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설 쓰는 A의 일상] #12

초단편소설로 시작해 볼까?

by 이돌

초단편소설. 보통의 단편소설이 200자 원고지 80~120매 분량이라고 한다면 초단편소설은 20~30매 분량의 아주 짧은 소설이다. 흔히 짧은 글을 뜻하는 엽편소설이란 장르가 있다.


나무위키의 설명에 따르면 "손바닥 크기에 쓸 수 있는 정도라 하여 (손바닥 장)을 쓴 장편소설(掌篇小說)이라고 불렸으나 (길 장)을 쓰는 장편소설(長篇小說)과 동음반의어가 되어 혼동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오늘날에는 엽편소설이라는 말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초단편 소설 쓰기'의 저자 김동식은 엽편소설과 초단편소설의 차이를 "엽편이나 장편소설이 어떤 한 장면이나 순간을 포착하는 느낌이라면 초단편소설은 기승전결이 존재하는 하나의 이야기를 압축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쓰고 있던 소설 속 인물들과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하루종일 고민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수개월에 걸쳐 4편의 단편소설을 완성했다. 초단편소설은 그때의 열정을 다시 되살려 줄 마중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무엇보다도 채워야 할 글의 분량이 아주 짧다는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자, 이제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볼까.' 손바닥을 두세번 비비고는 키보드 위에 양손을 호기롭게 올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다.


'그래, 너무 조급했지. 차근 차근 생각해 보자'


책상 한편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던 노트를 내 앞에 가져와 반듯하게 놓았다. 새것이었다. 노트를 펴니 뽀얀 속살이 드러났다. 펼쳐진 노트의 가운데를 꾹꾹 눌러 구김살 하나 없던 새하얀 속살에 세로로 긴줄을 내었다. 종이가 준비됐으니 펜을 잡을 때다. 마침 내가 제일 좋아하는 펜이 보였다. 종이에 슥하고 그으면 펜끝에 바퀴라도 달린 듯 부드럽게 나아간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내가 원하는 방향 그대로 따라준다.


새하얀 종이 위에 펜을 잡은 오른손을 턱하고 올렸다. '슥슥' 펜이 잘 나오는지 짧은 선도 그어 본다.


'.......'


한참이 지났다. 종이 위에는 검은색으로 그어진 몇 개의 선이 전부였다. 나는 노트를 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쓰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