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de and Conquer 와 분열된 자아와 전략
초기 스타트업 대표는 참으로 바쁘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일 년이 한 달 같기 쉽다. 특히나 법인을 설립한 후 부터는 시간 관리가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3-5-7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진짜 있는 제도를 말하는 것은 아니고, 특정 사업에 지원할 수 있는 법인의 나이 제한을 의미한다. 특히 3년 이내, 재무제표를 요구하지 않으며, 가장 많은 제도적 뒷받침이 있는 기간이다. 지나고 나서 보니, 이 기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내 경우 법인설립 전 일 년 이상을 준비했지만, 설립 이후의 시간을 아낌없이 사용하지는 못 했다. 딱 하나, 매출을 발생 시키지 못 했기 때문이다. 영리법인에게 있어 매출은 존재 그 자체이다. 법인설립의 시기를 마지막까지 늦추는 것이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이다.
(https://www.k-startup.go.kr/ 홈페이지의 지난 사업 공고를 훑어 보면서, 내게 적합할 것 같은 사업의 리스트와 그 조건에 대해 미리 알아둔다면, 조금 더 알차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비창업자를 위한 사업도 많다.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이다.)
다행히(?) 아직 법인이 없는 예비창업자라해서 창업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법인대표와 창업자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창업을, 그 중에서도 스타트업을 창업해 보기로 마음 먹은 이상, 당신은 이미 이 바닥에 들어선 것이다.
당연히 스타트업이라고 해서, 일반기업established company과 할 일이 다른 것도 아니다. 기획, 재무, 제품, 홍보, 영업, 인사, 회계, 디자인, 특허, 지원사업, 그리고 휴식 등... 당장에 대충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인 것 같다.(왜 대충이냐면, 저 안에서도 또 나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 제품의 경우 개발/생산/연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 밖에도 인증, 법무, 관리 같이 수시로 그러나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잡업무들도 많다.
그럼, 스타트업과 일반기업의 차이점과 공통점은 무엇일까?
✅ 차이점: 기성기업은 '팀들'이 할 일을, 스타트업은 '개인들'이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초기스타트업 내지는 예비스타트업일 경우는 '창업자'가 혼자 해야 한다는 것이다.
✅ 공통점: 일반기업의 팀들이 서로 바통baton을 받아가며릴레이relay로 일하는 것이 아니듯, 스타트업의 대표도 절대 순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얽히고설키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가끔 오케스트라에 비유 되기도 하는 이유이다. 다만, 창업자는 지휘자인 동시에 연주자들이다. 재미있는 함정이다.
설계를 하다말고 등기변경 서류를 작성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의 성격도 다르고 작업 히스토리를 불러와 맥락을 짚는 데에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전에 하던 일이 머리에 남아 자꾸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스타트업 창업자에겐 늘상 있는 일이다. 1인 창업자인 나는 4년을 혼자서 일했다. 그 시간을 보내며 살기 위해 체득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Divide and Conquer와 분열된 자아' 전략이다. 사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그냥 나만의 멀티태스킹 방법이다.
요지는 이렇다. 실타래처럼 엉킨 일들을 일정한 기준standard에 의해 분류한 뒤에, 다중인격을 소유한 것 마냥 각기 처리하는 것이다. 방점은 하나의 인격이 일을 하는 동안에는 나머지 인격들을 킬kill 해버린다는 것이다. 단, 이러한 집중은 긴 시간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일에 대한 염려(인격)가 개입하기 전에 짧은 주기로 일을 회전 시켜주어야 한다.
Divide and Conquer
말 그대로 일을 쪼갠 뒤 개별로 처리하는 것이다. 처리해야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거나, 엄두가 나지 않아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우선 일을 쪼개는divide 것이다. 비록 혼자일지라도, (내 경우는) 일의 성격(부서) 별로 일을 분류해 본다. 여러 기준 중에 일의 성격을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위의 표에 나온 것 처럼 일의 성격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컴퓨터의 소프트웨어 또는 서비스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하나씩 일을 정복 conquer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분열된 자아
분류 된 일을 정복해 나갈 때에 한 가지 팁tip은 일(소프트웨어 또는 서비스)의 숫자만큼 자아를 분열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는 각기 독립된 자아를 각 일task에 할당하고 동기화sync 한다. 다음은 머털도사가 108요괴를 상대할 했을 때 처럼, 각개전투를 해나가면 끝!
이게 실제 일을 할 때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일에 따라 여러가지 소프트웨어 또는 서비스를 컴퓨터에 동시에 띄워둔다. 그리고 나는 내키는 대로 그저 탭tab 키를 눌러, 그 사이를 전환해 가며 일을 하는 것이다. 컴퓨터와 나의 차이점이라면, 컴퓨터는 멀티태스킹 중이기 때문에 여러 프로그램에 메모리를 할당하고 있지만, 나는 지금 띄워진 화면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다. 병렬형 멀티태스킹과 직렬형 멀티태스킹의 차이랄까?
덕분에 나는 모든 일을 늘 하고 있지만, 늘 모든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학문적 배경 없이 써나간 말이기 때문에 그 구체적인 내용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고 꾸준히 잘 할 수 있는 각자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