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Paris.

방랑자의 이점과 단점

by 아스파라거스
파리 북역


지저분하고, 냄새나고, 위험한 도시 파리. 그런 파리가 좋다. 아직 에펠탑도, 루브르도 가보지 않았지만, 이 도시가 참 좋다. 2022년 처음 파리에 간 이후, 왔다 갔다 하며 지내기는 하나, 이곳에서의 보낸 대부분의 시간이 좋았다. 전부가 아닌 대부분인 이유는 최근 들어 나의 인식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거꾸로 파리에서 우리나라로의 이주를 결심한 친구와 밥을 먹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에게 파리는 나에게 서울과 같다는 것을. 나에게 파리가 좋은 이유는, 그저 서울살이가 빡빡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나친 경쟁과 정치적 이슈, 그리고 산적한 사회적 문제들을 신경 쓸 필요도, 신경 쓸 수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따지고 보면, 파리가 아닌 그 어디든 마찬가지라는 것을.

돌아보니 그랬다. 뉴욕에서 지내던 때도, 도쿄에서 지내던 때도, 나는 그 도시들을 좋아했다.


하지만 한 도시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면, 내 경우엔 2년 정도인 것 같은데, 이방인으로서 누렸던 자유로움도 사그라든다. 이방인도 현지인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 놓이게 되면서, 다시 사회와 마주하게 된다. 특히나 언어의 문제가 있는 곳이라면 섞이지 않는 독립된 존재에서, 섞이지 못하는 고립된 존재가 되고 만다.


일을 하기 위해 떠돌고, 일이 아닌 대화를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하다. 낯선 이들로는 채워지지 않는 분명한 갈증이 있다. 그런데도 익숙해지려는 지금, 다른 어딘가로 다시 떠나고 싶다. 그것은 아마도 돌아갈 곳이 있음을 알기 때문인 것 같다. 변하지 않을 가장 익숙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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