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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A의 일상] #5

난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다.

by 이돌

비 오는 어느 날, 창 너머 풍경을 바라보며 무슨 이야기를 쓸까 생각 중이었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써볼까, 그 순간 나뭇가지에 가만히아있던 새가 황급히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저 새는 저리 급히 어딜 가는 걸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난 그 새의 이야기를 만들 수 없었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상상에 의해 각각 다른 인격을 가진 인물들로 그려지고 만들어진다. 그런데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던 사람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겪는 고통을, 아이를 보며 행복함을 느끼는 부모가 사고로 자식을 잃은 비통한 부모의 마음을 온전히 그려낼 수 있을까. 나는 내가 만든 인물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아니겠지.


소설가는 어쩌면 다른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됐다. 내가 그리 남의 인생에 신경을 쓰던 사람이 아니었으니, 그들의 이야기가 혹여 내가 쓰는 이야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계산 때문일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다른 모습이 보인다. 내가 생각지 못한 모습들이다. 한없이 강해 보였던 사람의 약한 모습을 보기도 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그의 행동이 이해되기도 한다. 차갑고 딱딱한 그가 가엾게 느껴질 때도 있다.


경서, 상훈. 나는 그들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만 많이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경서의 부모님은 경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자주 싸웠다. 그럴 때면 어머니가 술 취한 아버지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때리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나기도 했고 높아진 언성 속에 욕설도 간간이 들렸다. 경서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꼭 감았다. 하지만 거실 한구석에 우두커니 서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것 마냥 모든 상황이 생생하게 눈앞에 그려졌다. 경서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기 시작했다. 몇 년 뒤 어머니는 다른 사람과 재혼을 했고 또 그로부터 몇 년 뒤에는 아버지도 재혼을 했다. [A의 단편소설: ckd(창), 미완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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