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지 못하는 남자, 떠나가지 못하는 여자.
이제는 이 지지부진한 연애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되었다고, 더 이상은 당신과 내게 힘든 일이 될 거라며 두서없는 이별의 말을 쏟아내고 나는 황급히 도망쳤다. 당신이 찾지 못하는 멀고 먼 곳으로.
하루, 이틀. 바다를 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삼일 째 되던 날부터 당신과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지워냈다. 오랜 시간 삶의 많은 부분을 함께했던 우리인지라, 그 추억은 아무리 지워도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당신에게 전화가 왔다. 잔뜩 눈물이 묻은 목소리로 제발 집으로 돌아와 달라며 애원했다. 아, 당신이 운다. 이렇게 당신이 울면 나는 아무것도 못하는데.
전화를 끊고 나는 늦은 새벽 200km를 달려 서울로 돌아왔다. 세 시간여를 달려 돌아온 집 앞에는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당신이 있었다. 퉁퉁 부은 눈과 야윈 얼굴로. 나를 보자마자 당신은 내게 달려와 우리가 어떻게 헤어지냐며 통곡했다.
지친 당신을 내 곁에 재우면서 생각했다. 우리의 사랑은 저주받았다고. 서로가 서로를 아무리 찌르고 아프게 해도 이렇게 헤어지지 못하니까.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이렇게 서로가 애처로워 손을 놓을 수가 없으니까. 우리는 아마 다 쓰러져가는 이 마음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영영 헤어지지 못할 테니까.
당신과 나의 사랑은 아주 몹쓸 저주를 받은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