.)

넷째.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

(No animal shall sleep in a bed.)

→ 어떤 동물도 침대에서 시트(이불)를 깔고 자면 안 된다

(No animal shall sleep in a bed with sheets.)[21]

다섯째.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No animal shall drink alcohol.)

→ 어떤 동물도 지나치게 많이 술을 마시면 안 된다

(No animal shall drink alcohol to excess.)[22]

여섯째. 어떤 동물도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

(No animal shall kill any other animal.)

→ 어떤 동물도 이유 없이 다른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

(No animal shall kill any other animal without cause.)

일곱째.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All animals are equal.)

→ 모든 동물들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욱 평등하다.

(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  

   

자, 동무들, 동물들의 삶이 어떤 겁니까? 우리 똑바로 봅시다. 우리의 삶은 비참하고 고달프고, 그리고 짧소. 우리는 태어나 몸뚱이에 숨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먹이만을 얻어먹고, 숨 쉴 수 있는 자들은 마지막 힘이 붙어 있는 순간까지 일을 해야 하오. 그러다가 이제 아무 쓸모도 없다고 여겨지면 그날로 우리는 아주 참혹하게 도살당합니다. 영국의 모든 동물들은 나이 한 살 이후로는 행복이니 여가니 하는 것의 의미를 알지 못합니다. 영국의 어느 동물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비참과 노예 상태, 그게 우리 동물들의 삶입니다.          (P10)    

 

우리는 왜 계속 이 비참한 조건 속에 살아야 하는 겁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노동해서 생산한 것을 인간들이 몽땅 도둑질해 가기 때문입니다. 동무들, 우리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거기 있소. 한마디로 문제의 핵심은 ‘인간’이오. 인간은 우리의 진정한 적이자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몰아내기만 하면 우리의 굶주림과 고된 노동의 근본 원인은 영원히 제거될 것이오.       (P11)     


메이저의 가르침을 완벽한 사상 체계로 발전시킨 이들은 이들 세 마리 돼지들이었다. 그들은 그 사상 체계에 ‘동물주의’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주일에도 며칠씩 그들은 헛간에서 비밀 야간 회합을 갖고 동물주의의 원리들을 다른 동물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처음 얼마간은 동물들 사이에 우둔한 발언과 시큰둥한 반응도 없지 않았다.       (P19)     

“동무들.” 그는 낮은 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이게 누구 소행인지 아시오? 밤중에 숨어들어 우리 풍차를 무너뜨린 적이 누구인지 아시오? 스노볼이오, 스노볼!”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천둥치듯 높아졌다. “이건 스노볼의 짓이오. 그 반영자는 앙심을 품고 우리 일을 망가뜨리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당한 부끄러운 추방을 앙갚음하기 위해서 야음을 타고 여기 숨어들어 우리가 근 일 년 동안 공들여 세운 풍차를 파괴한 겁니다. 동무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스노볼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바이오. 누구든 그를 처단하는 자에게는 ‘동물 영웅 이등 훈장’과 사과 반 부셀을 주고 생포해 오는 자에게는 사과 한 부셀을 주겠소.”     (P65)   

  

며칠이 지나 염소 뮤리엘이 ‘일곱 계명’을 읽어 보다가 동물들이 그 계명 중의 하나를 또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제5번 계명이 ‘어떤 동물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라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동물들은 두 단어를 잊어먹고 있었던 것이다. 벽에 쓰여진 제5번 계명은 이런 것이었다. ‘어떤 동물도 ’너무 지나치게‘ 술을 마시면 안 된다.’         (P95~96)    

 

그들은 옛 꿈의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늙은 메이저가 예언했던 그 동물 공화국, 영국의 모든 푸른 들판에서 인간의 발길을 몰아낸 다음 세워질 그 동물 공화국의 꿈도 그들은 여전히 믿고 있었다. 언젠가 그 공화국의 날은 오리라-비록 당장은 아니라 하더라도, 어쩌면 지금 생존해 있는 동물들의 살아생전에 오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래도 그날은 오고 있었다.   (P115)    

 

열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 맞고함질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 밖의 동물들은 왜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    (P123)     

“죽은 듯한 침묵이 흘렀다. 놀라고 겁먹은 동물들은 줄지어 천천히 마당을 걷고 있는 돼지들의 긴 행렬을 지켜보며 한쪽에 몰려 서 있었다. 마치 온 세상이 거꾸로 선 것 같았다. 첫 번째 충격이 웬만큼 가시고 나자 동물들은 개들에 대한 공포에도 불구하고, 또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불평하지 않고 비판도 하지 않는, 그 오랜 세월 몸에 붙은 버릇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어떻게든 항의를 좀 제기해야겠다는 생각이 한순간 퍼뜩 머리에 떠올랐다. 그러나 바로 그때, 무슨 신호를 받기라도 한 듯 양들이 일제히 목청을 높여 우렁하게 외쳐대기 시작했다.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더 좋다.”           (P127)     


“동물들과 인간들 사이에는 어떤 이해관계의 충돌도 없고 그런 충돌이 있을 필요도 없다. 그들의 투쟁과 그들의 어려움은 하나이고 같은 것이다. 노사 문제는 어디서나 같은 것이 아닌가? ...........”         (P131)     

“열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에게 고함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가 없었다.”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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