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주인공, '경서'와 '상훈'에 대한 묘사. 그리고 짧지만 강렬한 그들의 첫 만남까지 써 내려갔다. 잘 쓰면 꽤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일주일이 지났다. 원고는 일주일 전 그대로였다.
주제와 대강의 결말은 있었지만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해 줄 짜임새 있는 구성이 없었다. 사실 여러 구성들을 생각했었지만 딱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테다.
난감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그들의 고민에 글쓰기 고수의 향을 풍기는 사람들의 댓글이 보인다.
초보 작가들이 흔히 하는 실수입니다. 초보라면 대략의 플롯을 짜고 난 후 글을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처음엔 주제와 소재가 참신하고 좋아 보이지만, 나중에 보면 부끄러움만 남는 것이 본인의 글입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마시고 꾸준히 정진하십시오.
선명한 주제의식이 있어야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해요.
하다 하다 안되면 미련 갖지 마시고 깨끗이 포기하세요. 안 되는 건 끝까지 안됩니다.
중견 작가분들도 쓰기 어려운 것이 소설입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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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들의 진단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마치 펌프로 물을 뽑아내듯 위안을 뽑아냈다. 그렇게 한참 지났나 보다. 영업 종료 시간입니다. 검은색 빵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아르바이트 학생이 옆 테이블을 빠르게 정리하며 말했다. 그 빠른 손놀림에 내 마음도 덩달아 급해졌다. 주섬주섬 물건을 챙기고 카페를 나왔다. 11월의 쌀쌀한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집으로 돌아가는 걸음을 재촉했다. 빠른 걸음 때문일까 마음의 동요 때문일까, 노트북과 잡동사니가 담긴 에코백이 오늘따라 유난히 심하게 덜렁거렸다.
상훈은 그때 엄마의 건조한 목소리와 회색 낯빛을 평생 잊을 수 없었다. 엄마는 늘 늦게 왔고 상훈은 항상 혼자 밥을 먹었다. 어른이 돼서야 엄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까지도. 그럴 수 있다. 세상이 이해가 안 되는 것 투성이면 목숨을 끊는 것쯤이야, 별일 아니지, 상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상훈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경서가 바로 뒤에 서있었다. 상훈은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괜찮아요? 경서가 불쑥 상훈에게 말했다. 상훈은 뜬금없는 그녀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 제가 신고했어요. 잠이 안 와서 창가에 서 있다가. 모자를 푹 눌러쓴 사람. 그 사람이 여자를 따라가다 갑자기 칼을 꺼내 찔렀어요. 여자는 아무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졌고요. 자기를 찌른 사람이 누군지도 보지 못한 채. 경서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괜찮아요? 이번에는 상훈이 경서에게 물었다. [A의 단편소설 'ckd(창)', 일주일째 한 줄도 더 쓰지 못한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