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소설 쓰는 A의 일상] #11

그녀의 비평

by 이돌 Feb 05. 2025
아래로

몇 편의 단편 소설을 쓰고난 이후, 한동안 소설을 쓰지 않았다. 열심이었던 마음은 버킷리스트에 적힌 리스트 중 하나를 지워버리는, 딱 그 정도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잊고 살았다.  

아주 가끔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불쑥 치솟아 오를 때가 있었지만 그 힘듬을 알기에 선뜻 키보드에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다시금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열망을 불어넣어준 사건이 일어났다. 1년 전, 회사 동료에게 내가 쓴 소설 두 편을 보여줬다. 사회과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이후에 다시 문예창작과에 입학한 친구였다. 회사에서는 웹진의 편집자로서 일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친구가 이직을 하게 되었다. 작별 인사를 하며 나에게 봉투를 건냈는데 그 안에는 내가 썼던 소설에 대한 평이 한페이지로 정리되어 담겨 있었다. 소설을 건넨 뒤 한참 시간이 흘러, 소설 쓰기에 대한 열정이 식어버린 후에 받은 그 한장의 글은 내 심장을 다시 두근거리게 했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그 친구의 훌륭한 글솜씨였고 그 다음은 소설의 구성을 이리저리 해체하여 샅샅이 들여다 본 듯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이었다. 서늘함과 매서움이 서려 있는 글. 나에게 그 친구의 비평은 그랬다.


하지만 그 짧은 두근거림과 설레임만으로 소설 쓰기를 다시 시작하기란 쉽지 않았다. 마중물이 필요했다.


"슬럼프라면 추천하는 최고의 수업" 소설 쓰기 강좌에 달려있던 후기의 제목이었다.


슬럼프는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 불청객같은 것일텐데, 그저 하는 척 시늉만 한 나에게 찾아올리 없다. 나하곤 전혀 관계 없는 강좌네. 하지만 내 생각과 상관없이 몸은 빠르게 반응했다. 검지 손가락이 까딱하자 이내 강좌에 대한 소개글이 주르륵 펼쳐졌다. 총 12주 과정 동안 매주 글을 쓰고 최종적으로 합평을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강좌가 개설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정도면 꽤 괜찮은 마중물이다. 그런데 신청 마감이라니.

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잠시, 모자람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걸까? 어느샌가 안도감이 마음 한편에 슬며시 자리잡는다.





작가의 이전글 [소설 쓰는 A의 일상] #10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