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반갑지 않은 새해가 꾸역꾸역 시작됐다.
전날과 다를 것 없는 날. 하루 사이 나이만 더 먹었지 새날에 대한 아무런 설렘 없는 그저 그런 새벽이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연이 휴대전화가 울렸다. 낯선 전화번호가 액정에 찍혔다. 알지 못하는 번호는 피하는 연이, 새해 아침 첫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 수신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 사 여사. 백지만입니다.”
“ 어머 어르신, 제 번호를 어찌 아시고”
“ 불편하신가요?”
“ 아니에요. 반갑습니다.”
“ 오래전부터 번호는 알고 있었는데 이제야 용기 내서 연락드려요. 가끔 전화드려도 될까요?”
연이는 이유 모를 두근거림을 애써 숨겼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느낌. 대답 기다리는 지만을 잊을 정도로 두근거리는 시간에서 겨우 빠져나온 연이가 입을 뗐다.
“ 네, 고맙습니다.”
짧은 한마디를 기다리는 긴 시간 동안 떨리는 마음은 지만도 같았다. 그렇게 둘만 아는 따뜻한 비밀. 황혼인생에 소소한 기쁨을 공유하는 사이로 한 발짝 내 디뎠다. 둘에게 가장 젊은 아침이 밝았다.