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속도 찾기

행복론

by 납작콩

동네 조깅트랙이다.


방학 중인 아들이 운동한다기에 따라갔다. 우리가 간 곳은 모든 시민에게 개방된 종합운동장의 트랙이었다.

주차하고 걸어 들어가는데, 저 앞문 건너에 갈색의 트랙과 잔디밭이 조금 보였다. 관리하시는 분과 눈인사를 하고 건물의 중앙 홀을 지났다. 또 하나의 문을 열고 몇 개의 층계를 올라갔다. 그러자 드디어 거대한 러닝 트랙과 초록의 잔디밭이 있었다. 그 거대함에 내가 너무나도 왜소해 보였다. 운동장을 천천히 둘러보고 관중석을 돌아본 후 자연스럽게 눈은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운동장 지붕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 위로 흰 구름이 마음껏 날며 여러 모양을 지어내고 있었다.


운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우리뿐이었다. 그 순간은 이 공간이 우리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착각을 하게 했다.


난 핸드폰을 열었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운동 애플리케이션을 찾아 켰다. 그 애플리케이션을 먼저 사용해보았던 친구는 나에게 소개해주면서 자신의 운동 방법을 알려주었다. 자신은 30분을 달리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여. 한 번에 조금씩, 달리는 시간의 양을 서서히 늘려나간다는 것이었다. 그 친구의 말을 들을 당시에는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이 애플리케이션에 메뉴 버튼 중에는 ‘30분 달리기 도전’이 있다. 이것은 8주에 걸쳐서 달리기 시간을 점차 늘려나가 최종적으로 30분을 달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메뉴가 바로 친구가 선택했던 것이었다. 그 밖에 다른 메뉴들을 거쳐서 마지막 메뉴는 ‘매일 30분 달리기’이다. 이것은 초기 설정한 몸 상태에 따라서 매일 30분 이상의 달리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막상 애플리케이션을 켜는 순간 이유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 난 한 번에 30분을 거뜬히 뛸 수 있을 거야. 천천히 뛰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애플리케이션의 여러 메뉴 버튼 중에서 ‘매일 30분 달리기’ 버튼을 눌렀다. 아마도 그 러닝 트랙의 거대함에 힘입어 나의 능력을 지나치게 믿었던 모양이다.


물론 결과는…… 그날 하루만 빠른 경보 수준으로 20분 정도 트랙을 돌고 그다음 날은 그냥 걸어서 20분 정도 돌았다. 그렇게 하고 나서는 지금까지 2주 정도 편하게, 지나치게 편하게 쉬고 있다. 몹쓸 과신(過信)으로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


과신(過信).

나의 능력에 대한 지나친 믿음에 나의 몸은 금세 지쳤다. 나의 몸이 달리기에 적응하고 친해질 기회도 주지 못하고 지레 겁먹게 했다. 결국 ‘나는 달리기를 못 해.’라는 좌절감만 스스로 안겼다.


사실. 과신을 했다고 나 자신을 탓하는 것은, 운동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나 자신을 감추기 위해 늘어놓는 핑곗거리 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다시 운동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이번에는 나 자신의 몸 상태와 호흡에 집중해야겠다. 나의 속도에 맞게 걷고 또 뛰는 것을 조금씩 해 보려 한다. 그렇게 해서, 운동을 부디 꾸준히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