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샬롯스 웹 2: 윌버스 그레이트 어드벤처> 2002년
<샬롯의 거미줄>(2006), <아기 돼지 윌버와 친구들>(1973)
“아빠는 도끼를 들고 어디 가시는 거예요?”
아침 식탁 차리는 일을 거들며 펀이 엄마에게 물었다.
“돼지우리에, 어젯밤에 돼지가 새끼를 낳았어.”
“그런데 왜 도끼를 들고 나가세요?”
계속해서 묻고 있는 펀은 이제 겨우 여덟 살이다.
“으응, 새끼 한 마리가 무녀리(한배 새끼 가운데에서 맨 먼저 태어난 새끼)란다. 무녀리는 너무 작고 약해서 제 구실을 못 하거든. 그래서 아빠가 그걸 없애려는 거야.”
펀은 빽 소리쳤다.
“없앤다고요? 그걸 죽인다는 거예요? 다른 것들보다 작기 때문에요?”
펀의 엄마 애러블 부인은 식탁에 크림 주전자를 올려놓으면서 펀을 달랬다.
“펀, 소리 지르지 마라! 아빤 옳은 일을 하시는 거야. 어쨌든 그 돼지는 죽게 될 테니까.”
펀은 의자를 밀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풀은 젖어 있었고, 흙에서는 봄 내음이 풍겨 왔다. 펀은 운동화가 흠뻑 젖도록 아빠를 쫓아갔다.
펀은 흐느끼며 말했다.
“제발 새끼 돼지를 죽이지 마세요! 그건 불공평해요.” (P7-8)
“윌버가 도망쳤대.”
가축들은 모두 머리를 세우고 흔들어 댔다. 그리고 자기들의 친구 하나가 자유의 몸이 되어, 이제 우리에 갇혀 있거나 묶여 있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윌버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느 길로 달아나야 할지 몰랐다. 모두가 자기를 쫓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게 자유라면 차라리 갇혀 있는 게 낫겠어.”
한쪽에서는 개가, 다른 쪽에서는 일꾼 러비가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었다. 주커만 부인은 윌버가 정원 쪽으로 달아나면 막을 준비를 하고 서 있었고, 주커만 씨는 양동이를 들고 윌버를 향해 막 내려오고 있었다.
윌버는 생각했다.
‘이건 정말 무서워, 펀은 왜 안 오는 거야?’
윌버는 울기 시작했다. (P30)
윌버는 다정하게 말을 걸어 준 동물을 보았다. 문간 윗부분을 가로질러서 커다란 거미줄이 걸쳐져 있고, 거미줄 꼭대기에는 커다란 회색 거미가 머리를 아래로 향한 채 매달려 있었다. 사탕만 한 크기였다. 다리가 여덟 개나 있었는데, 그중 하나를 흔들면서 정답게 인사했다.
거미가 물었다.
“이제 보여?”
윌버가 말했다.
“응, 확실히. 확실히 보여, 안녕? 잘 잤니? 문안이오! 만나서 정말정말 반가워. 이름이 뭐니? 가르쳐 줄래?”
“내 이름은 샬롯이야.”
윌버가 열심히 물었다.
“성은 뭔데?”
“카바티카야. 샬롯 A. 카바티카. 그냥 샬롯이라고 불러.”
윌버가 말했다.
“넌 참 아름답구나.”
샬롯이 대답했다.
“으음, 나는 예뻐, 아니라고 할 수는 없어. 거미들은 대개가 잘생겼어. 내가 특별히 화려하게 생긴 건 아니지만 나 정도면 괜찮은 편이지. 네가 나를 볼 수 있는 것만큼 나도 너를 또렷하게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윌버!” (P52-53)
“인간들이 퀸즈버러 다리로 뭘 잡는데? 벌레를 잡니?”
샬롯이 말했다.
“아니, 아무것도 잡지 않아. 그냥 다리 저편에 무언가 더 좋은 게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다리를 가로질러서 왔다 갔다 할 뿐이야. 만약 다리 꼭대기에 거꾸로 매달려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무언가 좋은 게 나타날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니야. 인간들은 항상 부랴부랴, 부랴부랴, 부랴부랴 움직이거든. 내가 정착성 거미인 게 다행이야.”
윌버가 물었다.
“‘정착성’이라는 게 무슨 뜻인데?”
“그건 내가 거미줄을 짜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 긴 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다는 뜻이야. 나는 척 보면 좋은 걸 알아보는데, 내 거미줄은 좋은 거야. 난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 나타나기를 기다려. 내겐 생각할 시간이 되거든.” (P88)
안개 낀 날 아침이면 샬롯의 거미줄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날 아침에는 가느다란 거미줄의 올마다 수십 개의 조그만 물방울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거미줄은 빛을 받아 반짝였으며,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무늬를 만들어 냈다. 고운 면사포 같았다. 아름다움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러비조차도 윌버의 아침밥을 가지고 왔을 때 그 거미줄에 시선을 빼앗겼다. 러비는 그 거미줄이 얼마나 선명하게 드러나는지, 그리고 얼마나 커다랗고 세심하게 짜졌는지 유심히 보았다. 그러고 나서 거미줄을 다시 한번 살펴보던 러비는 뭔가를 발견했다. 들고 있던 양동이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거기, 거미줄 한가운데에 선명하고도 굵게 어떤 글자가 짜여 있었다. 바로 이렇게!
러비는 힘이 쭉 빠졌다. 러비는 손으로 눈을 비비고 샬롯의 거미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러비가 혼자 속삭였다.
“내가 허깨비를 보고 있는 거야.”
그는 무릎을 꿇고 짧게 기도문을 중얼거렸다. 그런 다음 윌버의 아침밥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집으로 돌아가서 주커만 씨를 불렀다.
“돼지우리에 한번 내려가 보세요.”
주커만 씨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돼지한테 문제라도 생겼어?”
러비가 말했다.
“그, 그건 아니에요. 직접 가서 보세요.”
두 사람은 윌버가 사는 작은 마당으로 조용히 걸어 내려갔다. 러비가 거미줄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거 보이세요?”
주커만 씨는 거미줄에 쓰여 있는 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중얼거렸다.
“대단한 돼지.” (P111-113)
일요일에 교회는 만원이었다. 목사님이 그 기적을 설명했다. 거미줄 위에 나타난 글자는 인간이 언제나 기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고, 목사님은 말했다.
무엇보다도 주커만 씨네 돼지우리가 인기의 중심이었다. 샬롯이 한 일은 효과가 있었고, 윌버가 목숨을 구하게 되어서 펀은 행복했다. 하지만 헛간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전 만큼 즐겁지는 않았다. 펀은 혼자서만 동물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었을 때가 더 좋았다. (P121)
“그런 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 조금도 사람들은 적힌 글자라면 뭐든지 거의 다 믿으니까. 여기 ‘근사해’를 어떻게 쓰는지 아는 동물 있습니까?”
수거위가 말했다.
“내 생각에 그건 말이지. 기억 꽉, 으 꽉, 니은 꽉, 시옷 꽉, 아 꽉, 히읗 꽉, 애 꽉, 꽉, 꽉, 꽉이야.”
샬롯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너는 내가 곡예사라도 되는 줄 아니? 그런 단어를 거미줄에 짜 넣으려면 무도병(몸이 저절로 심하게 움직이는 병)에라도 걸려야겠다.”
수거위가 말했다.
“미안, 미안, 미안.”
그때 늙은 양이 큰 소리로 말했다.
“윌버의 생명을 구하려면 거미줄에 새로 뭔가 써야 한다는 데는 나도 동감이야. 그리고 샬롯이 글자를 찾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우리의 친구인 템플턴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템플턴은 정기적으로 쓰레게 더미에 찾아가서 낡은 잡지들을 만지거든. 템플턴이 광고지 조각을 찢어서 여기 헛간 아래층으로 가져올 수 있을 거야. 거기엔 샬롯이 베낄 만한 뭔가가 있을 거고.”
샬롯이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템플턴이 기꺼이 도와주려고 할지 모르겠어. 그 쥐가 어떤지 알잖아. 항상 자기 생각만 하고, 절대 다른 동료들 생각은 하지 않아.” (P127-128)
다음 날 아침, 윌버는 일어나서 거미줄 바로 밑에 섰다. 윌버는 아침 공기를 흠뻑 들이마셨다. 햇빛에 비친 이슬방울들 덕분에 거미줄은 또렷하게 눈에 띄었다. 러비가 아침 밥을 가지고 도착했을 때는 잘생긴 돼지가 거기 있었고, 그 돼지 위에는 굵은 글씨체로 깔끔하게 짜인 ‘근사해’라는 글자가 있었다. 또 다른 기적이었다.
러비는 급히 달려가서 주커만 씨를 불렀다. 주커만 씨는 급히 달려가서 주커만 부인을 불렀다. 주커만 부인은 전화기로 달려가서 애러블 씨네를 불렀다. 애러블 씨네가 트럭에 올라타고 서둘러 건너왔다. 윌버가 정말로 근사한 기분을 느끼면서 가슴을 쫘악 펴고 코를 이리저리 흔들며 조용히 서 있는 동안에, 모두 돼지우리 앞에 서서 거미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그 글자를 거듭거듭 읽었다.
“근사해!”
주커만 씨는 기쁨에 넘쳐 경탄하며 숨을 내쉬었다.
“여보, 위클리 크로니클지 기자에게 전화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하는 게 좋겠어. 이 일을 알고 싶어 할 거야. 사진 기자를 데리고 오고 싶어 할지도 몰라. 전국에서 우리 돼지만큼 근사한 돼지는 없을 거야.”
소식이 퍼져 나갔다. 윌버가 ‘대단한 돼지’였을 때 구경을 왔던 사람들이 이제는 윌버가 ‘근사한 돼지’라는 것을 구경하러 다시 왔다. (P134-135)
“샬롯은 제가 들어 본 중에서 이야기를 가장 잘해요.”
애러블 부인은 엄하게 말했다.
“펀, 거짓말하면 안 되는 거야. 거미가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은 너도 알잖니. 거미는 말할 수 없어.”
펀이 대답했다.
“샬롯은 할 수 있어요. 아주 크게는 아니지만, 말을 해요.” (P148-149)
템플턴이 대답했다.
“‘겸허한’이라고 쓰여 있어.”
샬롯이 말했다.
“겸허한? ‘겸허한’이라는 말은 의미가 두 가지야. ‘거만하지 않다’라는 뜻도 되고, ‘자신을 낮추다’라는 뜻도 되지. 어느 모로 보나 윌버 얘기네. 윌버는 거만하지도 않고, 언제나 자신을 낮추니까 말이야.”
템플턴이 빈정댔다.
“글쎄, 네 맘에 들기를 바라. 나는 심부름하러 왔다 갔다하면서 내 시간 전부를 허비하지는 않을 테니까. 난 즐기려고 품평회에 온 거지 신문이나 배달하려고 온 게 아니야.”
샬롯이 말했다.
“넌 큰 도움이 됐어. 이젠 마음 놓고 품평회를 즐겨도 돼.”
템플턴이 히죽거렸다.
“멋진 밤을 만들 거야. 늙은 양의 말이 옳았어. 이 품평회는 쥐에게 천국이야. 먹을 것! 마실 것! 그리고 어디나 숨기도 좋고, 먹이를 찾기도 좋아. 잘 있어라. 겸허한 윌버! 안녕. 영악하고 약아빠진 샬롯! 오늘 밤은 내 일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밤이 될 거야.” (P196)
“신사 숙녀 여러분, 이제 호머 L. 주커만 씨의 고귀한 돼지를 소개합니다. 이 진귀한 동물의 명성은 멀리 나라 구석구석까지 퍼져 나가서, 자랑스러운 우리 주에 많은 귀한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많은 분들이 결코 잊지 못할, 지난여름의 그날을 기억하실 겁니다. 주커만 씨의 헛간 거미줄에 불가사의하게도 글자가 나타나서, 이 돼지가 결코 보통 돼지가 아니라는 사실에 우리 모두 주목했습니다. 그때 학식 있는 분들이 주커만 씨의 돼지우리를 방문해서 그 현상을 연구했지만, 그 기적을 완전히 설명하지는 못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초자연적인 힘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을 뿐입니다. 우리는 모두 대단히 자랑스러워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거미줄에 쓰여 있던 바에 따르면 이 돼지는 대단한 돼지인 것입니다.” (P220-221)
“넌 내 친구였어.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이야. 내가 너를 좋아했기 때문에 거미줄을 짰던 거야. 어쨌든, 어쨌든 말이야. 산다는 건 뭘까? 이렇게 태어나서, 이렇게 잠시 살다가, 이렇게 죽는 거겠지. 거미들은 모두 덫을 놓아 파리를 잡아먹으며 별 볼 일 없는 삶을 살다 가지, 어쩌면 난 널 도와줌으로써 그런 내 삶을 조금이나마 승격시키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겠어. 어느 누구의 삶이든 조금씩은 다 그럴 거야.”
윌버가 말했다.
“글쎄, 나는 말을 잘 못해. 너처럼 말하는 재주가 없어. 하지만 샬롯, 너는 날 구해 줬어. 나는 널 위해서 내 생명도 기꺼이 바칠 거야. 정말이야.”
“나도 네가 그러리란 걸 확신해. 그리고 너의 고결한 마음씨에 감사해.” (P230)
윌버는 결코 샬롯을 잊지 못했다. 윌버는 샬롯의 새끼들과 손자들을 깊이 사랑하기는 했지만, 어떤 거미도 윌버의 마음속에서 샬롯의 자리를 대신하지는 못했다. 샬롯은 아주 훌륭했다. 진실한 친구와 훌륭한 작가를 동시에 잘 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샬롯은 그 두 가지 모두였다. (P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