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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3.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80. 사진의 힘

예전 2008년 10월 30일부터 2009년 1월 11일까지 성곡미술관에서 ‘사진의 힘’이란 전시회가 열렸었다. 이 전시는 한불수교 120주년 한국 최초 문화원인 프랑스 문화원 개원 40주년을 기념하여 전시되었고 프랑스 작가 21명이 참여한 현대 사진에 관한 기획전시였다. 올해는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포토페스티벌 ‘사진의 힘’(Pouvoir de la Photographi)展이 열렸다. 이 두 전시회는 상당히 어렵고 난해한 사진들이 많았다. 사진의 해박한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힘든 현대 예술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딱 보아 말이 필요없는 사진의 힘을 얼마나 느낄까? 내게 있어서 사진의 힘은 무엇이란 말인가? 사진속의 현재는 사진가가 사진을 찍을 당시의 시간과 장소이다. 그것을 감상자는 얼마만큼 그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공감하고 느낄까?     


초상사진의 경우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 더군다나 나의 가족 사진을 보면 다른 어떤 사진보다도 더 많은 공감을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경험치에 따라, 인식의 정도에 따라 사진을 이해하고 느낀다. 일본 사진평론가 이이자와 코타로의 <사진의 힘>에서, 그는 “사진이라는 미디어에 왜 이처럼 강하게 이끌리는 것인가”에 대해 질문한다. “왜 이처럼 질리지도 않고 사진을 바라보며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까지 나를 사로잡는지 그 의문은 풀리기는 고사하고 점점 더 깊어져 가는 것 같다.”<사진의 힘 P.26> 끌리는 사진이 2% 뭔가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나를 매혹시키는 사진은 무엇일까?     


뇌리에 꽃친 푼크툼(punctum)이 되었든, 문화적으로 약속된 경험에 의해 이해되는 스투디움(studium)이 되었든 사진은 힘은 사진을 찍은 사진가의 진정성에서 기인한다. 그 마음을 우리는 다시 보고 있다. 푼크툼과 스투디움의 시각으로 말이다. “1865년, 청년 패인은 미국 국무장관 암살을 기도했다. 그는 교수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진은 아름답고 청년도 아름답다. 그것이 스투디움이다. 그러나 푼크툼은 그가 곧 죽으리라는 사실이다. 나는 이 사진에서 그의 죽음이 실현될 것이고, 또 실현되었다는 사실을 동시에 읽는다. 사형수를 보고 시간의 푼크툼을 느낀다. 사진은 미래의 죽음을 말해 준다. 그 사람이 존재했다 얼마 후 죽을 것이다. 한달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하루 전에 찍은 엄마 사진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 (롤랑 바르트, 루이스 패인의 초상, 알렉산더 가드너작, 1865년) 사진은 이렇게 말한다. 사진은 그 곳에 존재했음을 말이다. “그것은-존재-했음” 사진의 본질은 노에마(noema)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의 출현은 그때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에 없다를 인증하는 데서 시작된다.   

루이스 패인의 초상, 알렉산더 가드너 작, 1865년. "1865년, 청년 패인은 미국 국무장관 암살을 기도했다. 그는 교수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진은 아름답고 청년도 아름답다. 그것이 스투디움이다. 그러나 푼크툼은 그가 곧 죽으리라는 사실이다. 나는 이 사진에서 그의 죽음이 실현될 것이고, 또 실현되었다는 사실을 동시에 읽는다.(롤랑 바르트, < 카메라 루시다 > , 열화당)"


사진이 다른 예술과 가장 다른 점은 프레임의 숙명성이다사진에는 무엇보다 프레임의 마력이 있고그 속에 수많은 욕망이 있다그리고 사진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의 숙명성이 있다인류가 사진에 매혹된 것은 사진만이 가능한 시간 포착의 매력 때문이다즉 사진만이 지나가는 시간을 포착함으로써 시간의 죽음을 인증하는 도구가 된다사진은 스스로에게 부여한 예고된 시간의 죽음, ' 메멘토 모리 '라는 점에서 그 위대함이 있다.” <사진의 힘 P.26>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진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사진의 노에마는 “그것은-존재-했음”을 말하고 있지만, 사진이 하나의 존재, 행위가 아니라 삶이며 생각을 나타내기 위해선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일까? 그 과정은 노에시스(noesis)적 계기에 의해 '파악'되고 '의미부여'됨으로써 '생기가 불어 넣어진다'(beseelt). 지금 바로 여기에 놓여진 사진이 살아 숨쉬는 사진이 될려면 나는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할지.   

   

<김광석의 나의 노래>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아무도 뵈지 않는 암흑속에서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자그맣고 메마른 씨앗 속에서 내일의 결실을 바라보듯이

자그만 아이의 읊음 속에서 마음의 열매가 맺혔으면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거미줄처럼 얽힌 세상 속에서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가지처럼

흔들리고 넘어져도 이 세상속에는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있는 한

나는 마시고 노래하리 나는 마시고 노래하리     

수많은 진리와 양심의 금문자 찬란한 그 빛에는 멀지 않으리

이웃과 벗들의 웃음 속에는 금만 가락이 울려 나오면

나는 부르리 나의 노래를 나는 부르리 가난한 마음을     

그러나 그대 모두 귀기울일 때 노래는 멀리 멀리 날아가리

노래는 멀리 멀리 날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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