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매일 그렇듯이 지만이 오늘도 일등으로 등원했다. 연이를 위해 밤새 정성 들인 대추차를 보온병에 담아 손에 꼭 쥐고 소파 끝에 엉덩이를 걸쳐 앉았다. 알은체하는 원생들 인사를 건성으로 넘기며 연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설렜다.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그의 시선은 문을 따라 마중 나갔다.
마침내 연이의 모습이 보였다. 언제나처럼 핑크빛 입술에 먼저 시선이 닿았다. 마음은 뛰어가서 손을 잡고 있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은 채 연이를 입속으로 부르고 있었다.
“어르신, 잘 지내셨어요?”
목련처럼 빛나는 미소를 못 본 일주일이 힘들었다고 말해야 하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지만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는지 연이가 놀라며 물었다.
“어르신 괜찮으세요?”
“난 괜찮아요. 여행은 잘 다녀왔어요?”
“여행이라야 힘 만 들지 뭔 재미가 있겠어요. 센터에 와서 어르신 보니 지금이 더 좋네요.”
지만의 답답했던 가슴이 연이 미소로 한층 가벼워졌다.
“이거 내가 만든 대추차예요. 정성 들여 만든 거니까 맛있게 먹어주면 좋겠어요.”
“어머나 고마워라. 귀하게 만들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지만의 만족한 기쁨이 얼굴에 여과 없이 빛났다. 내친김에 한 번 더 용기를 낸 지만이 한 걸음 연이에게 다가섰다.
“연이 씨.”
“ …….”
“연이 씨 앞으로 그렇게 불러도 되겠습니까? 그러고 싶어요.”
“어르신….”
연이는 놀라움이 연속되는 이즈음이 즐겁다. 황혼에 다가온 꿈같은 설렘. 평생 느껴보지 못한 낯선 다정함에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연이를 보며 지만도 달뜬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부터 십 년만 건강하게 살고 싶다.' 누구라고 특정할 수 없지만 목숨줄을 쥔 이가 있다면 어떤 거래라도 하고 싶은 욕망이 불끈 지만 깊은 곳에서 솟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