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비가 그쳤다.
비에 맞아서 나무 바닥은 이미 반들반들해져 있다. 그리고 비가 그친 지금은 빗물을 머금었던 나무와 캐노피가 그 위에 물방울을 더한다. 이렇게 저렇게 떨어졌던 빗물들이 나무 바닥을 거울처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무거울 속에 비친 돌과 나무와 하늘은 그 속에서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낸다.
아침부터 비가 제법 많이 내려서 카페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왔다. 하지만, 이미 내가 가려던 카페에는 창가 주변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날씨에 크게 영향받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비가 와도 자신들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괜히 나도 덩달아 힘이 났다.
몇 주 전 보았던 연극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일이 있다면, 뭘 하고 싶어요?”
‘내일이 있다면’이라는 것은 극 중 상황과 관련된 가정이다.
이 연극의 상황은 방사능에 의해 북반구들의 나라들이 전멸한 상태다. 그리고 방사능 낙진이 점점 남반구로 내려오고 있다. 남반구의 호주 멜버른에 6개월의 유예기간이 떨어진다. 이 마을 사람들은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 처해있다. 그 안에서 각자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살아가고 또 죽어가는 모습을 그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일이 있다면’이라는 것은 나의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가정이다.
나도 한정된 시간 안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한정된 시간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내일은 당연히 있다.’라는 가정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면서 매일매일 주어지는 삶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며 받아들였다. 심지어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것 같은 일상의 삶을 지루하다고 타박하기도 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사람들과의 만남을 허다하게 미루기도 했다.
오늘 이 아침, 각자의 삶에서 자신의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았다.
오늘 이 아침, 나의 삶에서 나의 오늘을 애써 의식해본다.
오늘 이 아침, 당연하지 않게 허락된 지금, 이 순간에 감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