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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비서가 Jul 16. 2021

제2화. 화려한 꽃에서 뿌리 깊은 나무로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사람이야, 당연히, 변할 수 있지~"

냉큼 이렇게 답하려고 하다가, 남편이 내게 했던 말이 좀 걸려 주춤거린다.


“사람, 참 안 변해”

내게 뭔가 불만이 있을 때, 남편이 못다 한 말을 억지로 삼키며 남기는 말이다.


  남편과 이십 여 년을 함께 살면서 최소 365번 이상은 들은 말이다. 일일히 횟수를 세어본게 아니라, 실컷 들었다는 말이다. 이 정도면 세뇌될 만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은 변한다.”는 나의 지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사람은 참 ‘안 변하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변화는 행위로 쌓아올린 경험 속을 통과해서, 어느 날 화두처럼 한 마디가 내 속으로 스며들면서 시작된다. 마치 하얀 눈에 빨간 색 물감이 한 방울 떨어지면 사방이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듯이...


  내게도 그런 변화가 있었다. 10대의 나는 원칙과 끈기를 촌스러운 것이라 치부하는 허양에 찬 아이였다. 그런데, 10대 끄트머리에 시작한 사관학교에서의 4년과 그 후 11년의 군 생활이 균형의 미덕과 인내의 열매가 얼마나 포근한 안정감을 주는 것인지를 알게 해 주었다. 세월을 거듭하며 ‘성실함’과 ‘고난에 대한 높은 역치의 근성’이라는 강점을 가진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하는 삶에서 얻은 교훈, 25년의 직장생활이 내게 가져다준 교훈,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은사로부터 얻은 교훈들은 나를 ‘저런’ 모습에서 ‘이런’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현재도 나는 이런저런 경험과 관계 속에서 여전히 진화 중이다.   


  내겐 시간 위에 행위가 쌓이는 경험과 비슷한 변화의 효과를 주는 게 있었다. 바로 독서였다. 경험만큼의 단단함을 선사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마음에 스며드는 효과 만큼은 틀림없다. 올해를 ‘뿌리를 깊게 내리는 해’로 정하고 '전략독서 50권'과 나의 글로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제는 곧 꽃 피울 때가 되었다고 자평하며 준비한다.

 ‘화려함과 상승감을 추구하는 나’에서 좀 더 ‘단단하고 뿌리내리는 나’로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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