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독후감이니
조심하기 바랍니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읽고

by rosa
펭귄 북스는 승소 후 두 번째 출판본에 이와 같이 붙임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
D.H. 로런스처럼 써라

저자 윌리엄 케인의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 10장 <D.H. 로런스처럼 써라>에서 작가의 첫말이 인상적이다. ‘매우 위험한 사람이니 조심하기 바란다.’ 작가 D.H. 로런스를 말하기 전에 윌리엄 케인에게 먼저 감사한다. 그는 고슴도치 가시처럼 뾰족하게 말하지만 그 안쪽에 부드러운 솜털을 알아보는 것처럼 로런스가 뛰어난 작가라는 것을 단 한 문장으로 나에게 알려줬다.

작가 D.H. 로런스를 이해하고 그의 표현을 따라가기 위해 생에 마지막 작품인 《채털리 부인의 연인》(민음사, 2003)을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지금 막 덮었다.


이 책을 읽지 않고는 20세기 소설에 대해 안다고 말하지 말라는 서평 한 줄에 계속 마음이 머물러 있다.

영화로 서평으로 접한 채털리 부인은 외설의 여주인공 그 이상이 아니었다. 때문에 이 책을 완독 할 기회조차 거부했었다. 그러나 책을 덮는 이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 싫어 느낌을 적는 나는 이제 20세기 소설을 안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

작가 D.H. 로런스는 광부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났다. 가족의 영향으로 그의 초기 작품에는 가난하고 거친 남자와 지적인 미모의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책에서도 사냥터지기인 ‘올리버 멜러스’와 ‘콘스턴스(코니)’의 설정이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섬세한 터치와 풍부한 표현의 반복으로 이어지는 로런스의 묘사는 글자 한 자 한자에서 에너지가 분출됨을 알 수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책 속으로 나를 데려가는 마법 같은 표현. 나도 그들의 숲에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무한히 사랑스럽고 매력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녀에 대하여, 그녀의 부드러움에 대하여, 품 안에서 그의 핏속을 뚫고 스며들어오는 그녀의 날카로운 아름다움에 대하여 그의 모든 혈관은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욕망으로 뜨겁게 끓어올랐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민음사, 2003)



숨을 멈춰야 했다. 글에는 ‘코니’가 녹아내리는데 어쩌면 내가 먼저 녹아내리는 신비로운 경험. 그러나 외설스럽지 않고 오히려 읽을수록 빠져들어 주인공에 이입되는 나를 보았다. 배신당한 ‘클리퍼드 채털리’의 절망과 오기 그리고 분노가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작가는 말하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을 예상하지만 마지막까지 변하지 않을 두 사람의 사랑을 변호하는 듯.

맺음말을 적지 못하는 ‘멜러스’의 편지를 같이 읽으며 독자로서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다.



펭귄 북스는 이 책을 출간하여 1959년 외설물 출판법에 의해 기소되었다. 1960년 10월 20일부터 11월 2일까지 중앙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이때 무죄를 평결하여 D. H. 로렌스의 마지막 소설이 처음으로 영국에서 대중에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한, 3명의 여성과 9명의 남성으로 구성된 12인의 배심원단에게 이 두 번째 출판본을 바친다고 했다.

이들의 사랑을 온전히 세상에 내놓기 위해 세 번이나 책을 새로 쓴 작가 D.H. 로런스. 그리고 금서의 위기에서 법정투쟁하며 결국 세상에 책을 내어 놓은 용기 있는 출판사가 없었다면 영원히 묻혔을 세기의 사랑을 이 가을 당신의 도서목록에 올려 두라고 추천한다.



인생을 사는 것과 돈을 쓰는 것이 같지 않다고 사람들에게 말할 수만 있다면 좋겠소. 많이 벌고 쓰는 것 대신에 인생을 사는 법을 사람들이 배워 깨우친다면 그들은 25실링으로도 아주 행복하게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을 거요.’


이 구절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는 내 삶의 궤적과 만나는 지점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왜 사느냐고 묻는다.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러면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이어 물을 때 돈이 라고 한다. 이 책에서 귀족으로 상징되는 지배세력과 열악한 노동자로 등장하는 배금사상 (拝金思想)이 행복의 필요조건일지언정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에 주목한다.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 속에서도 당당하게 선택과 집중할 수 있다면 행복은 거기에 있다는 걸 작가는 끊임없이 반복하며 말한다.


《채털리부인의 연인》을 외설스럽다 말하는 독자는 어쩌면 책을 읽지 않았거나 대충 읽은 독자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의 정사는 인생을 송두리째 건 사랑의 서사이다. 산업화와 계급의식의 비애 속에서 인간 본연의 삶을 찾아가는 두 사람. 그들의 용기를 이해할 때까지 독자는 읽기를 멈추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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