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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시간과 업무.

시간과 업무의 우선순위 변화

by 아스파라거스

2년, 상대적으로 짧게 겪어 본 일반회사established company의 경험이지만 비추어 생각을 해보자면, 일반회사의 시간과 스타트업의 시간은 개념은 서로 다르게 적용되었다.


일반회사의 시간

기계적인 느낌이 강했다. 일, 주, 월, 분기, 반기, 년 단위의 업무가 반복되었다. 몇 주가 지나고 나니 하루의 일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고, 몇 개월이 지나니 주 단위 업무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 년을 보내고 나니 전체적인 업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맛 정도는 봤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

군military에서 했던 업무의 내용과 주기가 회사와 거의 같았다. 나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군조직과 달리, 폐쇄된 사회 내에서의 회사 같은 조직에서 근무했다. 때문에 상당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고, 적응도 빨리 할 수 있었다.

하루, 한 주, 한 달이 정말 빠르게 흘렀다. 몇 분기가 흐르고 나서는, 업무task를 보면 유형과 할당된 시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개별 사안으로 보면, 마치 토익 시험을 보는 것 같았다. 무엇을 묻는지, 어떤 순서로 얼마나 걸려서 풀어야 하는지가 정해진 것처럼 말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글 타자 게임처럼 하늘에서 순서대로 떨어지는 낱말들을 해치우는 것과 유사했다.


초기 스타트업의 시간

일단 일반적인 시간의 분절은 의미가 없다. 철저하게 업무의 흐름과 스타트업의 생애주기life cycle을 따른다. 특히 나와 같은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제품을 개발하고 검증proof of concept는 과정 몇 번을 거치고 나면, 3년쯤은 금방 간다. 이 과정에 딱히 반복되는 일은 없다. 세무/회계와 같은 몇 가지 전문성을 요하는 업무들이 전부인데, 그것 때문에 채용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전부 외주화 한다. 물론 이런 류의 업무에 대한 서비스 제도는 매우 훌륭하고, 저렴하게 잘 되어있다.

아직 나는 겪어보지 못한 것인데, 다수의 스타트업 관련 책들을 참고하자면, 제품을 출시하고 난 이후에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이때부터는 스타트업에도 반복iteration되는 업무들이 생기고 전업화specialized 된다고 한다.


첫 스타트업을 포함하면 벌써 10년도 훌쩍 지난 시간이다. 처음엔 피벗pivot이 많아 시간에 따른 업무를 경험해 볼 여유가 없었고, 보틀리스에서는 이제껏 개발과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느라 언제나 새로웠다.


곧 제품이 출시된다. 업무 위주의 시간에서 시간 위주의 업무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흥미가 떨어질까 염려되기도 하고, 변화되는 체제에 맞는 팀이 잘 꾸려질까 걱정도 된다. 물론 언제나 그랬듯, 또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신도 한편에 있기는 하다. 참 재미있는 바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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