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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3. 2020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95. 거리사진가Street Photographer

1839년 다게르에 의해 찍힌 사진은 파리의 거리 사진이었다. 최초의 사진도 거리에서 시작한 장노출의 사진이었다. 사진의 역사에서 많은 사진들은 거리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앗제의 파리의 거리 사진이나, 뉴욕의 눈발이 휘몰아치는 역마차 사진을 찍은 스티글리츠의 사진 또한 그러하다. 근대 다큐멘터리의 사진들이 모두 거리에서 벌어진 사진들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리는 우리에게 어떤 공간일까. 마을과 거리 그것은 그 시대의 사람들의 문화가 담겨져 있다. 아침저녁으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그 공간의 그 사람들의 자취가 남겨져 있다. 거리에는 주택도 있고, 미술관도 있고, 시장도 있고, 호텔이나 상점도 있다. 길을 걷다가 멈춰서서 바로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촬영하는 것, 그것이 자연일 수도 있지만, 거리사진은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거리를 찍는 것이다. 거리에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시간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거리의 사진가들은 유명한 로버트 프랭크나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아니라도 거리에 넘쳐난다. 스마트폰의 시대에 더욱 그러하다. 전문적으로 사진을 교육받지는 않았지만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은 그것을 반영한다. 일생동안 찍은 15만장의 거리 사진은 그의 삶을 이야기한다. 삶이란 무엇이며 삶이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마이어는 카메라를 통해서 직면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것이 기록이고, 생각하지 않는 카메라의 기록이다. 그녀의 사진들이 성곡미술관에서 전시되었고,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영화로도 그녀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많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거리에서 사진을 찍어왔다. 거리는 그만큼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일생 사진을 찍은 최민식, 골목길 풍경의 김기찬 사진가의 사진들은 대표적인 거리 사진들이다.      


거리에서 사진을 찍을때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캔디드 포토와 적극적인 방법의 사진촬영방식이다. 워커 에반스는 지하철 시리즈에서 카메라를 코트 사이에 숨기고 몰래 촬영하는 캔디드 포토의 촬영방식을 사용했고, 조니 터고Johnny Tergo는 자신의 트럭에 커다란 플래쉬와 카메라를 설치한 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거리에 있는 사람을 촬영하는 ‘드라이브바이슈팅drive-by shooting’ 촬영방식이다. 이렇게 플래쉬를 통해서 찍는 매그넘 작가인 브루스 길든Bruce Gilden, 그리고 마크 코헨이나 위지의 경우도 플래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사진가들이다. 이들의 방식은 촬영할 사람들에게서 동의나 양해를 구하지 않고 강한 플래쉬를 공격적으로 촬영하는 방식인데 윤리적인 문제의 소지로 논란이 많다. 몰래 찍든, 적극적으로 찍든 생각의 여지는 많다. 사진가의 입장은 어떤 입장이고, 어떻게 촬영하는 것이 타인들의 배려와 양해를 구하며 그들과의 교감을 가질수 있는 것일까.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사진이 찍혔다. 그런데 카메라의 대물렌즈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내가 느끼자마자, 모든 것이 변한다. 왜냐하면 나는 ‘포즈를 취하는’ 모습으로 나 자신을 바로잡고, 순간적으로 나의 신체를 다르게 만들어 내며, 미리 나 자신을 이미지로 변신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모는 능동적이다. 나는 사진이 제멋대로 내 육체를 창조하거나 괴롭힌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나의 이미지-나의 이미지-가 곧 태어날 것이고, 이런 의문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불쾌한 놈으로 태어날 것인가, 아니면 ‘괜찮은 녀석’으로 태어날 것인가? 내가 고전적 그림에서처럼 고귀하고, 사색적이며 지적인 모습으로 인화지 위로 ‘나올’수 있다면 좋으련만! (롤랑 바르트, 밝은 방)        

타인의 모습은 그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해보면 불쾌하고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의 입장을 충분히 사고하면서 촬영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순식간에 벌어진 셔터의 누름이지만 사진가와 피사체간에 ‘촬영하고 있다’라는 커뮤니케이션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피하고,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폭력적으로 촬영하는 것은 얼마든지 자제할수 있다. 의미없이 공격적으로 촬영하는 방식은 문제가 많다.      


LA의 거리 사진가 Eric Kim이 말한 것처럼 사진을 찍으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걸 알게 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사진은 그냥 셔터를 누르는 것 이상의, 삶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더 깊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 많은 생각을 한다. 작년 12.28 굴욕적인 한일합의가 있은 후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대학생들이 거리 노숙을 하게 되었다. 매일 같이 들러서 사진을 찍으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채널A 기자라고 촬영하지 말라고 말하던 박모씨(순수하지 못하다는 게 그의 이유), 그리고 많은 사람들, 우울한 일상이 계속되지만 한 젊은 친구는 사진나눔을 하고 있었다. 사진은 누군가에게 치유가 될 수도 있고, 무기가 될 수도 있고, 기록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아는 유일한 현장 접근 방식은 걷는 것밖에 없다. 거리의 사진가라면 모름지기 늘 걸어라. 그리고 보라. 그리고 기다렸다가 말을 건네고, 또 보고, 또 기다려라.”-알렉스 웹-


https://www.youtube.com/watch?v=FXuRS50sopA&t=1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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