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 마음의 반다를 잡는 힘
요가를 하다 보면 ‘반다를 꽉 잡으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반다’란 동작을 할 때 흔들리지 않게 에너지의 흐름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 추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복부에 힘을 잡거나, 호흡을 다스리는 것도 반다의 일종이다. 매트 위에서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반다를 잡으려고 무던히도 애쓴다. 복부에 힘을 꽉 주고, 목구멍을 잠근다.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머리에도 힘을 꽉 준다. 생각의 반다를 꽉 잠그는 듯이 말이다.
3월 한 달은 답답한 하루가 계속되었다. 괜찮아질 만하다, 견딜만하다 싶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괴롭히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하루하루가 마치 돌멩이를 꾸역꾸역 삼키는 심정이었다. 회사를 하루만 쉬고 싶다가,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되어 결국 ‘아 회사 진짜 관두고 싶다.’로 이어졌다.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들었다. 번잡한 하루하루가 이어질수록, 매트 위에서는 더더욱 몰입하려 애썼다. 잡념이 올라올 때면, 선생님의 큐잉과 몸에 감각에 온 신경을 쏟았다. 근육이 터질 거 같고 호흡이 가빠져 올 때면, 길게 호흡을 내쉬려 애썼다. 동작이 휘청여서 마음같이 되지 않을 때도 나를 몇 번이고 다독였다. 이 모든 고통과, 휘청거림은 다 요가의 성장으로 이어질 거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아사나도 힘들고 아프고 휘청거리면서 성장하는데 인생이라고 안 그렇냐.’
여느 때처럼 매트 위에서 수련을 하던 날,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스스로가 얼마나 모순적인가 싶어 어이가 없었다. 매트 위에서는 악바리처럼 이를 악 물고 어떻게든 끝까지 해내는데 일상에서의 나는 피곤함과 지침을 핑계로 쉽게 마음이 무너지게 내버려 두었다. 마음에 조금이라도 생채기가 나는 것을 싫어했다. 상처에 조금이라도 바람이 스치면 참지 못하고 아프다고 앓는 소리를 해댔다. 하루가 조금이라도 무거워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괜찮아질 거는
믿음과, 누군가 알아채고 좀 다독여줬으면 하는 알량한 마음으로 다시 세울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매트 위의 모든 힘듦은 그렇게 소중히 여기면서 매트만 내려오면 엄살쟁이가 되는 스스로가 한편으로 우습게 느껴졌다.
어느 날 모니터를 보다가 머리가 멍해지고 눈이 흐릿해져 마음이 버릇처럼 느슨해지려 하고 있었다. 거짓말쟁이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매트 위에서 흔들리는 만큼 단단해지 듯이, 일상에서도 굳은 심지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양손으로 모래를 움켜쥐듯, 마음을 꾸욱 움켜쥐었다. 흐트러지지 않게 힘을 주어 다듬었다. 매트 위에서 수련하는 사람도 ‘나’이고 매트 아래에서 일상을 사는 사람도 ‘나’이다. 매트 위에서 반다를 꼬옥 잡고 스스로를 단단히 세워내는 것처럼, 매트 아래에서도 흔들릴 때면 마음의 반다를 꽉 잡고 굳게 서있을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유연하게 단단해질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