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았다.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이것저것을 써보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이 정도면 이야기의 구성에 문제가 있는 거 아냐?
다 버리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나?
쓰고 있는 소설에 대한 의구심이 점점 커질 즈음 큰 기대 없이 한 줄을 써 내려갔다.
'사건이 일어난 오후, 경서는 전화를 받았다. 경찰이었다.'
며칠 째 그대로인 마지막 문장에 '사건이 일어난 오후, 경서는 전화를 받았다. 경찰이었다.'라는 문장이 덧붙자 새로운 이야기가 급속도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다음 이야기로 나가는 문이 활짝 열린 듯했다. 한참 글을 쓰다 시계를 보니 벌써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글을 정리하고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자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세상일 참 어렵지. 하지만 허무하리만치 쉽게 해결되는 일 또한 세상일인데 무슨 근심을 그리 했을까.'
글을 쓰다 보면 이렇게 작은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